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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Nov 28. 2022

울고 있는 그녀에게 나눠 줄 행복.

삶은 행복과 불행 사이 그 어디쯤.


딸들이랑 뮤지컬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좋은 곳에서 비싼 밥도 먹고 공연도 보고, 돈은 썼지만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는 딸들의 웃음에 뭐 사는 게 별거냐 생각했다.


아파트 입구에 어린 아들과 함께 앉아 울고 있는 엄마가 보였다. 속상한 일이 있나 보다. 어린아이 앞에서도 참을 수 없이 힘든 일이 있나 보다.




 


완벽한 엄마이고 싶어 발버둥을 치며 산 세월이 꽤나 길었다. 나사 하나 빠진 듯, 손해도 좀 봐가며 살아가는 게 더 편한 완벽하지 못 한 인간이면서, 육아는 왜 그리 완벽하고 싶었을까. 바쁜 남편은 육아에 거의 동참하지 못했다. 쌍둥이까지 셋을 혼자 그저 키워내는 것만도 장한 일인데, 무슨 엄마표 교육까지 한다고 날밤을 새고, 육아서에 파묻혀 살고, 남의 손에는 안 맡기고 싶어 혼자서 죽을힘을 다며 살았을까.


아빠가 바쁘면, 아빠 몫도 내가 해주면 되고, 셋이 나눠가져야 하는 엄마 시간이 부족하면 내가 좀 덜 자 더 부지런하면 된다 생각했었다. 어떻게든 완벽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잘 못 될 거 같았다. 나는 없어도 괜찮았다.


그런 나를 다 태우고 나서 알았다. 세상에 완벽한 가정이라는 건 애초에 없다는 걸 말이다. 내 원 가정도 그랬고, 남편의 원 가정도 그랬고, 내 친구들의 가정도 그랬다. 성인군자가 아닌 그냥 미숙한 사람들이 섞여 서로 부딪히고 치이고,  뚝딱뚝딱 그런대로 만들어가며 사는 게 세상이었다. 완벽해 보이는 찰나는 있을지언정, 모두가 미숙함 속에서 살아가는 건데, 나는 있지도 않은 환상을 아이들에게 주겠다고 그 발버둥을 치고 살았던 거다.


지인들과 만나 남편 욕을 한 바가지씩 하며, 우리는 모두 이 인간과 살까 말까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했다. 예전 나에게는 없는 선택지였다. 행여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내 인생 선택지에 가정이 깨어지는 일 같은 건 없다.

 

지금은,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한다. 물론 아이들이 이만큼 크기도 했지만, 내 생각이 달라졌다. 내일 당장 이혼하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선택지에 그거 하나 더 해놓고 나니 좀 내려놓아진다.


책임과 나의 행복 그 사이 어디쯤에 서서 그저 오늘에 최선을 다해보려 한다. 기말고사 앞둔 딸을 데리고 공연 보고 늦게까지 광화문 거리를 배회하며 놀다 온 게 잘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혹시 훗날 엄마가 미워지거나, 세상에 혼자인 듯 외로운 날이 있거든 이 추억이 작은 힘이 되겠지 생각한다. 함께 있어 행복했던  추억이 힘이 된다면 그게 더 중요한 일일 거라고 믿어 본다.


오늘 나는 아이들과 행복했지만, 어느 날엔가는 저 울고 있는 엄마처럼 운다. 사는 게 힘겨워서, 버티는 게 지겨워서, 삶이 무거워 먼저처럼 사라지고 싶은 날도 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산다. 어느 날은 불행하고, 어 날은 행복하고.


삶은 고해(苦海)다. 이것은 위대한 진리다.
대부분 사람들은 삶이 힘들다는 이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대신에 드러내 놓고 또는 은근히 자신이 지닌 어려움, 걱정, 문제가 엄청나다고 끊임없이 불평한다. 그들은 마치 삶은 기본적으로 편안한 것처럼, 다시 말해 삶은 응당 편안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 첫 장에 나오는 문구다.

삶은.. 행복하고 불행하고 그저 그런 날들의 연속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때론 즉흥적으로, 때론 고뇌하여 선택하며 살아간다.


얼굴 모르는 그 울고 있던 엄마에게, 할 수 있다면 오늘 내가 가진 행복을 좀 나눠주고 싶었다. 힘내라고. 내일은 또 살만해질 거라고.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다들 그렇게 살아가는 거 같다고...





아! 오늘 브런치에서 내 허접한 글을 다음 메인이 띄워주셨는지, 조회수가 5000을 찍는 기염을 토했다.

초보 브런치 작가에게 이게 무슨 영광이람. 오늘 브런치 덕분에 행복 한 스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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