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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Nov 26. 2022

김장 김치보다 엄마가 더 귀해요.

엄마의 사랑이란 걸 이제야 안다.

셋이나 되는 어린것들을 데리고 김장하시는 엄마한테 가봐야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고 다 끝나고 가서 들고만 와서 얻어먹던 김장 김치였다. 애들이 더 어릴 때는 많은 양이 필요하지도 않았던 김치였다. 이래 저래 김치 귀한 줄을 몰랐다.  


애들이 이만큼 크고, 김장을 돕기 시작한 지 이제 고작 두세 해쯤 됐다.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다 손발 걷고 도와주시는 아빠. 엄마 위하는 마음이 끔찍하신 아빠는 엄마 힘드시다고 늘 '적게 적게' 하시고, 엄마는 두 딸 넉넉히 먹이자고 더 '많이 많이' 하신다.

"배추가 줄지를 않네. 다섯 박스가 이렇게 많았나.."


줄지 않는 배추를 보며 아빠가 말씀하시니, 엄마가 씩 웃으셨다.

"또 나 몰래 여섯 박스 했구먼.." 하고 엄마를 흘겨보시고 만다.

엄마, 시어머니 모두 세 아이 독박 육아하느라 애쓰며 살아가는 내가 늘 안쓰러우셨기에, 김장이 웬 말인가, 양가에 가면 설거지 한 번을 제대로 시키시지 않으셨다.

덕분에 지금껏 모르고 살았다. 김장이 어떤 의미인지를.

전날부터 가서 엄마 팔짱 끼고 시장에 가서 수육도 사고, 굴도 사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어설프나마 파도 썰고, 무도 썰고, 그렇게 엄마 옆을 지켰다.

얼른 해서 보내신다고, 새벽부터 일어나셔서 '아이고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는 김장을 후다닥 끝내시고 차 막히기 전에 어서 가라며 이것저것 챙겨서 보내신다.

트렁크 한가득 실어 돌아서 오는 길에 눈물이 난다. 이만큼 나이를 먹고 나서야 엄마 아빠의 이런 마음과 수고를 알아가는 거에 대한 죄송함, 감사함,
늙어가시는 엄마 아빠에 대한 아쉬움,
생각 없이 뱉어놓고 온 투정들에 엄마 마음이 불편하실까 하는 후회 때문이다.

엄마사랑..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일 년 내내 감사해야지. 한통 한통 꺼내 먹을 때마다 감사해야지.


                                                              2021년 김장 때.


올해는 엄마의 코로나로 김장이 미뤄졌고, 그 김에 우리 집 김장은 안 해주셔도 되니 줄이시라고 했다.


엄마, 이제 우리 김치 사 먹자.

엄마가 해주는 김치 너무 귀하지만,

이제 그 힘든 김장하고 엄마 병날까 봐 무서워.

김치보다.. 엄마가 더 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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