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회고
"경험은 훌륭한 스승이기도 하지만,
잔인한 스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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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세 번째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사실 프로젝트에 마무리 단계까지는 보지 못하고 롤 오프하고 본사로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돌아온 본사는 평화롭기 그지없었습니다.
마치 여의도에서 여러 사람들의 노력과 힘든 나날들이 무색할 정도로 바쁘지만 여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연말이 되어서 수주한 프로젝트는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부서에 실적과 결과를 보고할 준비들을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회사 커뮤니티에서는 연봉 협상과 더불어 회사의 최근 이슈와 각종 복지 혜택을 어떻게 쓰는지 묻는 질문들이 있었고, 내일(11/13일 기준) 수능으로 인하여 1시간 늦게 출근하는 혜택에 대해서 기뻐하는 분위기였네요 :)
아직 맡은 업무가 없기에, 자리에 앉아 인트라 연결도 하고, 그간 해왔던 프로젝트의 내용들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경우 경험 삼아 나갔던 프로젝트였기에 중요한 역할을 받지 않아 보조 역할에 그친 프로젝트였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의 경우 구성원들과 협력사와의 관계에 노력을 많이 하였고 최대한 pmo로서 많은 지원과 도움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프로젝트에 대하여 회고를 해 보고자 합니다. 객관적이지 못하겠지만 주관적으로 느꼈던 점들과 프로젝트에서 아쉬웠던 점들, 그리고 제가 잘했다고 생각되는 점과 못 했던 점들을 적어 보겠습니다.
1. 프로젝트를 넓은 시각에서 보는 법을 배웠다.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si 프로젝트에서 소위 말하는 '킥오프'와 개발 설계 단계까지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후에 세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어느 정도 개발이 진척되면서 단위 테스트와 사용자 테스트, 병행 운용에서 그랜드 오픈까지 프로젝트에 크고 작은 단계 중 마지막 단계까지 경험을 해 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 진척률과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즉 DB의 정합성에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이형 DB 간의 이관과 더불어 개발이 진척되었을 때 변화되는 데이터를 트레킹 하는 것 또한 중요하였으며, 이후에 새로운 개발 단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들을 딜리버리 하는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작정 밀고 나간다는 정신보다는 적어도 우리가 어디 지점에 있는지, 무슨 목표를 향해서 가는지 구성원에게 공유를 하여 목표 의식을 세워야 한다는 필요성이었습니다.
목표 의식이 없이 마감일만 주면서 몰아치는 형식의 업무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람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커뮤니케이션 미스라는 것에 대하여
조직 문법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효율성과 즉각 반응성에 대하여 항상 고민을 해왔던 스타트업 방식의 업무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의 원인은 구조적·방식적 충돌이었습니다.
조직은 위계적이고 합의 중심이었습니다. 저는 즉시 수정, 효율 중심입니다.
결정권과 보고 절차의 순서가 다르다.
상사는 합의 → 문서 → 집행 순서를 중시하지만,
저는 문제 발견 → 즉시 수정으로 움직였습니다.
이 차이가 신뢰 훼손으로 해석됐다고 봅니다.
회의 중 직설적인 지적은 공격으로 들렸습니다.
상사는 체면을 중시하고 사전 조율을 기대합니다.
저는 사실 전달이지만, 상대는 권한 침해로 받아들였습니다.
또한 진행 상황 공유와 응답 일관성이 부족하면 신뢰가 떨어졌습니다. 기술 논리는 정확해도 “안정감 있는 동료”라는 평가는 별개입니다.
즉석 회의에서 충돌이 나면 “정리 후 공유드리겠습니다”로 전환해야 했습니다.
시간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변경 시 즉시 통보합니다.
작업 결과에는 협력자 이름을 포함해 공동 크레디트를 줍니다.
이 프로세스를 한 달만 지속하면 인식이 바뀝니다.
기술은 그대로 두고, 절차와 톤만 조정합니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조직 문법의 불일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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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몸과 마음이 매우 지쳐 있어서, 더 달릴 수 있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몸에 방어기제가 작동해서 그런지 피로는 손쉽게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둔하게 만들었습니다.
잠시나마 해방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커리어적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을 가져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될지는 좀 더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는 정말 길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조직에 속하였을 때,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대화를 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평가가 나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요.
하지만 개인적인 고집이라고 해야 될까,
회사가 나를 천년만년 지켜 주지 못하듯 저 역시 회사를 천년만년 지킬 수는 없습니다.
조금은 냉정하게 현실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더 좋은 대안이 있는지를 생각을 해 봐야겠습니다.
그냥 일인데, 일이 너무 치이고 살아서 그런가
감정이 점점 무뎌지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