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점 이론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
-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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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 씨는 되게 서글프겠어."
"네? (무슨 말인지...)"
"남들은 지영 씨 나이대에 과장 달고 파트장 하고 그러는데, 조금 늦었잖아. 이제 사원인데 조금 늦었지.
여행이라는 것도 즐기고 그럴 때인데, 공부라는 것도 때가 있는 거야. 여행 가고 얼마나 그러고 싶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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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나는 남들보다 커리어를 늦게 시작했다.
그게 단점이 될진 모르겠지만,
1. 나는 첫 사회생활을 입시 강사로 시작했다.
그래서 동연차에 다른 사람들보다 대외 발표나 강의 섭외를 받아 바로 진행을 하고 일을 할 수 있었다.
2. 나는 두 번째 사회생활을 건설 현장에서 일하였다.
몸이 고됐지만 설계도를 보면서 전체적인 프로젝트의 흐름을 볼 수 있었고, 팀 단위로 일하는 과정을 통해서 소위 "효율적인 업무"와 "전체적인 일의 흐름"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하였다.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사람과 교류하면서 여러 부서에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업무는 나에게 잘 맞았다.
조금 늦게 시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 소위 '괴물'들만 모인 외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도 '88점 이론'인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으면, 적어도 '100점짜리 인간' 옆에서 밥 먹고 자고 뒹굴고 그러다 보면
최소한 '88점'은 받더라.. "
사람이 중요한 게 타고난 능력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한 것 같더라..
요즘 가장 개인적으로 고민되는 것은 커리어의 방향성이다. 프로젝트 매니징 직무인 PMO로 일 년을 일하면서, 다시 데이터 이행 등의 직무를 진행하고,
생각보다 방향성은 맞지만 가는 길이 쉽지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100점짜리 삶이 있고, 누군가엔 50점만 받아도 잘했다고 칭찬받는 삶이 있다.
우리는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그 매일이 누군가에게는 절박하고 소중한 하루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생각 없이 지나간 하루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조금 힘든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적어도 88점 인생인 나에게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다는 것은 적어도 남들보다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평온했던 일상에, 누군가가 나에게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가 파면을 일으키며 동요시켰지만 나는 변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졸업 앨범을 뒤적거리며 지나가는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열어 보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기다릴 뿐.
내년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년에는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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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뭔가 글을 쓰다 보니 저에게 저 말을 해 줬던 사람이 굉장히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평소에는 저를 잘 챙겨 주시는 좋은 사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