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필사는 도끼다 - 김지수

by 예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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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시나요?




나는 그냥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이유도 결과도 과정도 아무것도 없이 '그냥'.

질문도 호기심도 의미 없게 느껴지고 단절되는 느낌이 들어서, 어떤 질문이든 '그냥'이라는 답변을 듣는 게 참 싫었다.

특히 '왜?'라는 질문에 '그냥'이 돌아오는 것은 참기 어려웠다.

묻지도 따지지도 생각하지도 말고 그냥 주어진 대로나 하라는 시비처럼 느끼기도 했다.



내가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냥 받아들이는 건 없었다.

끝까지 생각하고 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찾아내야만 무언가를 시작하고 유지하고 이룰 수 있었다.

이유가 찾아지지 않는 것을 할 때 괴로워하고, 이유가 찾아지지 않는 이유를 찾아 헤맸던 날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생각하고 성찰하며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되돌아보면 나 스스로 참 나를 많이 괴롭혔다.



오늘 아무 페이지나 펼친 필사책에서 딱 와닿았다.


아!

그냥 사는 거구나

그냥 일어난 일이구나

그냥 그런 거구나



이유를 찾아내면 그 순간에 속 시원하고 길을 찾은 것 같다.

하지만 그때, 그 시기에 납득하고 했을 뿐이지 시간이 지나면 그 이유는 나를 납득시킬 수 없게 되어버린다.

나도, 상황도 변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전제를 붙여주어야 한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그리고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던 일은 반복하다 보면 결국 '그냥' 하는 거고, '원래 그런' 게 된다.



결국에는 원래 그런 걸 그냥 하는

그냥 자기 삶을 살아왔고 살아갈 내가 남는다.



날씨처럼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이 마음에 새겨진다.

궂으면 원래 궂은 걸로

맑으면 그냥 맑은 걸로

궂은 걸 맑게, 맑은 걸 궂게 만들 수도 없으니.

그냥.

그냥 그런 거다.




오늘의 bgm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원하는 대로만 살 수는 없지만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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