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 한 권
(결말에 대한 암시가 있기 때문에 일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말을 말하지 않고서는 서평을 쓰기가 어려워서.... 그리고 표지 뒷면에도 어느 정도 내용에 관한 암시가 있기에... 그냥 편안하게 기록합니다)
짧은 평 : 반어적 제목이라고 생각했으나, 반어가 아니었다. 삶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지만, 누구의 생애이든 그 자체로 완벽하다. 각자 지고 살아야 하는 자기만의 삶의 무게가 있으며, 그 짐을 어떻게 지고 버텨나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반어적 제목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어가 아니었다는 것이 이 책의 놀라운 점이다. 생애가 완벽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명제이다. 그 어느 누구의 생애가 완벽할 수 있단 말인가. 주인공들의 생애도 완벽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생애는 모두 완벽하다는 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내용 같다.
작품 속 미정, 윤주, 시징은 모두 자신의 삶이 버겁다. 버거워서 도망쳐온 곳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은 도망친 곳에서 결국 타인의 상처를,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다. 마주한 상처를 극복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의 상처는 사실 마주한다기보다는 발견되거나 드러나는 것에 가깝다. 그들의 상처가 발견되는 방식은 꽤나 노골적이고, 그들이 전혀 의도한 바가 아니어서, 어쩌면 일상의 상처를 마주하고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상처까지도 까발려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들은 상처를 째고 헤집기도 약을 발라 치료하기도, 그냥 자연 치유를 기다리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상처를 대하는 방식처럼.
작품 속 인물들의 생애는 오히려 부서져 있고 일부는 금이 가 있는 그릇 같다. 어디서부터 막아야 할지 막막하고 무언가가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내고, 혹은 그냥 흘려보내면서 살아간다.
무언가가 줄줄 새어나가는 느낌이 들 때 방법은 두 가지이다. 새어나가는 부분을 찾아서 막는 것, 그리고 새어나가는 것은 그대로 두고 계속 채우는 것. 다행히 산산이 깨져버린 그릇이 아니기에, 금이 가고 조금 부서졌더라도 우리는 계속 무언가를 담아둘 수 있다. 물을 담을 수 없다면 좀 큰 것들을 듬성듬성 담으면 새어나가지 않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인물들이 자신의 상처를 대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극복하는 것 만이 완벽한 것이 아니라고. 그냥 부서진 그대로를 안고 가는 것도 완벽한 대처법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살아있고,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우리 모두는 완벽한 생애를 살고 있다.
ps. 주조연 정도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인물 중에 '보경'이 있다. 자꾸 눈에 밟히고 마음이 가는데 외면하고 싶고, 그리고 실제로 내가 외면하고 있는 것들을 담은 인물이다. '보경'의 생애 역시 완벽하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