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는 것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by 예그림

임신을 하면 임신 6주 즈음에 심장박동을 확인할 수 있다. 초음파로 보더라도 그 몇 mm에 불과한 덩어리에서 깜빡깜빡 심장 뛰는 것이 보이고, 두근두근 심장이 맥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부터 뛰기 시작한 심장은 죽을 때까지 한 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심장소리를 들은 어제까지, 아이가 자라길 기다리던 지난 일주일이 너무 길었다. 도무지 시간이 가질 않고, 잠을 자더라도 온갖 꿈을 다 꾸다 보니 잠을 잔 건지 긴 시간을 보낸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심장 박동에 대해 신경 써본 적이 없다. 심장은 당연히 뛰는 거니까. 하지만 첫 유산 때. 들릴 듯 안 들릴 듯 작은 박동의 애처로움. 며칠 후에 그 작은 박동마저 사라지는 걸 눈으로 귀로 경험하고 나니, 심장이 얼마나 소중한 기관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자는 중에도 쉬지 않는 기관이라니. 그리고 내 심장이 이렇게 이미 뛰는데, 배 안에서 또 다른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게 낯설기만 하다. 가끔은 또 다른 심장의 박동이 혹시 느껴질까 배에 손을 가만히 대어보거나, 한의사도 아닌데 맥을 짚어보게 된다.


첫째 아이를 유산하고 일주일을 쉬고 나니 개학이었다. 방학 중에 임신이 될 줄도 몰랐지만, 유산을 할 줄은 더더욱 몰랐고, 그 사이에 내 방학은 삭제되어 있었다. 남은 후유증으로 천천히 복도를 걸어 첫 수업에 들어갔을 때, 나는 내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가끔은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하던 아이들을 다시 만나는 날인데... 아이들이 책을 펴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게 왠지 신기했다. 이 친구들도 심장이 깜빡이고, 콩알 같던 시기를 지나 이렇게 커다란(?) 아이들이 된 거라고 생각하니... 졸고 있는 아이들의 정수리도 예뻐 보였다.


꽤나 강한 T(사고형)라 그 감각이 낯설었는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좀 무뎌지긴 했지만 아직도 남아있다. 미울 때도 있지만, 심장 뛰고 살아있다는 것 만으로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 싶다.


여러 힘듦과 고난, 행복과 성취가 인생에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 살아있었다는 것 아닐까.


나는 삶에서 가치를 추구하고 의미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살아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가 어떤 이유로 이 세상에 던져지듯이 태어나서 살아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왕 태어났으니 나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의미나 가치가 또 없으면 어떤가? 내가 지금 심장 뛰고 살아있는데..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말을 머리로는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을 배운다.


오늘 어떤 일이 있든 감사하다.

내 심장이, 그리고 쑥쑥이의 심장이 잘 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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