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임신 전후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마음을 편안히 가지라'는 말이다.
내가 그걸 모를까....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말들은 하지만,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안 받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된다는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내게 되기가 쉽다.
요새는 꿈을 계속 꾼다. 그렇게 꿈속에서 히어로가 되어서 세상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고 악당이나 적과 싸운다. 꿈 해몽을 찾아보면 스트레스의 발현이라고 한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서 자주 깨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몇 시에 잠들든 2,3시에 한 번쯤은 깬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높아져서 그렇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있는 것은 알겠는데 낮추는 방법은 알 수가 없다.
나 역시 T(사고형)이기 때문에 머리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되뇐다.
하지만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막연한 불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감사하게도 입덧이 거의 없다. 위액까지 토하는 것에 비하면 낫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아쉬울 때가 있다.
오히려 약한 입덧 증상처럼 냄새가 느껴지고 속이 메슥거리면 오히려 안심이 되고는 한다. 아이가 거기에 있다는 의사표현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지만 계속 생각한다.
지금 아이의 심장이 잘 뛰고 있는 게 맞을까.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문제가 없는 게 맞을까.
내가 지금 이렇게 과자나 몸에 안 좋은 걸 먹어도 될까.
걷고 싶은데 걸어도 될까. 너무 누워만 있으면 안 좋지 않을까.
병원에 한 번 더 가볼까. 오히려 유난스러운 건가. 초음파를 많이 보면 안 좋은 게 아닐까.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내가 잘 키워나갈 수 있을까.
답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평온하고 별문제 없이 지내지만 아마 무의식으로 계속 싸우고 있기 때문에 꿈도 꾸고 잠자리도 설치는 것 같다.
나의 부모님도, 시어머님도, 내가 미워하던 사람의 부모님도 다들 그렇게 아이를 낳은 걸까 하면 뭔가 숙연해지기도 한다.
남편이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것과 별개로 감정은 남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이라는 것을 알기에, 결국에는 다 삼켜본다.
이렇게 삼킨 것들도 다 양분으로 쌓일 거라고 믿으며. 아무리 불량 식품이라고 해도 열량이라도 있으니 좋은 점은 있겠지 하면서..
밥도 과식 중, 마음도 과식 중이다.
결국 나가서 또 걸어본다.
태교와 안정 빼고 다 하라고 하셨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