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 3일

삶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by 예그림

임신 10주 3일의 기록


1. 식이생활

토한 적은 한 번도 없으나 배가 자주 고프다. 굳이 따지자면 먹덧인 것 같다.

지금 시간은 밤 11:50분인데 속이 너무 비는 느낌이 들어서 고민하다가 아침에 먹으려도 쪄둔 고구마 80g 정도를 먹었다. 20분 정도는 소화시키고 자야 한다고 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무엇이 막 먹고 싶어서 못 참겠고 이런 건 딱히 없다. 어쩌면 참기 전에 먹어서일지도 모른다.

음식 냄새가 불쾌하거나 한 것은 잘 없지만, 먹다가 좀 애매하면 뱉을 때가 있다. 불안하면 먹지 않는다.

이번 주 들어서는 좀 건강하게 먹어야 하는 압박감은 느낀다. 살이 쪄서 좀 적게 먹어보려고도 하고, 물을 많이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과자도 잘 먹고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있음에 죄책감을 느낀다.


2. 잠

가장 달라진 것을 1순위로 고르라면 나는 잠이다. 원래 나는 머리 대면 잤다. 잠자리도 잘 안 가리고 숙면 취하는 편이었는데, 자면서 2,3번은 깬다.

특히 2,3시쯤에 꼭 깨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아서 그렇다는 말도 있고...

초반에는 화장실에 매우 가고 싶어서 깼는데, 요새는 화장실보다는 그냥 잠에서 깬다.

꿈도 많이 꾼다. 답이 없는 막연한 불안감에 꿈에서도 그렇게 애를 쓴다.

싸우고, 찾아 헤매고, 도망친다.

하루 자면 2번쯤은 깨는 것 같다.

늦잠을 잘 수 없다. 이렇게 연휴가 긴데도 9시 넘어서까지 늦잠을 잘 수가 없다.

배가 고파서이기도 하다. 8시 내외로 일어나 아침을 먹는다. 낮잠이 오히려 참 달게 느껴지는데 자주 낮잠을 자지는 않는다.


3. 화장실

화장실에 정말 많이 간다. 나는 원래도 화장실 가기를 좋아하고 자주 가는데, 정말 자주 간다.

소변도 자주 보고 싶어서 정말 많이 가고, 인생 처음으로 변비라는 것을 느껴보고 있다.

볼일을 편안하게 보지 못하는 것이 이렇게 불편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챙겨 먹지 않던 유산균도 먹고, 야채도 챙겨 먹어본다.



그래도 이 정도면 힘들지 않은 편이라고 생각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먹는 것도, 잠도, 화장실도 새로운 불편함을 배운다. 이제 그런 불편함에 대해서도 조금 더 이해심이 넓어지지 않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경험이 넓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도, 사실 평소 아이를 좋아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내가 성장하고, 삶에서 의미 있는 것들을 아이와 함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몸의 불편함을 통해 성장하는 중이다.

마음의 불편함을 통해 인내심을 배우는 중이다.


나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아이도 같이 성장하고 있으리라고 믿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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