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와의 추억을 고심해 보니 태국 푸껫으로 같이 여행 갔던 게 머릿속에 떠오르네요. 2012년이니까 벌써 13년 전이에요. 그 해에 내가 장신대 신대원에 들어가고, 여름 방학 때 아빠와 엄마, 남편과 같이 여행 갔죠. 아빠, 기억나세요? 그때 재밌었잖아요.
코끼리도 타고, 카누도 타고, 스노클링도 하러 바다체험도 가고요.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갔는데, 스노클링 포인트에서 아빠가 깊은 바다에 들어가셨잖아요. 처음엔 들어가기 싫어하시다가, 남편과 내가 도와주겠다며 들어가자고 권유해서 아빠가 용기 내셨잖아요.
내가 건이만큼 어렸을 때가 떠올라요. 가족끼리 야외 수영장에 가도 엄마만 수영장 안으로 들어오고, 아빠는 야외에서 앉아있던 모습. 그 어린 지연이가 아빠에게 물었죠. “아빤 왜 수영 안 해요?” 아빠는 대답하시길, 자기는 수영을 못하니 엄마랑 놀라고 하셨어요. 그때, 어린 나는 아빠도 같이 들어와서 놀기를 바랐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빠는 아빠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수영도 못하는데 더운 날씨에 자녀들을 위해 수영장에 오셔서 야외 벤치에 앉아계셨던 거네요.
이제 와서 아빠의 그런 마음과 섬김을 이해하게 되니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해요.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자주 전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다시 푸껫 여행 추억으로 돌아가보니, 바다에 뜬 아빠의 모습이 떠올라요. 수영복 위에 구명조끼를 입고 바다 한가운데 처음 입수하셔서 두려워하시던 모습, 남편과 제가 아빠를 꼭 잡으며 바다에 누워보시라고 했더니, 싫다고 하시다가 바다 위에 둥둥 뜨셨지요. 눈을 감고 바다에 떠 있던 아빠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두려움을 이기시고 용기 내어 새로운 시도를 하셨던 거, 아주 잘하셨어요. 그때 기분 어떠셨어요? 바다에 떠 있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셨죠?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잠시동안 평안함.
이처럼 인생은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날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성장기에는 그 속도가 빠르다가, 노년이 되면서 점차 느려지죠. 그러다가 속도가 0이 되는 지점에서는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요. 그곳을 우리는 천국이라 하지요.
요한계시록 21장 3-4절
3. 그리고 나는 보좌에서 큰 음성이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보아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그분께서 그들과 함께 거하실 것이다. 그들은 그분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께서 친히 그들과 함께 계실 것이다.
4.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며 더 이상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이나 우는 것이나 아픈 것이 없을 것이다. 이는 처음 것들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집에서 우리의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며, 더 이상 죽음 따위는 얼씬도 못하고, 슬픔, 아픔, 서글픔 같은 것들은 없다고 해요.
저와 남편은 이 소망 붙잡고 매일을 살아가요. 죽음으로 이 인생이 끝이라면 얼마나 허망해요? 이 소망은 남편에게도, 저에게도 오늘을 열심히 아름답게 살아내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아빠,
아빠 딸, 한국과는 많이 다른 이곳에서 잘 살고 있어요. 200여 개국의 많은 나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게 좋은 것도 있지만, 새로운 문화들에 적응하여 살아남기 위해 애써야 하는 점도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잘 살고 있어요. 아빠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해요.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