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도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제가 사막의 나라에서 산 지 이제 8년 차가 되었어요. 시간이 참 빠르죠?
사막의 나라에서 살면서, 한국에서는 생전 구경하지 못한 것들을 많이 보고 살아요.
그중에 대표적인 하나가 '사막'이죠.
저는 원래 사막을 싫어했는데, 오래 살다 보니 사막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답니다.
재작년인가, 사막에서 사역자들 모임이 있어서 갔다가 사막의 작은 꽃들을 보았어요.
하얀색 꽃이었는데... 건조하고 물이 없어 메마른 땅에 꽃이라니... 놀라운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았죠.
사막의 작은 꽃을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니, 제 마음 가운데 그 꽃을 시로 노래하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지은 시를 아빠에게 들려줄게요.
<사막의 작은 꽃>
작렬한 태양 아래
갖가지 모래 언덕
메마름을 비웃는 듯
사막 복판 작은 꽃
수많은 모래 바람
뜨거운 햇살 담은
화려한 치장 보다
무수한 별빛 담은
무명으로
평범하게
고유하고
아름다운
사막의 작은 꽃
어때요? 사막의 작은 꽃에 대한 이미지가 잘 떠오르시나요?
아주 작디작은 꽃인데, 생명으로 메마름을 이겨내고 꽃을 피워낸 숭고한 아름다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막의 꽃이 볼품없다 생각하겠지만, 제겐 그 꽃의 모진 고통 가운데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꽃을 피워낸 그 사막의 꽃이 고귀해 보였어요.
아빠, 저도 이런 삶을 살고 싶어요.
무명이고 평범하지만,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분량만큼 일을 이뤄내는 삶.
다른 사람의 평가와 상관없이, 나 스스로에게 내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삶.
저는 2004년 하나님의 신적 존재를 인정하게 된 이후,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많은 일들을 이뤄왔어요.
저는 제 스스로에게 참 대견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아빠와 멀리 있어서 해줄 것이 없다고 슬퍼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이 글쓰기를 통해 아빠에게 나의 사랑을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아빠, 저 잘하고 있지요?
상황에 함몰되어 그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처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실 때가 많아요.
아빠, 아빠의 예민함과 끝까지 버텨내는 능력을 제가 물려받은 것 같아요.
예민함으로 하나님을 예민하게 경험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거든요.
끝까지 버텨내는 능력으로, 이 사막의 나라에서, 특히 선교 사역적으로 무덤과 같은 이 지역에서 사역의 장을 활짝 열 수 있었어요.
아빠, 고마워요.
아빠의 존재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