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죠?
지금 나는 하고 있는 일이 너무 많다.
많다고 하면서 나는 또 뭔가를 하려고 하고 있다.
잘 나가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성공만 기억에 남는다. 그 사람이 성공을 이루기까지 노력한 시간과 수많은 실패는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기까지의 실패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새롭다.
이런 과정을 다 보여주는 사랑받는 이유가 그게 아닐까.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안의 고통들.
회사를 박차고 나온 뒤 나는 참 많은 것을 했고 하고 있다.
-독립출판
-카드 뉴스를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
-오랑 멘토
-인스타그램 계정 여러 개
-학원 강의
등등..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이것만 해도 엄청 많네)
나는 여기에서 만족할 수 없었던 걸까.
또 새로운 일들을 찾아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매일매일 할 일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공공사업을 신청하게 되었다.
나랑 딱 맞는 사업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쟁률도 그렇게 높지 않아 보였고 내가 그동안 해왔던 일이라서 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면접도 잘 보고 합격 통지를 받았다.
근데 오티 참여를 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걸 잊고 있었다.
오티 시간은 학원 강의 시간이랑 딱 겹치는 게 아닌가.
사실 금액으로만 따지면 어떻게 해서든 이 사업을 참여하는 게 맞지만.
학원은 학생과의 약속이어서 이걸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사업을 포기했다.
내 시간 조절을 실패해서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너무 슬펐다.
이럴 때 공격을 나 자신에게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나는 왜 그렇게 일을 벌여 놨을까.'
'미리 학원에 이야기해서 시간을 조정했어야 했나?'
'너무 책임감 없이 보였으면 어떡하지?'
'큰 기회를 놓쳐버린 게 아닐까?'
등등 이런 생각이 나를 향해 왔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나는 익숙하다.
어렸을 때부터 이래 왔고 점점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렇다.
이럴 때 젤 좋은 방법은 전원을 딱 꺼버리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년간의 연습 끝에 터득한 방법이다.
내가 나를 지키는 방법.
감정을 정리하는 데에는 산책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더 이상 내가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내가 나를 지켜내는 것이다.
왜 나에게 이런 상황을 허락하셨는지 고민해보고 묵상하는 것.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면 모든 것을 다 해낼 수 없다는 나의 시간적 체력적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이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불안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미래의 그림을 그리기보다
당장 내 눈앞에 돈이 되는 것을 쫓았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맥락이 뭘까?
나는 지금 어떤 일을 정말 하고 싶을까?
10년 뒤에 뭘 하고 싶을까?
내가 멘토링을 하면서 멘티들에게 알려주는 것인데, 정작 나는 이 답을 지금 할 수 있을까.
프리랜서 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계속 부딪히면서 해내다 보면 언젠가 알게 될까?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까?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나보고 잘하고 있다고 하고 바쁘게 산다고 하지만
나는 내 삶에 아직 만족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더 무언가를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다.
모든 것을다 완벽히 잘 해낼 수는 없다.
이것을 스스로 인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시간은 한정적인데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소화하게 되면 또 탈이 날것이다.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이것은 동일하다.
프리랜서라고 번아웃이 왜 안 오겠는가.
이런 아주 작은 일에 좌절하고 절망할 수는 없다.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나야 하니까.
나의 일이라면 다른 기회가 올 것이니까.
그래도 이렇게 긍정적인 글을 쓰는 나 자신을 보며 대견하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