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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 Mar 24. 2021

03.인터뷰_아빠와의 대화

아빠와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빠는 이미 할머니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왜 인터뷰하려는지 바로 이해해 줄 것 같았다. 그리고 아빠와 나는 성격과 외모까지 너무 똑같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답할지도 대략 예상이 되었다. 아빠는 워낙 평소에 이야기 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그동안 들었던 이야기들 중에서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더 자세히 물어보면 될 것 같았다. 전화로 아빠가 말한 부탁을 들어주고 아빠의 기분이 좋을 때 인터뷰에 대해 말했다.


나 : 전에 말했던 인터뷰 있잖아. 그거 하려고 하는데 아빠 주말에 시간 돼?

아빠 : 어잉 그거? 글쎄 그때 밭에 가서 일해야하는데


아빠는 퇴직 후 텃밭에서 일하고 있다.


집에서 한시간 정도 차타면 되는 이곳에, 아빠는 이것저것 심어 놓았다. 그리고 집도 지어놓았다. 심지어 주소도 등록되어 있어서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와서 신기했다..!




나 : 언제 되는데?

아빠 : 그거 전화로 해도 되지 않나? 아니면 적어서 보내줄까? (적극적)

나 : 음 그럼 내가 미리 보내줄게.

아빠 : 그래






아빠에게 질문을 미리 보냈고, 전화로 조금 이야기하다가 집에 왔을 때 이야기를 마저 더 들었다. 전화로 거의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아빠도 카페에서 이야기하는 게 힘들었나보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집에서 하는게 좋을것 같았다. 

아빠가 집에 와서 쉬면서 맥주 한잔 마실 때 그 앞에 앉아서 이것 저것 물어보았다. (아빠는 술을 먹으면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잘 꺼내는 타입이다.)


아빠 : 한번 물어봐봐 시작해보자


나 : 아빠 어렸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있어?


아빠 : 제일 어렸을 때 기억은 새로 집을 사고 4살 때 지게에 이불 다 올려놓고 이사를 했던 장면이야. 

그 집이 지금 집이지. 그리고 전기가 초등학교 때 들어왔어. 그때 온 동네가 신이 났었어. 전봇대 심는 모습도 보고, 아주 신기했지.

중학교 때, 자전거 타고 통학했어. 어느 날 뒤에 막냇동생을 태우고 집에 왔는데 집에 오니까 막냇동생이 없는거야.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보니 막내가 피 흘리면서 울고 있더라. 막내는 지금도 ‘이거 히아(형)가 그랬다 아이가’ 하면서 이야기하곤 하지. (웃음) 

고등학교 시험칠 때는 부정시험 때문에 난리가 났어. 1월초였지. 치는 도중에 답안이 보인다 이런 이야기가 돌더라고. 알고 보니까 숫자의 표시가 달랐던거야


쓱쓱 아빠는 직접 그리면서 보여주었다.


아빠 : 이게 아직도 기억이 난다니까. 그래서 그날 시험 친 시험은 다 취소되고 중학교 졸업식 끝나고 등교 일주일하고 시험을 치러갔어. 그 일주일 동안 공부가 됐겠니. 그냥 구슬치기하고 내내 놀았지.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두 번이나 치다니. 세상에. 58개띠 때 그런 일이 많았어.

그때 첫 시험을 잘 친 애가 두번째 시험 때 못 치기도 하고, 못 친애는 잘 치고이런 식으로 되어서 인생이 많이 바뀌었지. 근데 지금 보면 못 친 애가 더 잘되기도 하고 그랬네.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거 같아.


인생이란 알 수 없다. 내 눈앞에 있는 힘든 일 실패한 일 때문에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이 미래의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순간순간의 좌절 때문에 너무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게 아빠가 살아오며 터득한 인생의 지혜가 아닐까. 나는 워낙에 작은 일에도 많이 흔들거리는 사람이어서 당장 눈앞의 일에 좋았다가, 슬펐다가, 좌절했다가를 반복한다. 아빠의 말을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 인생이다. 그리고 아빠는 그 세월을 살아온 거고.



아빠 : 아 그리고 초등학교 수학여행은 트럭 타고 갔어. 트럭 뒤에 밧줄을 다 표시해서 구역을 나눠서 60명이 밧줄 붙잡고 수학여행장소로 갔어. 

나 : 엥? 트럭을 타고 갔다고? 밧줄을?

아빠 : 응. 그래 그때는 버스가 어딨니, 그렇게 간 거지

그럼 한 시간 정도 걸린 거야?

아빠 : 아니 두시간 정도? 비포장 도로고 그랬으니까.


우와….

세상에 트럭 뒤에서 밧줄을 붙잡고 갔다니.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아빠가 어렸을 때 살아온 세월이 지금 나랑은 너무 다르다.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가 다를 수 밖에 없는게 이해가 된다. 


그리고 신기하게 아빠는 바로바로 이야기가 다 나왔다. 초등학교, 중학교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그리고 이 이야기 중에서는 예전에 몇 번 들었던 에피소드도 섞여 있다. 아빠는 본인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나랑 똑같음) 나한테 물을 시간도 없이 말을 계속 쏟아냈다. 이럴 때는 그냥 잘 들어주고 중간중간 반응하고 궁금한 것 몇 개 물어보면 된다. 




나 : 아빠 어렸을때 꿈은 뭐였어?

아빠 : 초등학교 6학년때 졸업식앞두고 선생님이 한 명씩 나와서 꿈 이야기 하는 거 시켰어. 그때가 생각나네. 나는 목사가 되겠다고 했어. 그건 할머니의 꿈이었지. 내가 되고 싶은 꿈이라기보다는 부모가 강요한 거 같아. 그리고 그 당시 대부분은 선생님 되겠다고 많이 했지.



나 : 아빠 공무원 생활 오래 했잖아어쩌다가 공무원을 하게  거야?

아빠 : 원래 교사하려고 하다가 못하게 되고, 도덕 선생님(그 당시 국민윤리)를 하려고 했지. 근데 백성 민(한자)를 못 써서 떨어졌어. 아직도 그게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 그다음으로는 신문기자를 하려고했어. 사회를 바로 잡고 싶었던 꿈이 있었는데 말이야. 근데 이래저래 잘 안되었어.

공무원 시험 되기 직전에 할머니가 목사 하라고 했는데,  9급 공무원 시험을 그냥 쳐보자고 생각하고 가볍게 쳤어. 근데 그게 덜컥 되어버려서 32살에 공무원이 되었어. 그 당시에는 늦은 나이였지. 

한 과목이라도 과락되면 떨어지는데 다른거를 다 미리 풀어놓고 수학 들어갔는데 술술 잘 풀리더라고. 모르는거는 제외하고 아는 문제만 다시보고, 정답이 확실한 것만 체크하고 나머지는 3번으로 다 통일했어. 내가 그 수법으로 안 했으면 합격이 아슬아슬했을 수도 있었지. 

다니면서 사표도 많이 내려고 했어. 그때마다 주변에서 동료가 참으라고 해서 참았어. 서로 도와주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때는 일이 진짜 많았다. 밤 11시 12시까지 일했어. 그래도 그때 재미 붙인 거 같아.



아빠와의 인터뷰는 길어서 한편더 제공될 예정이다.

아빠랑 전화 1시간, 대면1시간 진행했는데 질문을 반정도 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서 곧 두번째 인터뷰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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