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낡은 지갑

by 비비드 드림

엄마 안녕.


연말이 다가오고 있어.

문득 엄마에게 선물해 줬던 지갑이 생각이 났어.


엄마는 항상 빨간색 장지갑을 들고 다녔어.

아니 들고 다닌다는 것보다, 그냥 보관용이었지.

지갑을 들고 다닐 일이 많이 없었으니까.


아빠에게 생활비를 타서 쓰면서,

그 안에서 열심히 모아서

우리 학원도 보내주고 옷도 사주고 용돈도 줬잖아.

그러고 보면 엄마는 참 돈을 잘 모았는데 말이야.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엄마를 떠나

언니와 함께 다른 지방에서 살게 되었잖아.

언니가 엄마의 빨간색 장지갑이 너무 낡은 게

신경이 쓰였었나 봐.


그래서 우리는 엄마에게

새로운 지갑을 사주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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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을 했는데 생각보다 비싼거야.

그때 나는 학생이라,

엄마 아빠한테 받는 용돈이 다였는데

그래도 다행히 언니는 일을 해서

나보단 훨씬 돈이 많아서 많이 보탤 수 있었어.


그 당시 우리 기준에 가장 좋아 보이는

닥스 브랜드에서 지갑을 구매했어.

집에 내려가서 엄마에게 줬을 때,

엄마가 기뻐하던 모습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해.


몇 달이 지나고,

엄마에게 잘 사용하는지를 물었는데

엄마는 아까워서 쓰질 못한다고 했어.

그래서 아직도 집에 고이 모셔 놓았다고.


엄마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는 그걸 들고 갔냐고 물었는데

그때도 잃어버릴까 봐 못 들고 갔다는 거야.

그때 얼마나 속상하던지.


"엄마, 그냥 막 들고 다니고 막 써.

낡으면 또 사줄게.

더 좋은 거 사준다고!"


나는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뭐라고 해버렸어.

엄마는 알겠다고 했지만

그 후에도 엄마는 절대 그 지갑을 막 쓰지 못했지.


엄마가 떠나고 나서야

나는 직장에 취업을 하고

돈을 벌기 시작했어.


그런데 있잖아.

첫 월급을 탔는데,

엄마에게 선물해주고 싶은데 줄 수가 없더라.


엄마가 떠나기 전 나는 학생이었고,

돈을 벌지 못하는 상태여서

내가 엄마에게 해준 게

그 지갑에 돈을 보탠 거 말고는 전혀 없더라고.

그게 얼마나 속상하고 슬프던지.


너무 갑작스럽게 우리를 떠나버린 엄마가

원망스럽기보단,

너무나 젊은 나이에 그렇게 가버린 엄마가

너무 안쓰러웠어.

더 좋은 날들이 남아 있었을 텐데.

내가 돈 벌면 우리 엄마에게 좋은 거 더 많이 해줬을 텐데.


엄마 없이 살아가는 수많은 나날들이

어느 날은 아무렇지 않다가도

어느 날은 미친 듯이 슬프지만,

그래도 마음속에 언제나 함께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어서

잘 버틸 수 있는 것 같아.


엄마.

우리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그땐 내가 지금껏 못해줬던 것들

정말 모두 다 해줄게.

우리 그때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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