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고민이 있어

by 비비드 드림

집에서 아이와 이야기를 많이 하는 듯하면서도 생각해 보면 거의 해야 할 이야기들만 하고 말았던 것 같다. 아이가 둘인 데다 아침엔 아이들을 등교, 등원시키느라 이야기를 나눌 물리적인 시간도 심적인 여유도 없다. 저녁에는 퇴근하고 와서 집을 정리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을 먹은 이후에는 또 정리의 연속. 그렇게 하루가 쳇바퀴처럼 흘러간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에게 치카를 하라고 하고 나도 욕실에 가지러 갈 게 있어서 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아이가 나를 보고 말했다.


"엄마 나 고민이 있는데 혹시 들어줄 수 있어?"


평소 같았으면 시간 없어, 우리 얼른 자야지. 내일 이야기하자고 하고 넘어갔을 텐데 그날은 질문 자체가 거절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응! 그럼, 들어줄 수 있고 말고! 고민이 뭔데? 얘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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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천천히 상황을 설명하고 그 안에서 자기가 느끼는 감정들로 인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지난달부터 줄넘기 학원에서 시범단에 소속되어 주말에는 연습을 하러 나간다. 원래 학원에서 줄넘기 급수가 내려갈수록 줄넘기 줄의 색깔도 달라진다고 한다. 원래는 본인이 검은색 줄인데 같은 시범단의 다른 사람들은 다 그것보다 더 낮은 급수의 색깔이라고 했다. (줄넘기는 급수가 낮을수록 잘하는 거라고 한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자기가 줄에 많이 걸리고 실수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못한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걸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재밌기만 했던 줄넘기였는데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아이의 고민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그리고 아이가 느꼈을 감정이 어떤 것일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 노력했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천천히 말을 했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어. 자꾸만 틀리고 줄에 걸리는 게 속상한 마음은 엄마도 이해해. 엄마라도 똑같이 속상했을 테니까. 그런데 거기 있는 사범단 누나 형들이 처음부터 지금만큼 잘하지 않았던 건 분명해. 너는 이제 시작한 거고, 당연히 연습의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 네가 아는 형은 시범단 하고 싶어 했는데 결국 되지 않았고, 너는 그걸 노력해서 얻어낸 거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돼. 누군가는 네가 있는 그 자리를 부러워할 수도 있고 시범단인데 왜 저 정도밖에 못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네가 최선을 다한다는 게 중요한 거야. 그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엄마는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네가 열심히 임하고 있다는 증거라서 오히려 기특하고 좋아."


다소 말이 길어졌지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과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보니 마음대로 잘 되지 않을 때 속상함이 따라왔을 것이다. 그런 감정을 나에게 이야기해 줘서 오히려 고마웠다. 나중엔 이런 이야기조차 하지 않고 혼자 끙끙대며 이겨내려 노력하는 날도 올 것만 같아서.




아이의 성장을 보면서 엄마도 똑같이 성장을 한다. 아이가 속상하면 엄마는 두배로 속상하고 아이가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면 엄마도 아이가 꼭 해내서 성공의 기쁨을 느껴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이번 겨울엔 아이와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시시 콜콜한 것부터 고민거리까지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 그리고 이 시간들이 훗날 아이가 힘든 시간을 보내더라도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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