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고 많이 크자

by 비비드 드림

남자아이들이 성장기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많이 먹는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언니와 나, 이렇게 자매로만 자랐다. 그래서 남자 형제가 없어 직접 눈으로 본 적이 없어 체감한 적은 없었다.


편식하던 아이가 성장기에 편의점에서 간식들, 불량식품들을 엄청 사 먹었는데 그런 걸 먹고도 결국 키가 컸다는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 집에도 첫째가 아들인데 어릴 적부터 편식이 심했고 많이 먹지 않았다. 엄마 아빠를 보면 키가 많이 크지 않을 것 같아 미리부터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들어가면서 조금씩 먹는 양이 늘었다. 운동을 꾸준히 다녀서인지 배가 고프다고 하는 횟수가 늘었고 그때마다 흠칫 놀라곤 했다. 그리고 많이 먹는 시기를 거치면 또 일반적으로 먹는 시기가 왔다. 그러다 최근 정말 믿을 수 없이 많이 먹는 시기가 왔다.


밥을 먹고 정리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배고프다고 한다. 간식을 먹고 또 얼마 되지 않아 배가 고프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배가 고프단 말이 반가웠다. 우리 아이가 이제 크려나보다 생각하고 기뻤다. 그런데 음식과 간식을 준비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쉴 틈 없이 먹을 것을 줘야 하니 힘들기도 했다.


보통 밤 10시면 잠이 드는 시간이다. 그런데 얼마 전 9시 50분 정도부터 배가 고프다고 하는 아이의 말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올라왔다.


"이제 잘 시간인데 뭘 먹어! 자야지!"


아이가 울먹울먹했다. 먹는 걸로는 건들면 안 되는 거였는데. 나는 또 후회를 하고 핫도그를 돌려주었다.


"미안. 이거 먹고 자자."




가끔 만나는 사람들 중에 아들을 키워 본 분들이 있으면 물어봤다. 원래 이 정도인지. 최근 들은 말이 그분의 아들은 새벽에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는다면 새벽 4시에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고 자기도 했단다. 정말 충격이었다. 그리고 원래 그 시기엔 그게 정상인거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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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는 밥을 세 그릇이나 먹었다. 너무 맛있다며 리필을 외쳐댔다. 나는 정말 신기했다. 나도 어릴 때 저렇게 많이 먹는 시기가 있었을까. 우리 엄마도 감당이 안 되는 시기가 있었을까.


오늘은 마트에 가서 장도 더 보려고 한다. 간식들도 더 많이 비치해 둬야겠다. 그래도 아들이 안 먹고 안 크는 것보다야 훨씬 나으니까. 잘 먹고 크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들아, 많이 먹고 키 쑥쑥 자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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