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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네 Jun 12. 2023

진부한 말들 속에서

스승의 은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흔하게 흘러가는 소리, 하루에도 몇 번씩 인사하며 내뱉고 듣기도 하는 안부의 말. 요즘은 뻔하고 진부한 일상의 말들이 좋다. 타인의 안녕을 물으며 관심을 전하고,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인연과 일에도 감사를 표하고, 또 살아갈 앞으로의 날이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것. 당연하게 흘러가는 말들이 삶 속에서 스며들어 진심으로 살아지길 바란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느끼고 사색한다는 건 나를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를 이해하고자 하는 애씀이 나만을 위한 이기심이 되지 않기를. 나와 맞지 않는 이들에게도 부드럽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를.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말하자면 모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무탈한 일상,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나에게 해주는 말)









5월 스승의 날이 맞이하여 나의 선생님, 명희 선생님이 계신 학교에 아이들 떡과 선생님들의 떡을 조금 보냈다. 마음 같아선 전교생, 교직원분들 모두에게 드리고 싶지만.. 아직 물질이 부족한 인생인지라 허허.. 많이 나누려면 물질도 필요하다. 내가 더 풍요롭게 살고 싶은 이유다.




김영란법 어쩌고 저쩌고 덕분에 우리의 형편이 편안해지기도 동시에 각박해지기도 했다. 좋은 마음을 좋은 마음 그대로 전하기가 어려워졌다. 감사하는 마음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하지 못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눈치를 보아야 한다. 때로는 좋은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절제해야만 한다. 그 이면에 마음을 배우고 성장해야 할 아이들은 사랑, 감사, 기쁨 등의 좋은 마음을 느끼고 나누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어른들이 만든 이분법적 세계에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좋거나 나쁘거나, 하거나 말거나 식으로 폄하되고 어쩌면 그조차도 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 같다. 물질이 전부가 아닌데 물질때문에 마음마저 메말라 간다.




주변 이들은 선생님과 나의 관계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흔하지 않은 특별한 사제지간은 맞다. 선생님과 내가 18년이 지난 지금도 관계를 이어올 수 있는 이유는 마음의 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종종 그런 말씀을 하신다. 선생님 자신은 별거해 준 것이 없는데, 너가 마음을 크게 느껴줘서 우리가 인연이 된 것이라고. 그리고 선생님은 18년 전, 13살의 내가 일기장에 솔직한 나의 마음을 써준 것이 고맙다고 했다. 나의 입장에서 선생님은 13살 나의 마음을 무시하지 않았고, 지나치지 않았고, 진심으로 봐준 건강한 어른이었다. 그리고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내 마음을 인정받고 위로받은 날이 되었고, 여전히 그날이 위로가 된다. ‘세상에 한 명쯤은 내 마음과 형편을 알아주는 어른이 있구나.’






아이들과 기쁨도 감사도 같이 누리고 싶었던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 기사를 보던 중, 교직 만족도 조사를 보게 되었는데 23%만이 교직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작년도에는 33%였다고 하는데, 작년과 비교하여 무려 10%나 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교직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심지어 일찍 퇴직을 하는 교사 수도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예전처럼 정년을 채우는 교사가 많지 않다.



나의 선생님이 계시는 교직의 자리, 진심으로 존경한다. 어린 날의 난 몰랐다. 부모와 아이들을 마주하는 자리에서 일하면서 그 자리가 얼마나 고된 자리인지, 수고가 당연시 여겨지고 더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자리이며,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지도 않는 자리여서 외로운 자리라는 걸 알아간다. 물론 모든 교사가 존경받을 만한 인격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 건강한 성품을 가진, 건강한 어른으로서의 선생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성품의 교사들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교사의 권위를 지켜줘야 한다.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이를 키울 예정일 예비부모라면 선생의 자리에 대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자리를 지키는 선생이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지.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가 어떤 환경 속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해줄 수 있을지. 그리고 좋은 선생이 많아지려면 우리는 양육자로서 부모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나는 또다시 진부한 말로 생각을 정리한다. 감사하다. 좋은 선생이자 건강한 어른을 만난 나의 삶은 행운이자 하늘의 축복이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내 삶의 감사는 또 한 번 짙어지고 깊어졌다. 결국 감사는 나를 위한 마음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내 삶이 풍부해지고 풍요로워지는 소중한 가치이다. 이 가치를 나누는 건 그 어떤 값을 치루지 않기 때문에 더 자주 말하고 나누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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