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왜 살아 ? 01화

왜 살아. 프롤로그

#유튜브 아영세상 질문#법륜스님 답변#왜 사는 것 인가 질문의 끝은 자살

by 우주먼지


어느 짤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살아?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N(직관형)이라고. S(현실형)은 그런 생각하지 않고 '그냥 산다'라고. 이런 짤을 보고 N인 나는 S인 사람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좋겠다. 단순하게 살 수 있어서.


문제는 나는 이런 질문이 꼬리를 꼬리를 물어 '내가 태어나고 싶다고 한 적이 없는데? 나는 별로 살고 싶지 않은데?'라는 부정적인 대답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내 모습이 그랬다. 요즘 '왜 이렇게 기분이 바닥을 치는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왜 이렇게 나에게 자극이 되는지' 생각을 해보니 나는 살기 싫은 이유를 찾고 있는 사람 같았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왜 살까? 인간은 왜 태어났을까?'의 질문들을 자주 해왔던 것 같다. 맹목적인 공부는 대학 입시 공부 까지라는 다짐으로 고등학교 까지는 어떻게든 버텼고, 대학 입학 후부터는 내가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들만 하며 지냈었다. 그게 공부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영어 공부, 취업 공부면 괜찮았지만, 아무리 통과하기 쉬운 시험이라도 그냥 하는 공부 하면 하기 싫었고 하지 않았다.


지금 까지는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과 사회적으로 내 나이에 해야 하는 일이 나름 일치했었기 때문에 나는 괴리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나 즐겁게 하는 공부가, 고시 중 하나였기 때문에 오히려 주변 사람들에게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1년 7개월의 나름 짧은 준비 끝에 원하는 직장도 갖게 되었다.


2년 차가 되니 슬슬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관련 있기만 하면 나한테는 모든 게 의미가 있었는데. 심지어 아이들과 수다 떠는 일도 아이들이 그 시간에 잠시나마 입시 스트레스를 벗어날 수 있길 바라면서 최선을 다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연애상담, 입시상담, 공부 방법 상담을 해줬었다. 그런데 아이들과 그리고 그 아이들과의 부모님 사이에서 힘든 일들이 생기니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를 쓰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대화 하나도, 카톡 하나도 나의 온 에너지를 쏟아 정성스럽게 답하고, 그 카톡에 힘을 받았다 하면 나는 그 말에 또 그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에너지를 쏟아서 하는 일임에도 만족하지 않는 학부모, 학생들이 점점 생기니 무기력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더불어 고3 담임을 하고 있었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에 대한 반발심(?)에 나도 학생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오랫동안 꿈꿔왔던 유학을 가기로 결심했다.


유학 휴직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휴직이었고, 남들한테 말하기도 있어 보이고 나 스스로한테도 학교를 도피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공부를, 더 큰 세계에서 경험' 하고자 함이라는 의미가 있었기에 나 스스로 납득시키기도 쉬었고,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대학원 지원 과정은 나한테는 별게 아니었다. 영어 공부는 출근 전 새벽 4시 30분, 출근하는 버스, 퇴근하는 버스, 퇴근 후 요가 가기 전 카페에서 공부하면서 해냈다.


그리고 나는 바로 대학원에 합격을 했고, 휴직 후 노르웨이로 석사 공부하러 갔다. 주 전공인 화학보다는 교육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는 '교육 측정 및 평가'를 공부하기로 했고, 이과 성향이 있었기에 어려웠던 통계 과목도 매력 있게 느껴졌다. 또한, 해외 대학원 석사를 통해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유학 생활 경험,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의 모델이 되는 북유럽 교육 시스템 간접 체험, 영어가 도구가 되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생활해 보기, 교육 평가 공부해 보기 등 나에게 많은 의미들이 있었기에 유학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울면서도 끝내 해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유학 휴직은 청원 휴직 중 하나라 기존 근무지를 고려하지 않는 휴직이었고, 나는 우리 집에서 40km 떨어진 곳에서 다시 근무하기 시작했다. 첫 6개월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6개월 정도 되니 다시 내 마음속에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시 의미 있는 일을 찾아 phD를 지원하려고 했었다. 노르웨이에서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성취감이 있었기에 여기서 공부를 그만하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평생 아이들과 교감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지금부터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영어 공부부터 시작했다. 어느 곳에서 박사를 하든, 영어는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는 현재 내가 하는 일은 앞으로 계속해서 교육 분야에 있고 싶기 때문에 커리어가 될 것이고, 나에게 큰 기쁨을 주며, 돈을 모으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당분간 나의 계획이 뚜렷해질 때까지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또 막연하게 내가 꿈꾸는 일은 내가 박사를 교육 평가 분야에서 하고 그 분야에서 직업을 구하거나, 다시 선생님으로 돌아와서 교수로 지원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면서 내 커리어를 쌓는 것이었다. 의미가 있어야만 움직이는 나에게 이렇게 하나하나 이유를 붙여주고 행동으로 옮겨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래서 더 진심으로 공부하고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 년 전부터 (2024년 1월) 내가 고장 난 것 같이 느껴졌다. 분명히 내 계획에 박사 지원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겨울 방학 때, GRE랑 토플 공부를 해보려고 했는데 그 공부만 하려고 하면 눈물이 주룩주룩 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요가하고, 영어 공부하고, 책 읽는 루틴에 나름 뿌듯함을 느끼며 지냈었다. 그 영어 공부가 토플 공부로 바뀌었을 뿐인데, 이유 모를 답답함과 무서움, 두려움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에 휩싸여 상담만 가면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래서 GRE공부는 포기했고, 토플 공부는 비교적 덜 스트레스를 주었고, 꼭 박사 지원이 아니더라도 성적이 있으면 내 영어 실력을 증명하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끝까지 공부해서 나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만들어 냈다. 5월에 시험을 마치고, 숨을 돌리고 6월 즈음. 나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면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으로 교직생활을 하던 나에게,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게 된 학부모, 학생들과의 사건들을 여러 차례 겪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 정신적 컨디션은 바닥을 치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눈물이 나고, 입맛도 없고, 조회 시간에 아이들을 볼 수가 없어 부장님이 대신 들어가는 일도 많았다. 여름 방학 때도 저조한 컨디션은 계속되었고, 몸무게는 41kg까지 빠졌던 걸로 기억한다. 휴직을 고려했지만, 나에게 휴직은 의미가 없는 일이었고 나는 끝까지 아이들을 책임지고 싶었고,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겪다 보니 나도 이제 학생, 학부모와 거리를 두는 게 방법일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7년 동안 '단 한 명도 (내 마음에서) 포기하지 않기'라는 내 나름의 철칙을 깨뜨리고,, 나는 그 아이를 멀리하고 못 본 체하면서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한번 내가 현재하고 있는 일이 평생 하기에는 어렵다는 걸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의미가 있어야만 움직인다고 있는 척하며 말했던 나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을 거면, 교사는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왔었는데 내가 그런 삶을 산 것이니 나는 이제 이 일을 그만두는 것이 맞았다.


그러고 방학이 되어 내가 할 수 있는 찾아보려고 하니, 내 7년의 경력을 살리기는 어렵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개발자의 경력 7년도 아니고, 선생님 경력 7년이라니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내가 의미 있는 일만 한다고 자부하며 지내온 7년의 세월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는 게 민망하고, 부끄럽고,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좌절감도 느꼈다. 박사 과정에 지원하려고 했으니까, 그럼 그걸 다시 생각해 보면 어때?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내가 석사를 하면서 느낀 점이, 박사 과정은 대학원 '학생'이 아니라 본인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뚜렷한 '독립적 연구자'라는 것이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 내가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박사 지원을 고려해 볼 텐데 문제는 그게 없다는 것이다. 나는 막연히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제도적(평가 방법) 측면에서 개선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가 나의 꿈이다. 그런데 이런 막연한 꿈도 취업을 하거나, 박사를 지원하려고 하니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거의 일 년 동안 무기력함 + 실제로 떨어진 체력 + 내가 한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느끼는데서 오는 우울감 + 미래에 대한 불안감 + 꿈에 대한 확신을 갖고 앞으로 전진만 하는 주변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느껴지는 열등감, 부끄러움, 수치심 등을 느끼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특히 최근 몇 개월, 몇 주는 툭 건들면 눈물이 쏟아지고, 길을 가다가도 꺼억꺼억 울며 오열하는 일이 잦았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물이 쏟아졌다. 정말 나 심각한 우울증인가. 정확한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에 어제는 그냥 누워있기만 했다. 너무 울다 보니 지쳐 잠들었다 다시 깨서 이런저런 생각하다 다시 잠들고 울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니 내 생각은 이렇게 우울할 거면, 이렇게 인생이 힘들 거면 왜 살아야 하지? 왜 태어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께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 이야기는 못해봤지만, 진짜 궁금해졌다. 이렇게 하루하루 고민하고 선택하고 불안한 삶을 왜 살아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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