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왜 살아 ? 03화

왜 살아 2. 자기 좋은 대로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결국 운명이나 신의 뜻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by 우주먼지

내가 좋은 대로가 무엇일까. 이게 어려워서 방황 중인 것 같다. 분명히 나는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찾고, 의미를 찾으면 (힘든 정도에 상관없이) 나름 즐겁게 행동에 옮기고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이었는데. 이게 요즘은 너무 힘들다. 내가 하는 일에 의미가 없는 것 같으니 나 스스로가 쓸모없게 느껴지고, 부끄럽고, 뭐 하면서 살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자기 좋은 대로. 문득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가 좋은 대로'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나도 즐겁게 사는 삶을 택하고 싶은데.




사는 건 이미 정해진 것이니, 즐겁게 살지 괴롭게 살지 정하고, 본인에게 어떤 게 즐거운지 '자기 좋은 대로' 살가아면 된다고 했다. 자기 좋은 대로가 뭘까. 그냥 (돈의 여유가 있다면) 먹고, 자고, 쉬고, 노는 걸까?


어제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생각보다 네가 타인의 생각이 중요한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에 놀랐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가 1) 돈을 좇지 않고,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 2) 네임 밸류 때문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대학에 입학한 사람 3)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좋아서 하는 영어 공부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 말도 100프로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은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이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는데, 그게 마침 사회에서 인정해 주는 시선과 일치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타인의 인정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건방진 이야기 일 수 있지만 내가 원하고, 내가 계획한 대로 실행하면 나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이 너무 치열하고 혹독했기에 나는 당연히 그렇게 원하고, 최선을 다하면 다 얻을 수 있는 줄 알았다. 단적인 예로, 임용고시가 있다. 나는 교생 실습을 마무리하고 대학교 4학년, 5월에 준비를 시작해서 (딱 2년만 해보자! 하는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한 결과) 두 번째 시험에서 경기도 4등으로 수월하게 붙을 수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을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공부했기에 (일요일, 공휴일 포함) 이 정도 하면 당연히 붙어야만 되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하는 일과 관계 속에서 모두 방황하고 있다 보니 '내가 좋은 대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좋은 대로가 (나에게 사실은 엄청나게 중요했던) 타인의 인정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고, 그에 대한 결과가 겁나는 것 같기도 하다.


Homo proponit, sed Deus disponit.
- Thomas à Kempis -


라틴어 속담, Homo proponit, sed Deus disponit (영어로 Man proposes, God disposes.) 은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결국 운명이나 신의 뜻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 는 의미로, 중세 수도사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à Kempis)**의 저서 *『그리스도를 본받아(The Imitation of Christ)』*에 등장하며, 이후 서양 문학과 철학에서 자주 인용되었다고 한다.


내가 좋은 대로 계획하고, 성취했던 일이 사실은 내가 계획을 하고 실행하는 것까지만 내 영역이고 결과는 '운명이나 신의 뜻이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한 생각들은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종교적인 의미로 모든 결과를 신의 뜻에 맡겨야 한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계획한 대로 실행했다고 해서 모든 결과가 나의 노력과 시간에 비례해서 보상해주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내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싶은 것이다. 나보다 더 열심히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았는데도 여건이 되지 않아, 그날 어떤 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에 맞지 않는 보상을 받지 못했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법륜 스님이 말했던 '자기 좋은 대로'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 돼, 결과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자.라는 뜻이 아닐까 정도로 해석해보려고 한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이 말이 조금 더 와닿았는데, 내가 마음 끌리는 대로 열심히 해보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신이 이끄시는 대로' 맡기자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한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신이 이끄시는 길과 내가 바라는 길이 일치했으나, 그 길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런 결과가 나왔을 때, 최선을 다했으나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에 인정하고 포기할 수 있는 용기도 생기길.


어렸을 때, 주변에 간혹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고 기도 하면, 그분이 이끌어 주실 거야 라고 말하는 믿음이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그럼 착하게 살고 열심히 살아도 (종교가 없어, 혹은 종교를 믿을 기회가 없어 기도를 안 하는) 친구들은 무조건 잘못된다는 건가 싶기도 하고. 저건 너무 합리화야. 일단 내가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에 그렇게 살기 싫었다. 그래서 반감으로 나는 더 '신께만 의지하는 나약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애쓰고, 나의 욕망을 통제해 가며 결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은 해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그 말 한마디가 좋았다.


자기 좋은 대로 (계획하고) 살자. 그 결과는 신이 결정한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결과에 인정하자)


내가 좋은 대로 살면, 그 결과가 내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고, 무언가를 결정하기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런데 내 우려와 달리 내가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 그렇게나 힘들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 생각보다 내가 해왔던 큰 결정은 (대학/취직/대학원 유학)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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