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금 만약 슬픔, 분노, 절망, 질투, 갈등, 불안에 휩싸여 있다면

by 우주먼지
주위 사람들은 나를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젊은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럴수록 나는 더 깊은 외로움과 우울, 슬픔에 빠져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나'인데, 왜 이리 힘들고 괴로울까, 나의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p6)


주말에도 아침 7시에 일어나 요가나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와 진짜 대단하다'라는 말을 들었다. 직장에서도, 주말에도, 혼자 있을 때도 항상 뭔가를 끊임없이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실 내 마음속에서는 그렇게 바쁘게 살아도, 스스로 만족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험에 합격하면 잠깐 그 순간, 원하는 성적이 나오면 잠깐 그 순간뿐이었다. 또 뭔가를 찾아야만 했고, 나의 이런 괴로운 생각을 진정시켜 줄 무언가가 항상 필요했다. 오히려 임용시험을 준비할 때는 집중할 것이 뚜렷해서 좋았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나면 이 공허함과 가만히 못 있겠는 이 불안함 때문에 뭐라도 하러 나갔고, 이 마음이 잘 제어되지 않을 때는 매주 꾸준히 상담도 열심히 받았다. 심리상담은 총 6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은 2년 정도 받은 것 같다. 정말 뭐가 문제일까.


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그들의 판단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미래를 걱정하고 수맣은 계획과 다짐을 세우느라 잠시도 생각을 놓지 못한다, 열심히 바쁘게 살아가지만 늘 뭔가 빠져있는 것처럼 허전하다...(p10)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가장 가깝게는 부모님, 형제, 자매, 배우자, 배우자의 부모님이 포함되며, 조금 더 나아가 동료, 학생들, 친구들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부모님, 특히 엄마의 마음이 가장 신경 쓰였던 것 같고, 최근에는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나서 배우자의 부모님, 배우자, 심지어 배우자의 주변 사람들도 많이 신경 쓰였다.


최근 일례로는 잠시 미국에 살게 되면서, 항상 쓰던 다이슨을 전압이 맞지 않아 가져오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인 미용실도 차 타고 멀리 나가야 되고(차가 없음) 그나마 다이슨으로 해야 좀 머리가 정리될 것 같은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도 돈 아끼면서 못 살 것을 짐작한 엄마가 선물로 100만 원을 주시며 다이슨 꼭 사서 쓰라고 하셨다. 그런데 미국에서 쓰는 드라이기 하나 있긴 있었고, 그걸 사려는데 배우자와 배우자 부모님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현재는 배우자의 월급만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었고, 내가 이 돈을 그냥 저금해 두면 필요할 때 쓸 돈이 될 텐데 하면서 말이다. 나아가 어머님께서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돈이 있으면 아끼지라는 생각을 하시진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니 항상 내 머릿속은 바쁘다.


달라이라마가 말했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슴과 자각의 힘을 신뢰하라고 말입니다." (p13)


내 가슴과 자각의 힘을 신뢰하라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건가 그러면 정말 삶이 심플 해질 텐데.

근데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큰일이 날 것 같았다.


600불짜리 다이슨도 아무 생각 없이 사면 돈을 펑펑 쓰는 사람이 될 것 같고,

영어 공부를 쉬면, 그나마 할 수 있던 표현마저 다 까먹어서 영어를 버벅거리게 될 것 같고,

지금 부모님의 연락에 답장을 하지 않고 쉬면, 부모님이 그 사이에 무슨 일 생겨서 내가 답장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지금 만약 당신이 슬픔, 분노, 절망, 질투, 갈등, 불안에 휩싸여 있다면 자신의 내면을 돌아봐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p14)

사실 최근 상담을 미국으로 오면서 종결하는 그날에는 좀 홀가분한 마음이었다. 어쩔 수 없는 상담 종결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주 선생님을 뵈면서 이제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조금은 생겼었다. 미국에 와서 시차적응 했던 일주일은 그 자신감도 유지가 됐다. 그런데 일주일이 딱 지나고, 일요일에 내 눈물샘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너무 그리웠고, 부모님이 아프실까 봐 너무 걱정이 됐고, 이 낯선 곳으로 데리고 온 배우자가 미웠고, 나는 매일을 외롭게 지내는데 일에 집중하러 슝 하고 가버리면 허전함과 공허함이 몰려왔다. 새 학기를 준비하는 동료들이 부러웠고, 집안일과 요가 영상 보면서 요가하는 게 전부인 나 자신이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몸은 피곤해서 그 집안일 마저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일주일 만에 다시 상담을 받기 전 상태로 돌아온 것 같았다. 내가 잠시 가졌던 자신감의 느낌조차 기억에 안 났고, 결국 비상으로 가져왔던 안정제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잠이라도 안 오면 미칠 것만 같아서.


상담 선생님께서 주신 '자기 돌봄(타라브랙)'의 책이 나에게 도움이 됐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 줄 한 줄 다시 곱씹으면서 이번에는 나의 돌봄 일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지금 만약 슬픔, 분노, 절망, 질투, 갈등, 불안에 휩싸여 있다면 자신의 내면을 돌아봐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다'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