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내 작가의 서랍에는 출산 전 초고만 잡아두었던, 아직 출간하지 못한 글이 몇 개나 저장되어 있다.
앞으로 천천히 풀어나가 볼 생각이다.
출산예정일이 보름도 남지 않았던 9월 중순경부터 나는 조급함을 느끼며 무리하고 있었다.
출산휴가 중의 하루하루가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았다.
브런치에 임신이라는 생애 첫 경험에 대해 글을 쓰고, 회사와 관련해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출산용품, 아기용품을 준비해 두려고 하루에도 맘 카페를 수십 번 드나들면서 쇼핑을 하는가 하면
모유수유 수업을 듣겠다고 늦가을 땡볕에 종종걸음으로 보건소를 방문했다.
더불어 '출산'까지만 준비했지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육아'에 대해서는 하나도 공부하지 않았다는 뒤늦은 깨달음에 베스트셀러라는 육아 서적들을 사서 한 권,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당시엔 충실하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를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왜 좀 더 외출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아주 진하게 든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임산부가 있다면 출산용품 준비나 회사 일 따위는 제쳐놓고 일단 임신 중에 무조건 많이 놀러 다니길 권하고 싶다.
카페 가고, 영화 보고, 핫플레이스 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전시회에 음악 감상 공연 보러 다니기를!!! 아악!! 악! ㅋㅋㅋㅋ
물론 내 주변 선배들도 나에게 똑같이 말했다. 그때 무조건 무조~~건 많이 놀라고.
그러나 난 아기를 낳고 나서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그래서 그녀들의 권고보다 더 중요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수많은 인생 선배들의 진실된 충고를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뿐이다(??) ㅋ 후. 회. 막. 심.
무리한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인지, 몇 번이고 다듬어 너무 길어진 글을 브런치에 출간하고 나서부터 몸이 왠지 좋지 않았다.
처음 각오는 매일 한 개의 글을 쓰는 거였는데, 한 발 양보해서 조금 쉬어가자고만 생각했다.
‘아직 예정일까지 10여 일 남았는 걸. 예정일 조금 넘는 건 신경 쓰지 말자. 제왕절개 하면 어때. 유도분만 억지로 하지 않고 최대한 내 배 속에서 아가 키워서 낳는다 생각하면 출산일까지 여유가 좀 더 있을 거야. 그럼 임신 중의 일은 다 정리해서 써낼 수 있겠지.’...라고 나 좋을 대로 생각했던 거다.
난 내 아이가 예정일을 넘어 느지막이 태어날 거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있었다.
그런데다 임신 말기 때부터 아기가 작다는 말도 들었겠다, 출산예정일을 2주 앞두고 한 첫 내진에서 아이가 내려올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던 담당의 선생님의 말도 한몫했다.
‘역시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나.
그런데 개뿔.
...인생은 역시나 예측불허.
급하게 쳐내야 했던 회사 관련 일을 끝내고, 몸은 피곤했지만 이제 다 끝냈다는 홀가분함에 일찍 잠자리에 든 9월 27일 금요일 새벽.
밤중에 요의를 느껴 화장실을 가는데 그만 양수가 터져버렸다.
예정일을 9일 앞둔 시점이었다.
매일매일 별 일 없이 사는 것 같아도 이렇게 보면 참, 하루 앞도 내다보기가 힘든 게 인생이다.
난 이번 사태(?)로 근거 없는 예상을 하지 말자는... 혹은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는 건 늘 필요하다는 그런 교훈을 새삼 얻은 것 같다.
(출산기는 다음 글에 써야겠다. 내가 한 투머치토커 하는데 우리 아가가 날 가만두지 않는다. 어느새 다음 수유 텀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