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기가 예상보다 일찍 태어났습니다

인생은 예측불허

by 샤엄마


정말 오래간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랬다. 나는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임산부라는 존재에서 이제 엄마라는 존재가 되었다.


원래의 출산 예정일은 10월 초였다.

딸은 9월 말, 예정일을 9일 앞두고 예상보다 작은 몸으로 이 세상에 나왔다.

브런치에 임신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오 마이 갓. ㅎㅎ


덕분에 내 작가의 서랍에는 출산 전 초고만 잡아두었던, 아직 출간하지 못한 글이 몇 개나 저장되어 있다.

앞으로 천천히 풀어나가 볼 생각이다.


출산예정일이 보름도 남지 않았던 9월 중순경부터 나는 조급함을 느끼며 무리하고 있었다.

출산휴가 중의 하루하루가 회사를 다닐 때보다 더 바쁜 것 같았다.


브런치에 임신이라는 생애 첫 경험에 대해 글을 쓰고, 회사와 관련해 처리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출산용품, 아기용품을 준비해 두려고 하루에도 맘 카페를 수십 번 드나들면서 쇼핑을 하는가 하면

모유수유 수업을 듣겠다고 늦가을 땡볕에 종종걸음으로 보건소를 방문했다.

더불어 '출산'까지만 준비했지 아기를 어떻게 키워야 할 지- '육아'에 대해서는 하나도 공부하지 않았다는 뒤늦은 깨달음에 베스트셀러라는 육아 서적들을 사서 한 권,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당시엔 충실하다고 생각했던 하루하루를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보니 왜 좀 더 외출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아주 진하게 든다.

혹시나 이 글을 보는 임산부가 있다면 출산용품 준비나 회사 일 따위는 제쳐놓고 일단 임신 중에 무조건 많이 놀러 다니길 권하고 싶다.

카페 가고, 영화 보고, 핫플레이스 가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전시회에 음악 감상 공연 보러 다니기를!!! 아악!! 악! ㅋㅋㅋㅋ


물론 내 주변 선배들도 나에게 똑같이 말했다. 그때 무조건 무조~~건 많이 놀라고.

그러나 난 아기를 낳고 나서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그래서 그녀들의 권고보다 더 중요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수많은 인생 선배들의 진실된 충고를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뿐이다(??) ㅋ 후. 회. 막. 심.


무리한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인지, 몇 번이고 다듬어 너무 길어진 글을 브런치에 출간하고 나서부터 몸이 왠지 좋지 않았다.

처음 각오는 매일 한 개의 글을 쓰는 거였는데, 한 발 양보해서 조금 쉬어가자고만 생각했다.

‘아직 예정일까지 10여 일 남았는 걸. 예정일 조금 넘는 건 신경 쓰지 말자. 제왕절개 하면 어때. 유도분만 억지로 하지 않고 최대한 내 배 속에서 아가 키워서 낳는다 생각하면 출산일까지 여유가 좀 더 있을 거야. 그럼 임신 중의 일은 다 정리해서 써낼 수 있겠지.’...라고 나 좋을 대로 생각했던 거다.


난 내 아이가 예정일을 넘어 느지막이 태어날 거라는 근거 없는 예감이 있었다.

그런데다 임신 말기 때부터 아기가 작다는 말도 들었겠다, 출산예정일을 2주 앞두고 한 첫 내진에서 아이가 내려올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던 담당의 선생님의 말도 한몫했다.

‘역시 그렇지.’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나.


그런데 개뿔.

...인생은 역시나 예측불허.


급하게 쳐내야 했던 회사 관련 일을 끝내고, 몸은 피곤했지만 이제 다 끝냈다는 홀가분함에 일찍 잠자리에 든 9월 27일 금요일 새벽.

밤중에 요의를 느껴 화장실을 가는데 그만 양수가 터져버렸다.

예정일을 9일 앞둔 시점이었다.


매일매일 별 일 없이 사는 것 같아도 이렇게 보면 참, 하루 앞도 내다보기가 힘든 게 인생이다.

난 이번 사태(?)로 근거 없는 예상을 하지 말자는... 혹은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져도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는 건 늘 필요하다는 그런 교훈을 새삼 얻은 것 같다.


(출산기는 다음 글에 써야겠다. 내가 한 투머치토커 하는데 우리 아가가 날 가만두지 않는다. 어느새 다음 수유 텀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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