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마음으로 살기
후쿠오카에 온 지 1년 반 만에 본사가 있는 도쿄로 전근을 가게 됐다. 언젠가는 본사로 이동하겠거니 생각은 해왔지만 이렇게 빠르게 이동하게 될 줄이야. 처음 본사 발령 소식을 들은 날로부터 고작 한 달 남짓한 시간 밖에 남지 않아 마음이 조급했다.
이번 글에서는 나처럼 일본 내 전근을 앞두고 있는 분들을 위해 일본 회사 전근 준비 절차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부임지 주거신청(赴任先住居申請)
전근이 결정되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이사 준비가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 기숙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독신 기숙사(통근범위에 가족이나 집이 없는 근속 5년 미만의 32살 미만 독신 종업원이 대상) 신청을 진행했지만, 만약 회사에서 기숙사나 사택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이사할 집을 찾아보는 게 급선무다. 일본에서 대표적인 집 구하기 사이트로 SUUMO가 있다.
・SUUMO
현거주지 해약신청(解約手続き申請)
주거신청과 함께 현거주지 해약신청도 함께 진행한다. 퇴거 통보는 이사 한 달 전에는 집주인에게 알리는 것이 원칙이므로 발 빠르게 움직이자. 나는 회사 임대 기숙사(賃貸寮)에 살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 안내받은 社宅NAVI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해약신청을 진행했다.
이사 수배신청(引越手配申請)
나의 경우 이사 회사는 회사에서 수배해 줬기 때문에 따로 이사 회사를 찾아볼 필요는 없었다. 우선 회사에 이사 수배신청을 할 때는 전근지에서의 첫 출근일을 기준으로 역산해서 짐 발송일, 짐 도착일, 현재 살고 있는 집의 퇴거일과 기숙사 입주일 등을 대략적으로 정해서 제출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새 집으로 짐이 도착할 예정일보다 먼저 입주해 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참고로 후쿠오카-도쿄는 짐 발송일 기준으로 도착일수가 4일 소요)
이렇게 부임지 주거신청과 이사수배 신청을 마치면 화재보험이나 퇴거 절차(退去立ち会い) 등에 대한 각종 연락이 근무 중에 걸려오므로 일하는 중에도 바로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가구·가전 처리/구입
지금은 32㎡(9.68평) 집에 살고 있지만 24㎡(7.26평)의 작은 기숙사로 이사하게 되니 가구나 짐들을 많이 처리해야 했다. 나의 경우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세탁기와 침대를 처분해야 했다. 많은 수거 업체들이 있지만 나는 시간적 여유가 많이 없어서 집으로 우편물이 온 에코스타일(エコスタイル)이라는 수거업체에 맡겼다. 친절하게 물건들을 잘 처분해 주셔서 만족한다.
그 밖에도 지모티(ジモティー)라는 우리나라의 당근마켓 같은 사이트에 팔거나 리사이클링샵에 파는 방법 이 있다.
・에코스타일(エコスタイル)
・지모티(ジモティー)
필요한 가구는 대부분 니토리(ニトリ)에서 구입했다. 일본판 이케아 같은 곳인데 11000엔 이상 온라인 주문을 하면 배송료가 무료다. 배송희망일시도 선택할 수 있으니 입거일에 맞춰서 미리 배송신청을 하면 편하다.
・니토리(ニトリ)
이사(引っ越し)
대부분의 물건들은 업체가 오기 전날 박스에 짐들을 넣어두었다. 넉넉하게 계산해서 큰 박스 10개, 작은 박스 10개를 荷物下見(이삿짐 견적 사전조사) 때 미리 받았는데 그중 17개를 사용했다.
짐을 쌀 때는 먼저 열어볼 짐과 나중에 열어볼 짐을 나누어서 싸는 게 편리하다. 나는 박스 윗면과 옆면에 무엇을 넣었는지 적어둔 덕분에 짐 정리가 한결 수월했다.
예약했던 시간에 맞춰서 젊은 남자 두 분이 짐을 빠르게 옮겨주셨다. 신기했던 게 일본에는 이동용 행거 케이스(행거 박스)라고 해서 코트나 원피스 같은 옷걸이에 거는 옷들을 박스가 있다. 옷장 옷들을 개서 박스에 넣응 필요 없이 옷걸이 채 그대로 배송할 수 있어 편리했다.
통근비 보조신청(通勤費補申請)
일본은 대중교통비가 비싸서 종업원에게 통근비를 제공해 주는 회사가 많다. 지금은 걸어서 10분이면 회사에 도착하는 곳에 살고 있지만 본사는 무려 1시간 이상의 통근을 감내해야 하므로(..) 통근비 보조신청은 필수다. 거리가 멀수록 교통비도 비싸지기 때문에 회사에 통근비 보조신청을 할 때는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역(最寄り駅)에서부터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전철역을 설정해서 신청하는 게 원칙이다.
그 밖에 처리해야 할 일
업무 인수인계 자료 작성(業務引き継ぎ)
라이프파이프라인(전기·가스·수도·인터넷) 변경
전화를 하지 않아도 홈페이지나 앱에서 손쉽게 해약신청 및 신규계약을 할 수 있다. 이용정지일은 집 퇴거일로 신청했고, 이사 일주일 전에 신청하면 된다. 인터넷의 경우 내가 살게 될 기숙사에서 이용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서 바로 온라인으로 신청했다.(초기 비용 5500엔, 매달 2700엔)
화재보험 이전
우편물전송서비스 신청
이사 후 기존 주소로 오는 우편물을 새로운 주소로 보내주는 무료 서비스가 있다. 우체국을 직접 방문하거나 인터넷으로 기존 주소와 새 주소를 입력하고 서비스 개시일을 지정할 수 있다.
전출신고
다른 현이나 시, 구로 이동해 거주지 관할 지자체가 달라지는 경우 전출 신고에 해당하는 전출 신고서(転出届)와 전입 신고에 해당하는 전입 신고서(転入届)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2023년 2월부터 마이넘버카드를 가지고 있는 경우 ①마이넘버 포털(사이트, 어플)에서 온라인으로 전출 신고서(転出届)를 제출 → ②이사한 지자체의 구청(区役所) 창구에 마이넘버카드를 제시하고 전입 신고를 하는 과정으로 전출 신고를 위한 창구 방문을 줄일 수 있어 훨씬 편리해졌다. 마이넘버카드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어플로 전출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 마이넘버 포털(マイナポータル)
전근지 이동 교통수단 수배
후쿠오카→도쿄 이동이라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부임지 이동을 위해 드는 비용은 추후 회사에 청구가 가능하다. 마지막 퇴거 절차(退去立ち会い)가 오전 10시라 도쿄 이동은 그날 오후 비행기로 여유 있게 잡았다.
전근휴가(転勤休暇) 신청
회사마다 기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전근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독신 전근자는 3일의 전근휴가를 쓸 수 있었다.
참고 「引越しやることチェックリスト」
이삿짐 받기(荷物受け取り)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이삿짐이 도착하는 날보다는 먼저 입주해서 이삿짐들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방 체크리스트 작성
새로운 집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방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이때 집 열쇠도 받았다.(일본은 아직까지도 도어락보다 열쇠를 쓰는 집이 많다.) 기숙사 관리인 분께 기숙사 설명자료, 방 체크리스트(入寮時・退寮時室内チェックリスト) 종이를 받으면, 입주 전에 내 방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각각의 항목에 대한 良/不를 체크해서 제출한다. 이 종이는 퇴거할 때도 작성해야 하는데 퇴거 시 물건 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보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전입신고(転入申告)
마이넘버 포털에서 온라인으로 전출 신고서(転出届)를 제출했다면 사이트에서 내가 이사 온 곳에서 가장 가까운 구청·시청도 확인할 수 있다. 이사일로부터 14일 이내로 방문해서 전입신고를 하면 된다. 외국인의 경우 재류카드를 지참해야 한다. 전입이 확인되면 재류카드와 마이넘버카드에 현주소를 기재해 준다. 시청에 간 김에 새로운 주소가 기재된 주민표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좋다. 가격은 1부에 300엔이다.
전근여비·지원금신청(転勤旅費·支援金申請)
이사가 끝났다면 이사를 위해 들어간 교통비와 호텔비 등을 회사에 청구해야 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이사 비용 지원과 별도로 전근지원비를 주는 회사가 있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 전근 지원비를 지원해 준다(독신자 90만 엔, 세대주 150만 엔).
신용카드 및 은행 주소 변경
신용카드 및 사용하고 있는 은행 계좌가 있다면 주소를 따로 변경해야 한다. 주소 변경은 손쉽게 어플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