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요? 왜요? 그냥요?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의 모퉁이에 웬 카페 하나가 생뚱맞게 있다. 빌 디딜 틈 없는 중국인들로 가득 찬 차이나타운 번화가에서 두 블록 정도 올라가 인적이 확연히 줄고 ‘여기서 장사가 되려나…?’ 하는 생각이 드는 그즈음에 이 카페가 있다.
오늘은 일요일, 짜장면 먹는 날이기에 닉네 행복한 커피집 대신에 방향이 반대인 이 쪽으로 걸어갔다. 햇살은 뜨겁고, 하늘은 걸릴 것 없는 맑은 하늘이고, 공기는 차갑고도 달콤하다. 좋은 날이다. 기분이 좋다. 저 모퉁이를 돌면 그 집 차가 보일 것이다. 작고 귀여운 봉고차. 그리고 작은 밴치 하나. 그런데 이게 왠 일?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분명 한가한 집이었는데 마스크 착용 규제가 풀리고 사람들은 집 밖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지 근처 레스토랑, 바, 커피숖 모두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 라인에 서 있다가 특이한 내 머리 때문에 날 알아본 한 사람과 대화도 나누었다.
‘어? Hole In The Wall 커피집 손님 아니에요? 저 거기서 일했었는데!’
하며 마스크를 내리고 얼굴을 보여준다. 과연 익숙한 얼굴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오늘은 Japan Town 가는 길이라 이 쪽으로 왔다며 인사를 했다. 그 남자는 지금 여기서 일한다며 직원 우대 에스프레소를 하나 받아 들고 갔다.
안의 주문하는 손님과 계산하는 손님이 있어서 내 차례를 기다렸다. 가게가 좁아 ㄴ 자의 카운터에 한 명은 주문받아 커피를 만들고 그 손님이 주문 후 다른 면으로 넘어가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주문하는 손님, 계산하는 손님 두 명 중 한 명이 빠지면 다음 차례 손님이 들어간다.
이 가게는 Single Origin 커피 전문점으로 고퀄리티의 원두로 차별화된 맛을 낸다. 원두는 남아메리카 원산지와 에티오피아 원산지가 있는데 원두는 남아메리카 쪽의 원두가 훨씬 많고 카카오 닙스를 섞어 맛이 아주 독특하다. 특히 이 커피는 식어도 맛이 좋고 크리머와 단 것을 적절히 섞어 아이스커피로 마시면 더더욱 맛있다.
저 메뉴 중에 나는 Black & White를 골랐다. 메뉴를 보고 들어간 게 아니라 그냥 이 카페가 좋아서 간거라 이름이 맘에 드는 걸로 (?) 골랐다. 왠지 깔끔할 것 같은 이름이다.
모자를 쓴 남자가 직원인데 새로 온 사람이라 교육 받는 중이다. 커피를 내리는 기계 사용 법, 커피가 내리는 동안 컵과 얼음 준비 과정 등등 분주하다. 이 카페는 전 직원이 원두에 대해 기가 막히게 설명을 잘하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몇 번을 다녔지만 모두 원두 맛, 향과 원산지에 대해 막힘없는 설명을 했다. 사장이 꽤나 공을 들이는구나, 하고 확신이 들어 그게 이 카페가 좋은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그래서 커피를 받았는데…
커피, 계산해주세요! 하니까
‘It’s on us. 우리가 사는 거야.’ 란다.
‘진짜??? 왜????’ 물으니 웃으며 ‘그냥’ 이란다. 나는 너무 신이 나서 개다리춤이 나올 것 같은 다리를 붙들고
‘대박! 고마워! 나 너무 좋아! 고마워!’
하며 세상을 다 가진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나섰다. 원래 원두 한 봉지를 사면 커피 한 잔을 공짜로 주지만 오늘 난 그냥 커피만 주문했는데 고퀄리티 커피를 공짜로 받으니 너무 신이 났다. 이미 짜장면 먹는 날의 기대치로 인해 내 위장이 행복으로 가득했는데 공짜 커피를 쥔 손과 커피의 그늑한 향이 가득한 콧구멍, 혀에 맴도는 쓰고 시원한 맛, 전신에 도는 카페인 모든 게 나를 날아오르게 했다.
극도의 행복이었다.
단 한 사람의 하루라도 그것을 온전히 행복으로 채우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커피 한 잔으로 나의 하루는 온통 꽃과 파란 하늘과 커피의 향으로 가득 찼다. 또한 이런 행운이 있는 내 삶을 감사하게도 만들었다.
이 카페에 이렇게 손님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행복이 넘치는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