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나를 위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에 눈을 떴다. 눈이 이렇게 번쩍! 하고 순식간에 떠지는 것이 오랜만이다. 그런데 반짝 떠진 눈과는 달리 온몸이 부서질 듯이 아프다. 메밀을 채워서 만든 나의 건강 배게 안으로 나의 머리통 자국이 깊게 나있다. 뒷골에 쇳돌이 든 듯 무겁다.
어제 일이 바빴나? 금요일이니 그랬을 수도 있지. 그래도 나름 순조롭게 흘렀다 생각했는데 온몸이 이렇게 아프다니… 게다가 보통은 발만 찬데 오늘은 온 몸이 차다. 이불속에 나를 붙잡던 온기가 하나도 없다.
반쯤 젖혀진 이불과 방 안의 찬 기운을 보니 밤 사이 꽤 쌀쌀했었나 보다. 집이 서향이라 아침해가 들지 않아 해가 중천을 넘어야지만 빛이 들어와서 우리 집은 밤 사이 차갑게 식은 밤공기를 오후까지 (보통 1시) 간직한다. 차갑게 떨어진 온도에도 움직이지 못하고 곯아떨어져 잤으니 온 몸이 추위를 견디느라 떨어서 이렇게 아픈 것이다. 피곤했으니 어쩔 수 없지만 되게 짠 하다.
열심히 일 한 곽 여사!
너에게 아주 맛있는 커피를 선사한다!
남이 타 줘야지만 맛인가? 아니지.
내 입맛에 100% 맞춘 맞춤형 커피가 제일이다.
먼저, 원두를 간다. 원두는 The Coffeemovement에서 산 남미산 과일향이 난다는 그 커피다. 아니, 원두에서 어떻게 블루베리 향이 나고 어쩌고 하는지는 그들의 미스터리.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원두를 갈고 탈탈 털면서 나는 향긋함은 햅격! 이 집의 원두는 카카오 닙스를 소량 섞어 그 특유의 향미가 입 안에 슬쩍 남는 게 특징이다. 카카오 닙스 알갱이가 보인다. 커피빈보다 밝은 갈색이다.
원두 위로 물을 조심스레 붓는다. 커피가 물에 휘말리며 뽀얀 거품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 커피물이 위까지 차오르면 이제 컵에도 물을 붓는다. 컵을 미리 데우지 않으면 커피가 금방 식는다. 물을 데울 때 반드시 컵 두 잔 분량을 물을 데우는데 보통 500ml를 데우면 딱 두 잔이 나온다.
이렇게 컵을 데우는 사이 거품이 일어난 커피물을 휘휘 젓는다. 그저 내 즐거움이다. 이 과정이 커피를 내리는 정석에 맞지 않더라도 나는 이게 큰 즐거움이다.
원칙에 맞지 않는다면 어떤가?
이것은 나만을 위한, 나에 의한, 내 커피다.
애초에 커피 내리는데 원칙이란 것도 없다.
내 입에 맞으면 그게 옳은 커피다.
커피를 내리는 즐거움 중에 하나는 또 이 컵이다. 내 이름 이니셜을 딴 이 커피잔은 내가 아침에
‘아 나 오늘 좀 특별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면 준비한다. 어제 고생했어. 수고했어. 그런 마음으로 내가 나에게 주는 대접이다. 이 컵을 보면 아, 나 좋은 대접받는구나! 하고 그렇게 뿌듯하다.
남에게 받아야만 꼭 대접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주는 대접은 더 특별하고 더 귀하다. 나의 노고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내 드립 틀은 커피가 바로 내려오지 않는다. 클레버라는 회사의 제품으로 Four barrel이라는 커피 전문 체인에서 핸드드립 강좌를 받을 때 탐나서 사 온 물건이다. 이 틀을 커피잔 위에 올려놓으면 모인 커피물이 한 번에 쪼륵- 하고 내려온다. 커피물이 쭉 내려오는 보글보글하는 모양과 모인 커피가 순식간에 내려와서 틀 안에 수위가 낮아지는 것도 보는 재미가 있다. 소리는 또 어떠한가? 그 짧은 몇 초에 힐링이 따로 없다.
이제 내가 나에게 주는 대접을 맘껏 즐길 차례이다. 원두는 블랙으로 마신 다지만 이 세계에 국 룰은 없다. 나에게 주는 특별대접이니 내 입맛에 맞춰 Brown Sugar 3 tsp, 오트 밀크 1 Tsp 정도를 넣었다.
아, 이 감탄이 나오는 완벽한 맛!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 특별한 맛.
오늘도 특별대접,
잘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