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군 뒤의 달콤한 커피
내가 일하는 가게에 큰 컴퍼니의 프라이빗 이벤트가 열려 일주일을 눈 코 뜰 새 없이 보냈다. 월요일을 종일 근무로 시작해서 온종일 바쁘게 일하고 화요일은 그 이벤트가 끝나 가게의 테이블을 전부 원위치하는 부산을 떨었다. 수요일은 동료의 부탁으로 종일 일하고 목요일 마침내 저녁 근무만 하는 원래 스케줄로 돌아와 느긋한 아침을 보냈다.
목요일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 잠시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자동으로 달리려는 마음을 도닥이며
‘오늘은 시간이 느긋해. 괜찮아.’
라고 진정시켜주었다. 집에 와서는 간신히 씻고 곯아떨어진 후 잠 조차도 급하게 자야 하는 그런 마음으로 살다가 모처럼 느지막이 일어나니 그 몇 시간의 여유가 그렇게나 꿀처럼 달다.
찬장의 문을 열고 원두를 꺼냈다. 닉네 Light Roast 원두를 꺼내 들었다. 아 좋구나! 이 냄새, 그리웠다.
곱게 간 원두의 향을 맡으며 탈탈탈 여과지에 쏟아부었다. 나는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 스타일이라 간 원두의 양이 꽤 많다. 그 위로 팔팔 끓은 물을 조심스레 부어주며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원두를 바라본다. 하얀 거품이 봉긋하게 솟아오르면 그것을 차 스푼으로 한 번 휘휘 저어 하얀 거품을 한 번 더 눈으로 즐긴다.
매일 사용하는 오트 밀크가 상했다. 냉장고에 두어도 상해서 시큼한 맛이 나서 버리고 남편이 마시는 일반 우유를 넣는다. 천천히 회전하는 커피의 거품 사이로 말려들어 거는 하얀 우유는 시각적으로 왠지 섹시하다.
맛은 어떨까?
오트 밀크는 질감이 곡물에서 나온 고운 알갱이의 수더분함이 있어 커피도 꼭 그런 맛이다. 소박하고 정직한 맛으로 천으로 치자면 질 좋은 리넨 같은 맛이다.
반면에 우유는 우유 속의 지방이 혀 끝을 세련되게 감싸준다.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 또한 풍부하다. 커피의 강한 향과 맛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상냥한 맛이다. 꼭 벨벳 같다.
이런 맛의 차이를 음미하며 천천히 커피를 마셔도 시간이 넉넉하다. 느긋하게 무언가를 해도 아직도 넉넉한 시간이라니, 참을 수 없이 만족스럽다. 머릿속을 비우고 맛에 집중하다 시간이 무심코 흘러도 화들짝 놀라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이 시간이 고맙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