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방이 갖고싶다.
나이 29살에 오피스텔 공유룸이 웬 말이야. 내가 세 번째로 이사한 집도 슬슬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한국에서 14세 사춘기 시절부터 내 방이 있었고 24세에 회사 다니면서 아예 독립해서 넓은 집에서 혼자 살았는데 나 왜 이러고 살지?
새로 시작한다고 온 미국 생활은 의외의 문제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오피스텔 한 칸을 유학생 3명이서 공유하는 구조는 각자 다른 삶의 패턴으로 인해 모두가 불편한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나 원 계약자인 어린 대학생 아가씨는 유독 새벽에 소란스럽게 과제를 했고 잘 시간에 (새벽 2,3시) 샤워를 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30분씩 말렸다. 아니, 이건 상식 아닌가? 과제는 그렇다치고 새벽에 남들 자는데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건 너무한거 아냐?
낮에 차분하게 얘기해봤지만 ‘그래도 씻어야 하는데 어떡해요…’ 라고 하는데 나도 할 말이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 다른 곳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엔 방세도 싸고 독방인 곳으로 찾는게 목표였다. 대신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찾기 시작했다. 방은 금세 찾았다.
새 집은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진 트윈픽스라는 곳으로 좀 걷고 버스타면 무리없이 학교를 다닐 거리였다. 그리고 독방에 $380. 이건 내거야. 무조건 내거야. 연락을 해보니 아직 방은 비어있어 서둘러 약속을 잡아 보러갔다.
내가 여태 보아온 샌프란시스코와는 아주 다른 느긋한 지역이었고 방은 작았지만 작은 창문과 세탁기가 있는 아주 따듯한 분위기의 집이었다. 나는 그 곳이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 바로 계약을 했다. 계약자 언니는 당시 2009년 33세의 노처녀 대학생이어서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처지가 비슷해 서로 공유할 점이 많았고 성격이 정말 털털해서 큰 의지가 돼었다.
짐을 옮기는건 간단했고 책상 하나, 매트리스 하나를 깔고나니 정말 아늑했다. 원래 이 방은 옷방으로 쓰이는 곳이라 크기가 작고 두 계단 아래로 내려와 있었다. 그런건 상관없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공간에 $380 이라는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가격과 수더분한 언니들이 나를 더 없이 행복하게 했다. 미국 와서 처음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