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의 커피는 더 달다.

베짱이의 삶이 더 이상 부럽지 않다.

by 샌프란 곽여사

아침에 눈을 떴다. 일요일 아침, 부산한 소리가 아침부터 바쁘다. 집 앞 차로를 막고 토, 일 이틀 동안 진행하는 North Beach Festival 이 한창이다. 아기자기한 작은 샾들이 저마다 정성스레 매대를 꾸미고 오랜만의 Festival을 즐기러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손님들을 유혹한다.

North Beach Festival
콘서트가 한창


휴. 나는 일한다. 울화가 치민다.


토요일은 미리 Father’s Day 전에 식사하러 나온 손님들로 연휴와 버금가게 바빴는데 일요일은 당일이니 안 봐도 바쁠 것이다. 남들이 여유롭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한가하게 앙증맞은 물건들을 볼 때 나는 바쁜 걸음으로 일하러 향한다.

무서운 표정으로 걸어가는데 한 주차요원 아저씨가 갑자기 “Have a great day!”라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웃으라는 신의 계시구나. “Thank you so much! You too” 라며 지나쳤다.

저 뒤 오렌지셔츠가 그 분!

점심 12시부터 내 시프트가 시작인데 이미 몰려들기 시작한 줄을 보니 한숨부터 나온다.


메뉴를 설명하고,

음료를 나르고,

상을 치우고,

새로 세팅하고,

다시 그걸 반복한다.


영원처럼 느껴지던 Father’s Day 도 끝이 났고 비명을 지르는 관절을 위로하며 쓰러져 잤다. 내일부터 3일간 쉬니까. 나는 웃을 수 있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집 안이 후끈하다. 날이 정말 좋다. 그래! 나도 이제 차려입고 나가서 내가 부러워하던 그 사람들처럼 행복감을 온몸으로 즐기자.


밖에 나와보니 십 년은 햇빛을 못 본 사람처럼 눈부시다. 행복감이 저절로 차오른다. 집 근처 공원에 나오니 사방에 사람들로 넘쳐난다. 해가 좋으면 Washington Square Park은 주변의 젊은이들과 거주인들로 넘쳐난다. 모든 소음과 소란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유롭다.

Washington Square Park


나는 주말 내내 사람에게 시달려서 사람 많은 곳을 보니 답답해졌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차이나타운의 The Coffee Movement로 향했다. 도착하니 조용한 블록의 한가운데 사람들이 삼삼오오 앉아 커피를 즐긴다. Single Origin 콜드 브루를 주문했다.

나도 여유롭게 한 컷

산미와 신선한 커피의 향이 가득한 아이스커피가 더운 날의 훅훅거리는 내 숨을 단숨에 차게 식힌다. 커피잔을 들고 허공에 건배!라고 외친다. 마침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관광객들의 소란스러움이 내 즐거운 기분을 배로 높여준다.


나는 결혼하고 오래 아주 편하게 살아봤다.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부족함 없이 살았다. 그런데 눈치 보며 살았다. 낮에 잠이 쏟아져서 좀 누우면 꼭 남편이 일찍 들어와 핀잔을 주었다. 다음에 낮에 졸리더라도 난 맘 편히 눕지 못하고 눈 하나 뜨고 발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렇게 잤다.


아침에 그 당시 키우던 반려견 스쿠치를 산책시키며 무수히 많은 커피를 마셨지만 ‘아 좋네’ 그거뿐이지 이렇게 순간을 눈부시게 느끼며 감사한 마음을 담아 스스로에게 칭찬하며 마셔본 기억이 없었다. 그저 매일 마시는 남이 내려준 커피,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내 일을 열심히 하고,

내 노고를 치하하고,

내 계획을 세우고,

내 마음이 원하는 보상을 해주고,

내가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


명료한 삶이다.


일하는 삶이 버거운가?

때때로 그렇다.


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나?

절대로 아니다.


일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사는 삶은 나에게 큰 자유를 주었고 보람도 크다. 삶의 의미가 생긴 기분이다. 매주 오는 휴일이 전보다 더 달고, 그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의미 있다. 내가 왜 일하는 즐거움을 이제야 알았나 그게 너무 안타깝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손에 아이스커피를 들고 눈부신 햇살을 가로질러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다.


지금 열심히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아이스커피로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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