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갤러리 투어 (4)- 레베 고리 갤러리
런던 메이페어 위치한 레베 고리 (Levy Gorvy) 갤러리의 ‘Gunther Uecker의 ‘Arc of Lights’ 전시
올 해로 91세가 된 독일 출신 화가 군터는 1960년대 말부터 시각, 조각, 설치 미술 작업을 주로 했다. 못(Nail)을 사용해 빛의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데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소장 작품 ‘White Filed’가 대표적이다.
군터는 세계 여행을 즐기면서 그때 받은 느낌이나 영감을 일기를 쓰듯 다양한 색채를 이용해 회화 작업도 해왔다. 그런데 작년 한 해는 펜데믹으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고 독일 작업실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2020년 팬데믹 럭다운 기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군터는 몇 년 전 페르시아만 해안가를 여행했고 그때 받은 감상을 되새겨 이번 작품에 담았다. 작가의 허리까지 오는 큰 붓을 작업실 기둥에 줄로 메어 고정시킨 후, 붓에 수채 물감을 묻혀 아치 형태로 푸른빛을 표현했다. ‘Arc of Lights’는 총 여섯개 시리즈 작품인데 세 점은 내가 방문한 런던 메이페어 Levy Gorvy 갤러리, 한 점은 파리 갤러리에 또 다른 하나는 아트 바젤 홍콩에 출품 중이란다.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갔다더라?
군터에 대한 이야기는 갤러리를 지키고 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해 준 이야기이다. 독일 출신인 그는 런던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다. 큐레이터냐고 물으니 자신은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그리고 모든 일을 해도 되는 나이처럼 보였다.
런던의 작은 공간에 페르시아만이 갇혀 있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곳에 가지 않고도 푸른빛 바다를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90세가 넘는 작가가 아직도 건강한 모습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니! 그 나이가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층고가 높고, 더 넓은 공간에서 여섯 개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면 작품이 담고 있는 에너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전시다.
‘Arc of Lights 2020 by Gunther Uecker @Levy Gorvy Gallery London
202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