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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y 18. 2021

젊음과 늙음

런던 갤러리 투어 (4)- 레베 고리 갤러리




런던 메이페어 위치한 레베 고리 (Levy Gorvy) 갤러리의  ‘Gunther Uecker의 ‘Arc of Lights’ 전시



올 해로 91세가 된 독일 출신 화가 군터는 1960년대 말부터 시각, 조각, 설치 미술 작업을 주로 했다. 못(Nail)을 사용해 빛의 움직임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데 런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소장 작품 ‘White Filed’가 대표적이다.

<  테이트 모던이 소장한 군터의 작품 White Filed >


군터는 세계 여행을 즐기면서 그때 받은 느낌이나 영감을 일기를 쓰듯 다양한 색채를 이용해 회화 작업도 해왔다. 그런데 작년 한 해는 펜데믹으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하고 독일 작업실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번 작품은 2020년 팬데믹 럭다운 기간 동안 작업한 결과물이다.

군터는 몇 년 전 페르시아만 해안가를 여행했고 그때 받은 감상을 되새겨 이번 작품에 담았다. 작가의 허리까지 오는 큰 붓을 작업실 기둥에 줄로 메어 고정시킨 후, 붓에 수채 물감을 묻혀 아치 형태로 푸른빛을 표현했다. ‘Arc of Lights’는 총 여섯개 시리즈 작품인데 세 점은 내가 방문한 런던 메이페어 Levy Gorvy 갤러리, 한 점은 파리 갤러리에 또 다른 하나는 아트 바젤 홍콩에 출품 중이란다. 나머지 하나는 어디로 갔다더라?


< 쿤더의 작업 모습 >

군터에 대한 이야기는 갤러리를 지키고 있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해 준 이야기이다. 독일 출신인 그는 런던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갤러리에서 일하고 있다. 큐레이터냐고 물으니 자신은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그리고 모든 일을 해도 되는 나이처럼 보였다.


런던의 작은 공간에 페르시아만이 갇혀 있어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나는 그곳에 가지 않고도 푸른빛 바다를 느낄 수 있어 감사했다. 90세가 넘는 작가가 아직도 건강한 모습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니! 그 나이가 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층고가 높고, 더 넓은 공간에서 여섯 개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면 작품이 담고 있는 에너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전시다.

‘Arc of Lights 2020 by Gunther Uecker @Levy Gorvy Gallery London

20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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