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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13. 2020

자신감인가 두려움인가?

영국 코로나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COVID-19)을 '팬데믹(Pandemic : 세계적 유행병)'으로 공식 선언했다. 팬데믹이란 인간에게 면역항체가 없고 이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전 세계적으로 전염 확산된 감염병을 말한다. 팬데믹 공식 선언 다음 날인 오늘 세계 금융시장은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코로나보다 더 빠르게 전 세계에 공포를 확산했다.  


< 세계보건기구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선언 >




 이탈리아는 확진자 1만 5천 명에 사망자 1000명을 넘어섰고 휴교, 휴업, 도시 간 이동 제한에 더해 약국과 생필품 상점을 제외하고 모든 상점 폐쇄를 결정했다. 프랑스는 확진자 2876명, 사망자 61명 상황에서 초중고, 대학교 모두 무기한 휴교령이 내려졌다. 아일랜드(Ireland)는 오는 29일까지 휴교를 선언했으며 공공시설 폐쇄 및 500인 이상의 야외 행사와 100인 이상의 실내 행사를 금지했다.


영국은 3월 12일 현재 확진자 590명, 사망자 10명이다. 지난 몇 주에 비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이틀 만에 다시 열린 영국 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긴급 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도 상황의 긴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변국의 강도 높은 코로나 확산 방지 대책 발표에 비해 영국은 다른 길을 가는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근거는 '의학적, 과학적 접근을 통한 데이터와 모델링 결과'이다.


그 결과는 타 국가와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기존 방식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두려움일까?


1. 영국의 자신감

1) 마스크는 감염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은 잘 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 확진자 또는 의료진을 제외하고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전 국민이 마스크를 사용하게 될 경우 수요 공급 불균형으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진과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또한  잘못된 마스크 사용법으로 감염에 더 노출될 수 있다. 공기 중 (Airdrops) 감염보다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 코, 입을 통해 전염되기 쉽다. 손을 잘 씻고 얼굴을 만지지 않는 것이 최고 예방법이다.



2) 휴교는 감염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세 미만은 감염 확률이 낮다. 휴교를 하게 될 경우 부모 중 누군가는 자녀를 돌봐야 하게 됨으로써 의료진, 사회복지사 등 이 시기에 가장 인력이 적시에 배치되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취약 계층의 경우 가정에서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학교 급식에 의지했던 학생의 경우 영양섭취 부족으로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감염이 더 확산될 수 있다.


3) 대규모 집회 금지, 스포츠 경기 취소 등도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감염되는 사례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소규모 모임의 친밀한 접촉이 전염을 더욱 확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대규모 집회를 막는 것은 사회 심리적 위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비해 실효성이 없다.


4) 확진자 동선 파악 필요 없다.

이미 지역 감염(Community Transmission)이 시작된 단계에서 동선 추적은 의미가 없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리소스(시간, 비용, 인력)를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5) 유증상자 모두를 검사하지는 않겠다.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 7일간 자발적 자가격리를 권장하며 NHS(국가 의료서비스)에 알리지 않아도 된다.

이로써 NHS는 병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를 집중 케어할 수 있다.


6) 사회적 거리 두기

10-14주 훙에 5~6월) 감염 확산이 최대치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지금부터 휴교를 포함,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조치는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줄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에 경각심이 낮아져 효과적인 통제가 불가능 해 질 수 있다.


7) 국가 간 이동 제한

펜데믹 상황에서는 국내외 감염 경로를 구분하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할 사회 경제적 불안요소를 상쇄하지 못한다.


이러한 범 지구적 재난 상황에서 한 나라의 정부만이 독자적 길을 간다는 것은 혼자만 안전장치 없이 외줄을 타는 것과 같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무도한 도박 일 수 있다.  







2. 영국의 두려움

보리스 존슨은 이틀 전 기자 회견에서  '이 모든 결정은 여론을 바탕으로 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의학적, 과학적 근거로만 내려진다'라고 했다. 그의 이러한 언급에서 영국만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영국의 이 모든 조치는 그 어떤 나라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고 보인다.  



1) 우리의 리소스의 한계를 알고 있다.

잉글랜드 CHO(Chief Health Officer) Chris Whitty는 최악의 경우 전 국민의 80%가 감염될 수 있고 사망률은 1%로 잡고 있다. 잉글랜드 인구 5천3백만 중 420만 명이 감염될 수 있으며 그중 1%만 병원에 입원한다 해도 4만 2천 명이다. 잉글랜드 전 보건부 장관 제레미 헌트(Jeremy Hunt) 오늘자 인터뷰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NHS의 병상의 규모는 5000이다.


영국은 사용 가능한 리소스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와 확연히 다른 조치를 취하는 배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막을 수 없다. 다만 지연(Delay)이 가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2) 확산은 막을 수 없다. 다만 확산 지연(Delay)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의료진과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확산의 시기를 가능한 뒤로 미루어 코로나 바이러스의 라이프 사이클이 자연 소멸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 시점을 여름이 오는 8월로 보고 있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이어갈 길고 긴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본 게임을 대비해 선제적 강력 조치를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3) 전체 감염자 수를 줄일 수 없다. 피크 타임을 분산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전체 확산의 규모(크기)는 줄일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분산시킬 뿐이다. 쏟아지는 물의 양은 같을 것이다. 그것이 폭포수가 아니라 피해 갈 수 있는 소나기 정도로만 만들 수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보는 것이다.


4) 평정심의 한계가 두렵다.

 인간의 심리적 한계를 알고 있다. 일상이 무너진 상황에서 Calm Down and Carry On을 너무 오래 강요하는 것은 폭력 일 수 있고 그 폭력은 더 큰 분열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예선전은 정부가 치르겠다. 본 게임 전까지는 정부가 총알받이 될 터이니 폭풍 전야인 이 시간 만이라도 국민들은 평상심을 유지하며 일상을 유지하라. 그런 계획일 수도......




 보리스 존슨이 의지하고 있는 의학과 과학.

그것이 만들어낸 데이터 그리고 모델링.

그것을 기반으로 영국이 취하는 이러한 조치는

자신감일까, 두려움일까?

그리고 영국의 국민들은 그러한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 봄이 오는 런던의 하늘 >


휴교, 휴업, 사회적 거리 두기, 국경 폐쇄, 도시 간 봉쇄 등 영국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다른 나라들은 어떠한 의학과 과학을 근거로 하고 있을까?

나라별로 서로 다른 대응이 부디 각자에게는 가장 최선의 처방이기를 비란다.

코로나의 그늘을 벗어날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은 봄을 부르는 런던의 푸른 하늘 아래서 큰 호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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