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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 스타킹 Mar 24. 2020

Order를 위한 Order

영국 코로나


We need an ORDER, not an ADVICE!


Order는 명령이라는 의미를 가지지만 동시에 질서라는 의미를 가진다.  지금 영국이 원하는 것은 명령일까 질서일까?




어제 아침 영국의 아침 프로그램 ‘Good Morning Britain’에 보건복지부 장관 (Health Secretary) Matt Hancock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진행자는 상당히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붓는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질타에 가까웠다.

< 영국의 아침 프로그램 ‘Good Morning Briton’>


“NHS(국가 의료 시스템)에 마스크와 방호복이 모자라고 병상이 부족해 환자를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휴가를 즐기겠다고 곳곳에서 모임을 하고 파티를 즐기고 있다. 언제까지 이 상황을 두고 볼 것인가?” “왜 다른 국가처럼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Hancock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의 대응책을 설명하며 국민들에게 협조를 부탁했다. 진행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제발 더 이상 부탁하지 말아라! 호소하지 말아라!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겐 필요한 것은 오더이다! We need an order, not an advice!”

사실 영국은 정치 토론을 제외하면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거나 누군가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법이 없다. 항상 Please, May, Shall을 시용하고 Must, Do Not과 같은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표현은 비교적 사용하지 않는다.



영국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다. 국가 의료 시스템은 의료 장비 부족과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이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약 계층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주말부터 예정된 부활절 휴가를 즐기려는 일부 사람들이 친구들과 모여 홈파티를 벌이고 캠핑을 떠나거나, 해변가로 모여들었다.

온라인 상에는 ‘부드럽게 타이르면 알아듣지 못하는 철없는 사람들’ , ‘어른 노릇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른 대접은 필요 없다’등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매일 오후 5시 발표되는 대국민 기자 간담회가 취소되었다. 그리고 보리스 존슨 총리가 국가 참모들과 국가안보 비상 회의(COBRA) 중이라는 뉴스특보가 전해졌다. 그리고 정확히 세 시간 삼십 분 후 저녁 8시 30분 다음과 같은 발표가 있었다.

<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의 대국민 발표 >


“오늘 밤부터 이동제한 명령, You Must Stay At Home!”

- 함께 사는 가족 외에 2인 이상 모이지 말 것
- 친인척도 같은 집에 살지 않는 이상 만나지 말 것
- 외출은 운동을 위해 하루 1번으로 제한
   (1인, 또는 가족 동반만 가능)
- 필수 생필품 쇼핑, 약국, 병원만 이동 허락됨
- 도서관, 야외 체육시설, 놀이터, 모든 상점 폐쇄
   (식품점, 약국, 우체국 제외)
- 결혼식, 세례식, 종교 모임 등 모든 행사 금지
   (최소 가족만 모이는 장례식 제외)
- 재택이 불가한 필수 인력만 대중교통으로 출퇴근 가능
   (의료진, 경찰, 우체부, 배달원, 간병인)
- 위반 시, 경찰 공권력으로 강제



발표하는 총리의 모습에서 평소와 다른 무거움이 느껴진다. 이제 영국은 모든 일상이 멈추었다. 전시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다. 질서를 위한 명령이 발휘된 셈이다.

Order를 위한 O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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