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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유 Jan 18. 2021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갭이어

갭이어의 정의와 체험기

Gap year (갭이어)

흔히 고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

(출처 : 옥스퍼드 영한사전)


갭이어는 학업이나 업무를 병행하거나 잠시 중단하고 창조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말합니다. 
(출처: 한국 갭이어)



이전 글 '스무 살, 전공이 내 길일까?'에서 언급했듯,

저는 아직 진로와 전공 적합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나가는 게 스스로도 어렵고 의미 없다고 생각해 제게 1년간의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대학 휴학 후 1년간의 갭이어를 갖고, 그 시간 동안 앞으로 길게 펼쳐질 제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던 부모님께서는 별다른 반대 없이 제 의견을 수용해주셨습니다.


그리고 1년간의 소중한 시간이 주어진만큼, 저만의 갭이어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했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자유로운 시간이라 생각했고 또한 1년 안에 제가 평생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야만 한다는 절박함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저는 제 갭이어를 어떻게 보냈냐면요.


2016년 1~3월

2015년,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다짐 한 후로 하고 싶은 일들로 스케줄이 빽빽하게 채워졌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건 뭐지?' 혼자만의 생각이 꼭 필요한데도 먼저 닥친 일을 하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고민은 저만치 멀어져 있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정말 많이 할 수 있었고 소중한 사람들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자기 분석 여행 -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하고 싶은 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 번 얘기를 나눌 때마다 5-6시간씩 자리에 앉아 오롯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2박 3일의 따뜻하고 소중했던 시간.

LG 드림 챌린저 -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멘토 언니 오빠, 강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꿈을 구체화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던 시간.

나침반 여행 - 전문 강사님과 함께 강점 분석, 성격, 다중지능 검사를 하고 내 경험과 연결해 보면서 스스로의 강점과 재능에 대해 알게 되던 시간.


2016년 4~6월

92일 동안 영국부터 터키까지 12개국을 혼자 여행했습니다.

스무 살까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저는 유럽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이 것부터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이 여행은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나라 안의 낯선 풍경, 새로운 경험의 연속, 새로운 사람들과의 대화. 수많은 처음을 마주하는 순간 속에서 제 마음은 어떤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있는지 귀를 기울였어요. 또 한국이었다면 절대 안 했을 이상하고 새로운 시도들도 하면서 조금씩 스스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행은 제가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할지 정답을 알려주진 않았지만 무엇을 해야 행복할지에 대한 힌트를 주었습니다.


2016년 7월~ 2017년 2월

'버킷북'이라는 제품을 기획하고 크라우드 펀딩과 판매를 진행했습니다.

2015년 열정대학 활동 중에 마케팅을 공부하는 팀이 있었는데요. 그저 마케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없던 것을 기획하고 실제로 판매하기 위해서 고민하던 차에 버킷리스트를 떠올리고 과정을 기록하는 ‘버킷북’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같이 강남 스터디룸에 모여 아침부터 밤까지 회의하고, 정리하고, 샘플링을 하고, 어느 것 하나 쉬운 것 없이 발로 뛰어가며 작업했습니다. 재학 중이라면 어려웠을 테지만, 휴학을 해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기에 프로젝트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1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펀딩을 오픈했고 목표금액 300%인 900만 원을 달성하여 500권을 판매했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확실한 성공 경험을 얻었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깊게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갭이어에 '무슨' 활동을 했느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 모두가 다른 하루를 보내듯 모두 다른 시간을 보낼 거예요. 하지만 갭이어를 가짐으로써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 삶의 방향'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할 수 있고, 깊게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저는 갭이어를 통해서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힌트를 찾았고 이 시간은 제가 꿈을 구체화하고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갭이어는 의미 없는 휴식이 아니라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초, 중,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교육체계 속에서 멈춤을 배워본 적 없습니다. 교육과정 중‘나에 대한 이해’또는‘자아 탐색’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우지 못했어요. 그럴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고요. 멈추지 않고 정해준 목적지만을 향해 달리다가 입학 전, 취직 전 처음으로 '선택'이란 걸 하게 되죠.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갑작스레 내 인생을 결정할 선택을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요? 그렇기에 우리는 달리기를 멈추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내가 어떤 길로 가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갭이어는 의미 없는 휴식도 아니고 뒤쳐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잘', 어쩌면 더 '빠르게' 가기 위한 재정비라고 생각해요.


10대에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하루 16시간씩 수능에 매달려야 하고, 20대 초반에는 취업 준비에 올인해야 합니다. 스펙을 만들기 위해 휴학하지만 공백 기간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1~2년씩 졸업을 유예합니다. 어렵게 입사하고도 1년 내 퇴사하는 비율은 30%입니다.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야 '이 길이 아닌 것 같다'라는 고민이 시작하는 거죠.
출처: “나는 대체 누굴까”···'인생의 쉼표'를 갖는 시간 갭이어(gap year)


인생을 사는데, 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떻게 보면 타의에 의해서 살잖아요. 국가 의무교육정책에 따라서, 또 부모님의 의도, 사회의 의도에 따라 살다가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고 직장에 취업을 하면 자기가 꿈꿀 시간이 없게 되잖아요. 갭이어는 한 번의 틈을 주고 자기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 동안 인턴, 창업, 봉사활동, 여행, 직업 체험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거죠. 저희는 그것을 창조적 시간이라고 해요. 자신을 위한 창조적 시간.
출처: 질주하는 삶의 한 줄기 틈: 갭이어(Gapyear)



갭이어는 되도록이면 이른 시기에 추천드려요.

한국에서 갭이어는 대부분 '휴학 중', '졸업 혹은 졸업 유예 후', '퇴직 후'로 나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갭이어를 갖는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1학년을 마치고 바로 1년간 휴학하며 갭이어를 가졌지만, 3~4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친구들 중에서는 갭이어를 갖고 싶지만 취직과 스펙에 대한 부담으로 영어 학원을 다니거나 자격증 준비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갭이어는 언뜻 보면 휴학하고 스펙을 쌓는 것과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이력서에 넣을 한 줄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기 위한 경험을 쌓아가는 시간이라는 점이 다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다 쏟아부은 후에 스스로와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방향을 찾더라도 자신의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 도전이 두려워서 기존에 걸어온 길을 포기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니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온전히 쏟아붓기 전에 갭이어를 갖으며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혹여나 이르지 않다고 생각되더라도, 언제나 '지금'이 시작하기 가장 빠른 날임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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