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이 내 길일까 고민하는 대학 새내기들에게
과연 내 전공이 내 길일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뭘까?
이런 고민 중이신가요? 저는 스무 살부터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테크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스무 살의 고민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꿈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갈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청년에게 제가 했던 고민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스무 살, 대학 새내기였던 저는 많은 기대와 함께 신소재공학과로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제가 생각하던 대학과는 달라 크게 실망했고 대학에 대한 회의로 자퇴를 고민할 만큼 꽤나 오래 힘들어했습니다. 그 이유는 대학이 그저 중고등학교 입시 생활과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대학에서 내가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배우기는 어려웠습니다.
고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들은 선생님의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고등학생의 목표는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들은 교수님의 이야기는 너무나 비슷했습니다.
"좋은 학점 받고, 좋은 토익 점수받고, 좋은 데 취업해야지."
왜 우리는 항상 입시와 취업을 걱정하며 '지금', ' 나'로서의 삶을 살 수 없는 걸까요?
중고등학교 입시 생활을 하면서 적어도 대학에 오면 친구들과 함께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배우고 싶은 공부에 대해 고민하고 얘기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제가 느낀 대학 교육은 그저 고등학교 교육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특히 공대였던 저는 제가 직접 배울 과목을 정하고, 시간표를 짜는 것이 아니라 공학 인증 코스를 수강하기 위해 정말 고등학교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무 살의 제가 느낀 대학은 이랬습니다.
정해진 수업을 듣고
받아 적고
외우고
시험 보고.
가끔 조별 과제를 하고.
'나는 왜 대학에 가는가'라는 EBS 다큐를 찾아보기도 했고, 진로 교육을 하시는 청년 기업가님을 찾아가 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대학 친구들과 놀고 즐기기는 했지만, 혼자 있을 때면 끊임없이 왠지 모를 걱정과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던 1학년 여름 방학, '난 뭘 하고 살아야 행복할까', '나는 왜 살아갈까'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에 지쳤던 저는 어느 날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1년 내에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고요. 고민과 생각보다는 직접 경험하며 부딪쳐보기로요.
첫째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하고 싶었지만 공부 때문에 미뤘던 일들을 하나씩 시작했습니다. 기타를 사서 코드를 배우고, 카페를 하시는 친구 아버지를 찾아가 커피와 제빵을 배우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녔습니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하고 싶었던 일을 생각만 하던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달랐습니다.
둘째로, 커뮤니티를 활용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을 과목으로 만들거나 배울 수 있는 '열정 대학'이라는 대안 학교를 6개월간 다니면서 '맥주 학과', '정치학과', '그림일기 그려볼과', '소셜 마케터', '영화제' 등 제가 어릴 적부터 조금이라도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해 닥치는 대로 경험했습니다. (열정 대학은 지금은 서비스를 중단했고, 현재의 크리에이터 클럽과 유사합니다.)
셋째로, 1학년 2학기 시간표를 제 마음대로 정했습니다.
공학 인증을 수료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시간표, 정해진 과목을 들어야 했지만 저는 제가 들어보고 싶었던 수업을 마음대로 듣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인간 심리의 이해', '세계와 여행', '테니스', '삶과 철학' 등 정말 한 번쯤 대학에서 들어보고 싶었던 수업으로 시간표를 채워 넣었습니다. 1학년 2학기부터 제 동기들과는 다른 시간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걱정스럽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1학년 1학기와 다르게 제가 주체적으로 선택했던 과목인만큼 능동적으로 공부하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서야 '아 내가 정말 대학에 다니고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1년 간의 휴학을 결정했습니다.
아직 진로와 전공 적합성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에서 공부를 이어나가는 게 스스로 어렵고 의미 없다고 생각이 되어 제게 1년간의 시간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외국에는 'Gap year'라고 불리는 제도가 있습니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보내는 1년'을 말합니다.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제도가 따로 없고 대부분은 대학 재학 중에 휴학을 하거나, 졸업 후, 또는 퇴사 후에 이와 유사한 시간을 보내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Gap year를 미리 갖으면서 앞으로 길게 펼쳐질 제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청년 분들께,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고민 중이신가요? 저는 아주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맘껏 도전해보고 다시 돌아와도 늦지 않다고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오히려 1-2년 뒤에는 그 도전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그 대신 우리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고민과 실행은 치열하게 하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