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문장에 마음을 담는 법

by 김지윤

어느 날 저녁, 조용히 음악을 틀어놓은 채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그날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겁던 날이었다.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무도 모르게 스며드는 외로움이 내 안에서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그런 날은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고, 사람들의 온기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그때였다. 이어폰에서 아이유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에게 드릴 게 없어서
나의 마음을 드려요.


한 문장 한 문장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그 문장들은 조용했지만, 분명한 온기를 갖고 있었다. 그 따뜻함이 내 마음에 닿는 순간, 나는 눈물이 또르륵 흘렸다. 그 노래는 내가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대신 전해주는 문장 같았다. 무언가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마음 하나를 진심으로 건네는 그 따뜻한 태도를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잠겨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됐다.


문장이 마음을 대신할 때

아이유의 〈마음을 드려요〉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OST로 처음 나왔지만, 노래 자체로도 하나의 감정 서사처럼 다가온다. 그 노래에는 화려한 표현도, 극적인 고백도 없다. 오히려 담백하게, 조심스럽게, 그러나 분명한 마음으로 한 사람을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이 문장은 오랫동안 내 안에 머물렀다.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알게 된다. 또 반대로,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면, 그건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일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문장을 만날 때마다 이 노래의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됐다. '이 문장은 누군가의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줄 수 있을까?'라고. 그렇게 문장에 마음을 담는 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이 닿는 문장은 언제나 조용히 온다 우리는 많은 문장을 만나며 살아간다. 대화 중에 무심코 지나가는 말, 드라마 속 대사, 책 속에 조용히 자리한 한 줄의 문장. 그 모든 것들이 우리 안에 조용히 스며들어 어떤 날의 위로가 되고, 또 어떤 날의 용기가 된다. 〈마음을 드려요〉라는 노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고백이나 화려한 감정이 아니라, 그저 곁에 머물겠다는 조용한 의지. 사실 그런 문장이야말로 가장 오랫동안 우리 마음에 머무는 문장이다. 누군가 내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던 날, 내가 친구에게 "네 편이야"라고 속삭였던 순간, 어떤 책에서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문장을 만났을 때, 그 모든 것들이 조용한 마음을 담은 문장들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주고받는다.


큰 선물 대신, 작은 문장 하나로. 마음을 드릴 수 있는 사람 이 노래를 들으면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삶이 복잡하고 지치던 어느 시절, 늘 조용히 곁을 지켜주던 사람. 그는 말이 많지 않았고, 특별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어도, 그의 옆자리는 늘 따뜻했다. 어느 날 그가 내게 말했다. "너는 그냥,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운 사람이야." 그 한 문장에 나는 오래 울었다. 내가 그에게 어떤 도움을 준 것도 아니었고, 그저 ‘존재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도. 그게 문장이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마음을 드려요〉의 가사는 그런 사람들에게 건네는 노래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문장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조금 덜 외롭고, 덜 힘들고, 덜 무서울 수 있다면, 그 마음 하나로 충분하다는 걸 이 노래가 알려줬으니까.


브런치북을 연재하며, 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내가 느낀 감정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될까? 너무 사적인 이야기는 아닐까? 하지만 어느 날, 내 글 아래 달린 한 줄의 댓글이 그 모든 망설임을 덜어줬다. 그 댓글은 마치, "당신의 마음을 받았어요"라는 인사처럼 들렸다. 나의 문장이, 그 사람의 마음에 닿았다는 증거였다. 그날 이후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마음을 드려요’라는 노래의 가사를 떠올린다. 마음을 어떻게 건넬까, 어떤 문장이 가장 따뜻하게 다가갈까. 그 고민 끝에 적히는 문장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나는 여전히 문장 속에서 길을 찾는다.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의 마음을 더 정직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가끔은 글이란 것 자체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세상은 너무 바쁘고, 사람들은 너무 외롭고, 말은 너무 쉽게 상처를 준다. 그럴 때마다 다시 꺼내 듣는 노래가 있다. “그대 곁에 있을게요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이 짧은 노래는 여전히 내게 따뜻한 문장으로 남아 있다.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따라가며 글을 쓴다. 내가 드리는 이 작은 문장들이 당신에게 조용히 닿기를 바란다.


당신의 마음이 고단한 날에, 이 문장들이 따뜻하게 머물러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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