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지 Oct 10. 2019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삶과 안고가는 삶

성공을 바라보는 두가지 관점/진흙 구덩이 같은 트라우마

 생각해보면, 나는 참 많은 트라우마가 있었다. 부모 트라우마, 형편 트라우마, 교육 트라우마, 학벌 트라우마, 가난 트라우마, 재능 트라우마... 세세하게 늘어놓으면 아침 일어날때부터 자기 전까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트라우마를 깨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트라우마를 벗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트라우마에 맞서기 위한 노력들이였다는게 문제지. 그리고 그게 날 그렇게 옭아맬 줄은 몰랐지.


 유명한 사람들을 보면 그랬다. 어두웠던 과정을 거쳐 성공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저들처럼 현재 힘든 상황이니깐! 언젠가는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되겠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잘 헤쳐나온 그들을 존경했고, 사회에서도 항상 그들의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가르쳤다. 그리고 그게 날 그렇게 조급하게 할 줄은 몰랐지.


 하지만 나는 포인트를 잡아도 너무 잘 못 잡았다. 그들은 힘든 과정 속에서 벗어나려고 고군분투 하지 않는다. 환경에 자신을 가둔 채로 성장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한발짝 씩, 미래를 향해, 정상을 향해 나아갔을 뿐.


 반대로 나는 '트라우마'라는 족쇄를 스스로 채우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학벌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지만, 내가 잘난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 있지만, 난 정상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자신한테 자랑스럽다는 듯이 내비췄다.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난 가난했고 공부도 못했던'을 앞에 붙인채로. 노력했다. 노력했지만, 더 나아지는건 없었다.


 나에게 부정적인 부제를 달았으니, 당연히 힘들 수 밖에야. 어떤 말버릇을 가졌냐에 따라서도 미래가 좌우된다고 한다. 긍정적 말버릇과 부정적 말버릇. 당연히 성공한 미래는 전자에 있다. '왜'보다는 '어떻게' 에 집중해야한다.


 

크로아티아-드브로브니크


여행하던 어느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유난이 날이 풀리지 않았던 날이였다. 고되고 지친 여행이 계속 되던 날에 평소처럼 '나는 왜 이렇게 성격이 덤벙대는거야.'라고 채찍질하던 날에 갑자기 다른 3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렇기는, 그냥 그런거야.


  맞네? 왜 그렇기는? 내 뇌가 그런거든, 성격이 그런거든, 그냥 그런거잖아? 습관이고 성격인데 앞으로 고치기는 어지간히 힘들겠어? 뭘 그렇게 쟤왔던거지.


 돌아가지 않던 톱니바퀴가 걸려있던 나뭇가지 하나로 너무 쉽게 작동되는 느낌이였다. 그 이후부터 신기하게 성격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던 습관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우리집에 돈이 없어서... 하기야, 그냥 이 가정 아래에서 태어난거지, 뭐 어쩔것이여?', '난 너무 기억력이 딸려... 하기야, 딸리면 딸리는거지?' 


  '저는 불우한 집에서 태어났어요. 벗어나고자 미친 듯이 노력했어요.' 생각해보면 성공한 기업가들과 인플루언서들은 이런 말을 한적이 없었다. 그냥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끼워 맞췄던거지. 그들은 생각만 해도 열정이 샘솟는 곳으로 뛰어갔을 뿐이다.


트라우마란 참 진흙 구덩이같다. 빠져나가려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가는.


웃긴건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 '트라우마에 벗어나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고 싶어!!!'

내 과하게 무거운 두뇌에게 말하겠다. '친구, 그냥 그런걸세... 그러니 좀 쉬게...'


저는 실패나 포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가능성이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잘생긴데다 마인드까지 미치도록 멋진) 일론 머스크-



https://brunch.co.kr/@jiyun6666/8


작가의 이전글 사람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