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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 Apr 09. 2023

[오지롭게] 그녀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그녀의 마음속에 있었다.
굉장히 불안했다. 이렇게 놀아도 되나 라는 생각이 그녀의 불안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만 싶었다.
하지만 해야한다고,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었을까.


그녀의 불안 안에는 '시간을 허투로 쓰면 안돼'라는 강박이 있었다.
분명히 평생동안 빈둥빈둥 노는 돈많은 백수가 꿈이였는데, 그녀는 막상 아무것도 안하면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서, 또는 인정받지 못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그녀는 이사로 바빴기에 충분히 쉬어도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일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면서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이 드는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다. 왜 쉬는것도 제대로 못하냐며 스스로에게 면박을 주었다.


쉰다는거. 그녀에게는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쉬면 안돼."
"나는 이렇게 쉬면 안되는 존재야."
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안다. 이럴때일수록 더 아무것도 안하고,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소리를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거도 안한다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일을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머리속에는 '해야 해.' '해야만 해.' 라는 목소리가 따라다녔다.
그만큼 그녀는 힘들었던 것이다. 자신을 가만두지 않으면 안된다는 신념이 생길만큼 고통스러운 무언가가 있었다. 그 무언가를 알 수가 없었다.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우 답답했다.
무엇이 그녀를 스스로 옥죌만큼의 고통을 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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