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arpe diem Jul 23. 2020

EP3. 사랑이 찾아왔다

~ing

중독(명사)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는 지극히 부정적이다. 독성에 의한 기능 장애, 술이나 마약, 견디지 못함, 병적 상태, 정상적으로 판단이 불가한 상태 등 사전적 의미 어디에도 긍정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중독’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매력 덕분에 단조로운 일상이 새롭게 다가오고 아스팔트 위 아지랑이마냥 쉬이 일렁이기도 한다.




 너를 향한 내 마음은 ‘중독’임이 분명하나 셋 중 어디에도 명확히 해당되지 않으므로 정확한 정의를 내리긴 어렵다. 네가 어떤 독성을 지니고 있는지 판단할 겨를 없이 스며들어 너를 곁에 두고도 그리워하는 걸 보면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건 분명하다.

 “나 방금 신기한 경험을 했어.”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나간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그냥 매일 똑같이 보던 것들이 뭔가 더 아름다워 보이더라는 너의 말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를 굳이 물어 원하는 대답을 듣고서야 나를 바라보는 너의 살뜰한 마음을 자꾸만 확인하고 설레는 나를 발견했다. 당신을 생각하느라 늘 보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마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달리 보였다는 너의 솔직함이 표현에 인색한 내 비겁함과는 참 많이 달라 굳게 닫아 놓은 마음의 빗장을 스멀스멀 열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아, 정말 예쁘다.”

 네 두 손에 담뿍 내 얼굴을 담아 한참을 샅샅이 살피더니, 꾸밈없이 직설적인 말로 마음을 녹이고 입을 맞춘다. 온전히 내게로 향한 너의 꽉 찬 마음이 온통 내 생각뿐인 게 거칠고 투박해서 되려 마음을 놓고 내 몸과 마음을 한껏 기댄 채 너로 가득 채운다.
 두 눈에서 볼로, 콧잔등 위로, 입술로 황홀한 네 시선이 구석구석 자리하는 순간 더디게 흐르던 시간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네 눈이 자리한 곳마다 네 입술은 조심스럽게 내 몸 곳곳을 탐닉하고 따사로운 네 손길까지 온기를 더하고 나면 어느새 너에게 젖어버린 나와 아무리 쏟아내도 채울 줄만 아는 너만 남는다. 그렇게 옳고 그름, 감정의 무게, 사랑의 정도를 판단하는 일은 무의미한 상태에 이르고 만다. 결국, 무미했으나 비교적 단단했던 삶의 균형은 무참히 흔들리고 알 수 없는 욕심과 기대감에 언젠간 이 사랑도 끝날지 모른다는 기우까지 더해 멀리하던 사랑이 찾아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사랑의 종착점은 결국 결혼인 건가 수없이 반문하고 지난 사랑을 공격했던 내가 맞나 싶을 만큼 너와의 결혼을 상상하고 너와의 미래를 그려보는 지금, 지나치듯 너에게 건넨 내 말들을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몰래 하나둘 실천하는 네가 내 곁에 있다.

내 지난 아픔들마저 오롯이 품고 그 얼룩마저 사랑할 마음으로 두 팔 벌려 꼭 안아주는 네가 유독 그리운 토요일 오후, 네 품에 담쑥 안긴 내게 넌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매거진의 이전글 EP2. 나의 밤, 우리의 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