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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pe diem Aug 05. 2020

EP6. 완벽한 치유란 없다

녹록지 않았던 순간들에 대하여

상처는 생각보다 쓰리고
아픔은 생각보다 깊어가
- 정준일, ‘안아줘’


 예기치 못한 사고에 놓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스스로 체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작은 일엔 쉽게 흔들리는 주제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 앞에 되려 초연해지는 게 스스로 대견하면서도 무서워 낯설었으나 타의 추종을 방불케 하는 지구력 덕분에 살 만했다.
 
 어쩌면, 자존심이 강해 어쭙잖게 아프다 말하는 게 싫어서 스스로 다독이며 버텨내기 급급했다는 표현이 더 옳은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제풀에 지쳐 원망할 대상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얄궂은 운명 탓으로 돌리고, 곧 탄탄대로일 내 사주 풀이를 믿어보는 것으로 잠시 위로하곤 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는 친구의 말에 반기를 들 정도로 난 오기를 부렸고 무튼 원하던 대로 단단해졌다. 적어도 3일 전까진 그런 줄 알았다.

네가 아니었다면 난 영영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 사랑받는 법도.


 영화 속 여자가 탄 택시가 전복되고 눈 앞에서 사랑하는 이가 죽는 순간을 지켜보게 된 남자의 모습에 저런 상황이라면 마음이 어떨까 물으려는 찰나, 이미 두 눈 가득 눈물을 머금은 연인 앞에 나도 속수무책 무너져 내렸다.


 우리에게 일어난 일도 아니고 어디서든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극적인 상황이라 새삼스럽지 않을 거라 여긴 내가 무심했던 걸까. 저런 상황이 온다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닐 것 같다며 절대로 안 된다고 수없이 되내는 상대의 진심이 투명하게 툭 불거져 어쩔 줄을 모르다 함께 우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깨달은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 사람보다 더 서럽게 목놓아 우는 나에게 그 이유를 묻기보다 조용히 보듬어 가쁜 숨을 고르는 나의 등을 토닥이는 걸 택한 연인의 살뜰함 덕에 실은 이겨낸 게 아니라 버텨냈을 뿐이란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오랜 침묵을 깼다.


크게 힘들이지 않았으니 힘들 것도 없다 여긴 순간들이 실은 억지로 힘주느라 고된 시간이었음을 위로받았다.


 ‘녹록지 않은 순간들로 가득한 삶이었다.’


 그제야 내 지난 시간을 마주하고 시원스레 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견고한 줄 알았던 딱지도 툭 떨어져 나갔으니 새살이 돋아날 게다. 수없이 어루만지고 보살피는 것만이 상처 난 자리에 남을 생채기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알았다.
 


상처는 완벽하게 치유될 수 없기에 아픈 자리를 수없이 어루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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