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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pe diem Jan 28. 2021

EP9. 사랑하려거든

제발 그런 사람 만나지 마오


 작년 12월, 브런치를 통해 흥미로운 제안이 왔다. 고민을 하는 사람과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을 연결해 주는 앱의 관리자 분께서 사랑에 관한 내 글을 보고 연애 카테고리 상담자가 되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내용이었다. 고민을 털어놓을 기회를 제공하는 앱이라니. 하긴, 가까운 사람들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게 더 힘든 일이니 숨통 트이는 공간 하나쯤 있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럴 때 인터넷의 익명성은 장점이 되어 주기도 하니까.


브런치를 통해 온 제안서 한 통


 답변자 승인이 난 후 꽤 많은 고민들이 쏟아졌다.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된 문제점은 하나였다. 상대는 이미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아직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뭔가 잘못되었고 놓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지만 이상하게 화가 나고 미련이 남아 상대를 떠나보낼 수 없어 힘듦을 토로했다. 결국, 그 사랑 안에 ‘나’는 이미 없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


 일본의 심리학자 나이토 요시모토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라벨 효과’를 소개했다. 말 그대로 긍정의 말을 하면 상대는 긍정적 태도로 변화하고, 부정의 말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태도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관계에서 통용될 수 있으며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비난하는 말을 자주 하거나, 화가 난다고 해서 욕설을 쉽게 내뱉는(욕설은 말이라 보기 어려우니 내뱉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사람과 관계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만나는 상대를 두둔하며 하는 말이 있다. “평소에는 괜찮은데...” 평소에는 누구나 괜찮다. 위기에 놓였을 때 본인의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힘들 때 ‘쉽게’ 놓아버리는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


 코로나로 취업도 힘들고, 그나마 있던 직장도 잃기 일쑤인 일상을 살고 있다. 당연히 결혼하는 사람도 줄고 아이를 낳는 부부는 더 줄었다. 참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사랑은 사치인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섣불리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힘든 시기라고 해서 모든 사람이 상대를 ‘쉽게’ 놓아버리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쉽게’라는 부사어이다. 위기 상황에 모두가 유연할 수는 없지만 적절히 대처하고 타개하려 노력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자신의 어려움을 이유로 도피를 하는 것은 물론, 상대의 어려운 상황을 핑계로 이별을 고하는 사람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위기는 있고, 버티기 힘든 순간은 존재한다. 쉽게 상대를 놓아버리는 사람은 어려운 순간 가장 먼저 나를 놓아버릴 가능성이 크다.


 “자격지심 있는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


 개인적으로 사랑하기에 최악의 상대는 ‘자격지심을 지닌 사람’이다. 위와 같은 맥락으로 위기의 상황에서 실패하더라도 건강하게 극복한 사람은 상대가 자신보다 나은 상황이라 해도 쉽게 비교하고 좌절하지 않는다. 자격지심은 좌절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발현이 되는데,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허황된 거짓말을 일삼거나 상대의 허점을 눈덩이처럼 불려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결국 자격지심은 관계를 망친다.



 만나지 말아야 할 유형에 대한 화두의 끝에 내린 결론은 늘 하나다.


자존감을 높이는 게 중요해요.


 정말 무책임할 정도로 어떤 분야에서든 자주 던져지는 화두가 ‘자존감 회복’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말만은 정말 안 하고 싶지만 사랑 그리고 남녀관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장본인으로서 내가 찾은 해답도 결국 ‘자존감’이었으니, 별 수 없다. 사랑에서도 결국 자존감이 정답이다. 상대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에 퐁당 빠지는 것도 물론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나를 버리고 상대를 사랑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는 건 대단한 욕심이고 지나친 환상이다. 스스로 귀하게 여겨야 상대도 나를 귀이 여긴다. 그게 선행되어야 비로소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의 만족도도 행복의 기준도 결국 나에게 달린 셈이다.

 고민 상담 시간이 끝날 무렵, 나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내게 묻는 질문 또한 결은 늘 비슷하다.

 “카르페디엠님은 지금 행복하세요?”


 “네, 저는 행복합니다. 10년이란 오랜 연애를 마무리할 땐 죽도록 힘들었지만, 지금의 제가 있기 위한 자양분이었으니 그 이별 또한 지금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사랑은 둘이 함께 하는 거지만 이별은 각자의 몫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으나 이제라도 알았으면 된 거죠. 오롯이 혼자일 자신이 섰을 때 만난 사람과 결혼한 지금 더없이 행복합니다. 나답게 사랑할 수 있는 지금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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