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평균 36.5도 유지하기
[prologue]
요즘 교사들의 삶을 어쭙잖게나마 대변하고 싶어 쓴 글에 많은 분들의 구독과 응원과 격려가 쏟아지는 이번 주말, 학교 이야기를 계속 써야 하나 혼자 고심했다. 그러나, 학교 이야기뿐 아니라 ‘삶’과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내 주변을 그리고 내 사람들을 그리고 또 내 마음을 글을 쓰며 돌아보기로 했으니 편안한 일요일 아침, 내 마음과 내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글을 가볍게 적으며 한숨 돌려야겠다.
7년 전, 한동안 내 상태 메시지는 ‘연애의 온도’였다. 당시 개봉을 앞둔 영화의 제목이기도 했고, 자꾸 입에 맴돌아 영화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막연히 매력적인 그 말이 마음에 들어 꽤 오랫동안 상태 메시지를 바꾸지 않고 있는 내게 친한 동생이 안부도 물을 겸 뜬금없이 말을 걸어왔다.
“언니, 몇 도야?”
“글쎄…. 36.5도?”
“왜?”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오래 못 가잖아.
그러니까 인간의 체온 36.5도, 아닌가?”
”맞네. 그럴싸하다. “
생활처럼, 습관처럼 그렇게 젖어드는 사랑이라면 유별나진 않아도 잔잔하게 오래 가진 않을까? 가끔은 뜨겁고 때로는 차가워도 평균을 지나치게 벗어나지 않는 범주의 따스함이라면 믿고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안고, 본의 아니게 기다리게 된 영화를 본 소감은 ‘감정이입’ 한 단어면 충분했다. 갑자기 다가와 한 달 동안 뜨겁게 사랑하고 별 거 아닌 일로 장렬히 불태우고 푸시시 꺼져 버린 사랑 앞에 무기력하게 지쳐있던 차에 영화 속 여자 주인공인 ‘장영’에게 스스로를 투영해 남자 주인공 ‘동희’에게 쌍욕을 마음껏 쏟아내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별 거 아닌 시시콜콜한 사랑 이야기에 격분한 나도 우습지만 그럴싸한 영화 제목으로 잘 포장한 영화감독도 참 대단하다 혀를 내두르던 찰나, 그럼 사랑이 뭐 별건가 반문하니 할 말이 없어져 입을 다물었다.
더는 뜨거울 수도 차가울 수도 없어 미지근하기만 했던 사랑의 끝자락에 서서 포옹하고 입을 맞춰도 공허하기만 하다고 따져 물을 수조차 없다는 게 절망스러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내 오랜 연애는 저체온증에 시름시름 앓기만 했다. 연애의 온도가 사람의 체온과 같아야 오래갈 수 있지 않을까 무심결에 내뱉은 건 적당히 식어버린 사랑이라면 알맞게 덥히려 노력하는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에 기인한 것이다.
때론 뜨겁게 때론 차갑게
아프면 아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