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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pe diem Feb 08. 2021

05. 임신 중에도 다이어트

 

 365일 내내 다이어트를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야 하는 비루한 몸뚱이를 가졌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 숨만 쉬어도, 물만 마셔도 살이 쪄서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살이 찌니 철저하진 않아도 늘 신경 쓰며 살아야 하는 처지다. 결혼과 임신 전, 다이어트를 위해 간헐적 단식도 하고, 하루 한 끼는 일반식, 나머지 한 끼는 샐러드나 고구마 등 가벼운 식단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급식을 먹으면 살이 쪄서 독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고, 퇴근 후 되도록 매일 필라테스 한 시간 혹은 걷기 두 시간을 실천했다. 그렇게 노력해서 1년 만에 20킬로 가까이 체중 감량을 하고 유지하는 동안 아이가 생겼다. 나이 마흔에 솔로였던 나에게 임신은 더욱 남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건강해지니 불가능이라 여기던 게 가능한 게 되어버린 것이다.

 의학적 기준으로 만 35세 이상이면 ‘노산’이라는데, 만 39세인 난 나이만으로도 고위험군 산모에 해당하니, 임신 초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기만 했다. 임신 5주에 선명한 두 줄을 봤지만 혹여 내 잘못으로 아이를 잃진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스트레스가 독이 될까 싶어 이런 걱정마저도 걱정해야 하는 쫄보로 전락해 전전긍긍하는 사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남은 필라테스 3회는 자연히 날아갔고 하루 이만보씩 걷던 걸 만보 이하로 줄이면서 임신 초기를 무사히 보냈다. 하던 활동을 줄이니 자연히 몸무게는 늘고, 또 다른 스트레스는 시작되었다.


작년에 비해 걸음이 현저히 줄었다


 문제는 식단이었다. 임신인 걸 알린 후, 모성애의 화신인 우리 엄마의 과잉보호가 시작되었다. 일주일에 두어 번 엄마 집에 가는 날이면, 임산부는 무조건 잘 먹어야 한다며 한 끼에 육해공이 모두 들어간 식단을 한상 가득 차려주었다. 나이 들어 임신한 딸내미를 위해 종일 준비했을 엄마를 봐서라도 야무지게 잘 챙겨 먹어야 했다. 엄마의 사랑이 가중될수록 내 몸무게는 차곡차곡 늘었고 아무래도 엄마 집에 들르는 횟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먹고 싶은 거 없냐며 매일 챙겼고, 사양하는 횟수가 세 번 이상 반복되고 나면 엄마의 서운한 내색은 시작되었다. 반찬과 과일을 한가득 준비해놓고 기다리는 엄마에게 가는 날, 예정된 한 끼 포식은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하고 나머지 한 끼를 거르거나 가볍게 먹는 것으로 대신했다.


저녁은 ‘되도록’ 가볍게!


 출산까지 몸무게 증가의 허용치를 10kg 이내로 잡고 시작했는데, 무리였던 걸까. 한 달에 2kg 이상 늘면 안 되는데 임신 중기에 접어들자마자 3kg이 훅 늘어 결국 의사 선생님에게 살짝 조절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임신성 당뇨검사를 이틀 앞두고, 한 달째 체중계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새 임신 25주에 접어들어 잠깐만 걸어도 슬슬 숨이 차는 게 체력도 예전 같지 않지만, 운동도 식단도 꾸준히 가볍게 가보자 작심해본다. 임신을 해도 놓여나질 못하고 다이어트 네 글자에 얽매여야 한다는 게 조금 서럽기도 하지만, 늦은 나이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를 위해, 그리고 출산 후 나의 건강을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일 테니까. 체질량지수(BMI)와 비례해 보통 체격인 나에게 적정한 권장 체중인 13kg을 최대 허용치로 두고 건강하게 출산하는 걸 목표로 오늘도 마음만은 건강한 다이어터로 살아간다.



사랑하는 우리 , 축복아! 둥글게 나오는  주위로 군살이  붙어도, 잦은 태동에  울렁거려도  존재감만으로도 행복이 건강하게만 자라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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