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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Jul 13. 2021

나에게 잘하는 사람에게 잘 하자

넌 그러다 섬이 될 거야

티비를 보다가 내 마음에 비수를 꽂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 사람과 저는 관계를 길게 이어가지 않아요.’


나도 그런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속상해 한 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웬만하면 관계를 이어나가는 쪽이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안부를 묻고, 간혹 기분 나쁘게 연락이 끊기면 한 참 후에 아무렇지 않은 척 연락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반복적으로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끊어내기는 했지만 연락을 안 하는 건, 아니. 나와의 대화를 하찮게 만드는 사람들과의 연락은 과감히 끊어내지 못했다.

다행인 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관계에서 과감하게 연락을 끊지 못했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왜 그 사람은 나의 연락을 하찮게 생각하는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그러더라. 그런 사람들 대부분은 모든 사고가 자기중심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 같은 걸 모르는 것 같다고. 자기가 그런 행동을 달하면 파르르 떨지만 남에게 같은 행동을 할 때는 그런 걸 모른다고.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거라고.

그래 맞다. 내가 생각할 때도 그렇다.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도 몇 달 전 나에게 자기는 항상 먼저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데 그 사람들이 자기 연락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속상하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들은 나는 너무 놀라서 다음 말을 잊어버렸다.

‘네가? 네가 그런다고?’라고 묻고 싶은 것 말고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아 그렇구나’로 답장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남의 이야기 따위 듣지 않는 그 사람은 자기 이야기만 이어나갔다.

“나는 사실 결혼한 친구들에게 선물도 하고 아기 낳으면 선물도 주고 그랬는데 나는 그게 아까워. 정작 그 친구들은 나에게 해준 게 없잖아.”

“네가 같이 하자고 했을 때도 나는 참 그랬어. 나는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계속 이렇게 선물만 하다 끝날 것 같았거든. 고마워 하기는 할까?”


오 마이 갓. 자기는 매 해 내 생일에 생일 축하 인사만으로 입 싹 닦아놓고. 내 선물은 받아 챙기면서 매번 빈손이었으면서 친구에게 준 선물이 아깝다고? 자기만 챙긴다고?

내가 아는 한 그 사람은 자기가 손해 보면서 누구를 챙기는 사람이 아니고 선물 역시 자기가 먼저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물론 아깝다는 생각은 들것이다. 그런데 진짜 잘못 생각하는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나도 알려주고 싶었다.

‘너는 그럼 왜 맨날 나한테 받기만 해?’

하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물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쉬지 않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고등학교 동창들끼리 친했는데 마저 한 명 남은 친구가 결혼하면서 연락이 끊겼다. 또 그중에 한 명은 자기가 애기들 선물도 종종 사주고 챙겼는데 자기한테 연락도 없고 심지어 생일도 모르는 척했다는 거다. 여기서 그 사람은 또 같은 말을 했다.

“내가 해준 게 얼마인데.”


물론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계속해주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면 아깝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무언갈 줄 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언갈 기대하고 한 게 아니라 내가 해주고 싶어서 했기 때문에. 내가 주는 건 물건이지만 마음이었고 그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면 나는 그걸로 좋았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받게 되는 걸 알면서는 더더욱 마음을 주는 일을 즐겁게 생각하려고 한다. 매번 무언가를 할 때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뭘 해줬지?’를 계산하면 너무 괴롭지 않을까?


끊임없이 계산을 하는 저 사람은 자기의 말에 내가 호응해주지 않고 바른말을 하자 내 메시지를 읽고 씹어버렸다. 내가 ‘어머어머 너 정말 속상하겠다.’라고 했다면 달라졌을까? 달라졌을 것이다. 신이 나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계속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공감과 호응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난 읽씹을 당했고 아직까지 그 사람과 연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도 먼저 연락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방송에서 한 얘기처럼. 모르는 누군가가 한 말처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나도 마음을 주고 싶지 않다. 내 옆에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기에도 벅차다.

나 하나 챙기기에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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