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고는 안 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걸 사람이라 하는 게 맞을까? 사람은 사람인데 만난 적도 없고 실제로 아는 사이도 아니니까 이거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까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좋아한다고 하면 좀 웃기다. 좋아한다는 말은 맞지 않는 것 같고 궁금하다. 그래 궁금하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나에게도 혹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면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바란 이상형이 있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게 책 읽는 사람이다. 나는 책 읽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책을 읽고 무슨 책을 읽었는지 뭐가 좋았는지 그리고 뭐가 아쉬웠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리고 그런 대화의
시간이 나는 좋다.
나는 나보다 무언가를 많이 아는 사람, 심지어 다른 친구들은 극혐 하는 선생질 하는 사람도 좋아했다. 그건 아마도 나에게 지적인 결핍이 있었고 그걸 채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지적인 결핍은 내가 누군가보다 모자라거나 못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결핍이 왜 생겨났는지는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적인 결핍이 있고 나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나보다 조금 더 똑똑한 사람을 주로 좋아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상형은 일단 나보다 똑똑한 사람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거기에 책을 읽는 건 필수 사항이다. 나는 지적인 것이 공부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책의 종류는 정말 다양해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글을 써서 먹고사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장르를 다 접하지는 못 했다. 그래서 서로 읽은 책을 공유하고 책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감성이 맞아야 하더라. 너무 다르면 느끼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대화가 겉도는 느낌이 든다. 나에게는 그 대화가 나의 지적인 결핍을 채워주기도 하지만 나와 얼마나 맞는지를 알게 되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 사람과 그런 대화를 해본 적은 없다. 그냥 좋다고 말 한 책이 실제로도 좋았고, 내가 읽은 책을 읽고 있었고 내가 쓴 글에 공감해주었다. 그걸로 이 사람과 감성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보고 싶어 졌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요즘에는 감성이 맞는 사람을 찾는 게 힘드니까. 남자고 여자고 뭐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디 살고 그런 거 말고 오늘 읽은 시를 이야기하고 어제 읽은 책을 이야기하고 싶다.
감성이 닿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