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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Sep 12. 2021

알고 있지만

이렇게 내 연애세포만 풀로 채워두고 어쩔 거야.


 그 시절, 나도 그랬다.

 나도 내 멋대로 생각하고 상상해서 결론을 지어놓고 질문을 던졌다. 이미 내 안에서 결론이 나있던 문제들은 어떤 얘기도 들리지 않았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소중한 것을 잃었다. 그것도 여러 번.

 그게 두려웠다. 행여 내가 믿는 것이 거짓일까 봐.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까 봐. 내가 내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그 사람이 사실은 나를 사랑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그래서 나는 먼저 나의 노선을 정해놓고 그대로 움직여지지 않으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 단정 지었다.




 한 창 핫했던 드라마 ‘알고 있지만’을 보고 있다. 친구의 소개로 ‘돌 싱글즈’를 보면서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조금 살아났는데 ‘알고 있지만’을 보면서 세포가 증식해 완전히 가득 차버렸다. 그리고 어린 날의 내가 생각났다.

 왜 우리는 할 말은 하지 않고 자기 혼자 결정을 짓는 걸까.

 대체 저 친구들은 왜 진짜 이야기는 하지 않고 계속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걸까. 아니다. 왜 계속 자기들에게 상처를 주는 걸까.

 그 생각을 첫 회부터 계속했다. 그러다가 내가 생각이 났다. 나도 내 친구들도 다들 그랬다는 걸. 모두 다 그러는 중에 간혹 안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너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내 물음에 한 친구가 나에게 되물었다.

 “너는 되게 솔직한데 왜 남자에게는 안 솔직해?”라고.


 사람들은 내가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맞다. 나는 솔직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모든 걸 가감 없이 말하는 사람은 또 아니다. 모든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는 내가 있고 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는 일엔 조심한다. 아마 연애에 있어 솔직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상처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어서일 거다.

 저 친구들도 그렇겠지. 행여 자기가 상처 받을까 봐 물어볼 걸 물어보지 못하고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해서 결국 나에게 중요한 사람을 놓치는 거겠지.

 용기 있는 사람이 사랑을 얻는다는 말은 아마 내가 상처 받을 줄을 알면서도 솔직하게 직진하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그런데 나는 아직도 용기가 없는 것 같다. 뭐랄까. ‘이번에는 솔직해야지’하다가도 금세 움츠려 든다. 나비처럼. 재언이처럼.

 아. 근데 얘네 너무 예뻐.

 나 송강이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지 처음 알았다.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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