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가시려거든 조용히 가주세요.
어머나 시간도 음산하지. 4시 44분이네?
늦게 일어나지도 않았고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나는 이 시간까지 못 자고 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맘껏 늦잠을 자지도 못 하는 날이라 한 시간이라도 자고 싶은데 눈이 점점 또렷해진다.
나의 불면은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아무 일 없이 편안한 날에도 물론 불면증으로 힘들 때가 있지만 대부분 잠을 못 자는 날에는 무언가 내 신경을 건드리거나 마음을 건드렸던 날들이 많다.
어제는 너무 답답하고 막막해서 눈물이 다 났다. 뭐랄까. 내가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자신감이 자꾸만 떨어진다. 나는 원래 나 잘난 맛에 살던 앤 데 요즘 들어서 아니 이 일을 하면서 한 번씩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엄마들의 마음은 갈대보다 더욱 가볍고 내가 수업을 잘하는 거랑은 다르다. 수업은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고 그 외적인 것들로 수업을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간혹 수업보다 자기 아이를 얼마나 챙기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들도 있는 거 보면 이 엄마들이 학원을 보내는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기 아이의 성장엔 내 역할이 컸고 내 덕에 좋은 아이로 자라게 됐다며 극찬을 보냈던 엄마가 이제는 ‘우리 애가 뭐가 좋아지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한다. ‘오 마이 갓’ 내가 키운 거나 다름없다고 한지 일 년도 안 지났는데 이런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내가 느낀 아이의 문제점을 말했고 극단적으로 “지금 그만두면 앞으로 그 아이는 어머니가 원하는 글을 못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해버렸다. 맞는 말이다. 너무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아이가 엄마가 바라는 대로 감성적인 글을 아무 노력 없이 쓸 수 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간혹 글쓰기 교육이 쉬울 거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제일 어려운데 그건데.’
내 생각을 말로 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글로 쓰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 그것도 그냥이 아니라 잘 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마 써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 거다. 뭐 워낙 감정표현에 능하고 글쓰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있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10명 중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일이다. 더욱이 아이 스스로 그걸 깨고 나오는 건 더 힘들다. 그리고 그건 스킬로 절대 되지 않는다.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논술 수업을 받았었다. 그런데 나는 그 수업이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재미가 없었다. 6학년 짜리들에게 발음 연습을 시켰고 열심히 스킬을 가르쳤다. 모든 스킬이 나쁘다는것이 아니다. 아이의 수준에 따라 스킬을 배워야 할 시기가 있다. 그런데 그런걸 고려하지 않고 스킬만 배운다면 결국 이 아이가 논술이 필요한 그 순간에는 그 어떤것도 활용을 할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좋은 글은 내 생각을 솔직하지만 재미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재미는 웃긴 재미가 아니라 읽을 때의 재미다. 그런데 내가 배운 스킬에서는 내 생각은 뒷전이고 들어가야 하는 말 같은 걸 배웠다. 나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 이야기를 쓸 곳이 없었다. 결국 나는 그 수업을 한 달 만에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했고 엄마는 그러라고 했다. 그 이후에도 나는 글을 잘 쓰는 아이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떤 글이든 내 생각을 우선으로 썼지만 학교에서 원하는 글쓰기는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겠다 쓰는 글이었으니까.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내가 쓰는 편지마다 친구들이 감동을 했다며 답장을 보내줘서 알았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대필을 해주는 걸 읽어본 담임선생님 때문에 알게 됐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나는 작가가 됐다.
엄마들이 나에게 묻는다.
“선생님은 어떻게 글을 잘 쓰게 되셨어요?”
어머니. 저는 스킬을 배우지 않았어요. 대신 내 이야기를 말과 글로 표현했어요. 그리고 책을 읽었어요. 글은 어떤 틀에 갇히게 되면 다시 나오기가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