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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Ah Feb 04. 2022

나이 많은 청춘도 청춘이잖아

연애 고민도 좀 해보자 청춘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다. 나와 내 가족, 내 친구들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한 번도 생기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런데 역시 사람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내가 밀첩 접촉자라니!’


 지난주에 다른 원장님과 같이 밥을 먹었고 며칠 후 확진자와 밀첩 접촉자라 검사를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이젠 내가 밀접 접촉자가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난 음성이 나왔고 3차 접종 자라 자가격리를 하지 않아도 됐다. 물론 밀접접촉자라 조심해야 하지만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그날 하루만 집에서 대기했을 뿐 자유롭게 움직여도 됐다.

 그렇지만 집에는 갈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제 다 어른이라 보호해야 할 어린이가 없을뿐더러 모두 다 3차까지 접종을 완료했지만 걱정이 됐다. 음성이 나왔다가도 양성이 나오기도 하니까. 행여 내가 갔다가 갑자기 양성이 나오고 그게 우리 할머니나 엄마 아빠에게 전염이 되면 큰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 설에도 혼자 보내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나는 명절에 자주 혼자 있었다. 나에게 아무 일이 없었을 때도 혼자 지낸 명절을 이런 일이 생겼는데 당연하지.




 금요일에 연락을 받아서 나는 총 6일을 집에 혼자 있었다. 모처럼의 휴가라고 생각하고 실컷 쉬려고 했는데 막상 밖에 안 나가는 것이 아니고 못 나가게 되니까 너무 갑갑했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도 못 견디겠고 자는 건 더 따분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하지도 않았다. 그냥 따분해하며 집안을 서성였다. 그러다 예전에 친구가 꼭 보라고 알려준 ‘청춘시대’를 보게 됐다. 시즌2가 끝난 지도 5년이나 된 그 드라마를 나는 시즌1, 1화를 재생시켰다. 대학교를 졸업한지도 한참 자나서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아마 이 드라마가 없었으면 나는 우울증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속에는 내 친구 같은 친구, 나 같은 친구, 어딘가에 있을 법한 친구들이 나왔다. 어디에든 있을 것 같은 성격의 친구들이 나와서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이었다. 그곳에 사는 친구들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같이 나누었고 보듬어줬다. 그리고 그 시절 누구나 했을 법한 고민들을 나누고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모든 인물들의 이야기가 다 재미있었지만 나를 설레게 만든 건 ‘유은재’였다. 와 나 은재랑 종열 선배 보면서 얼마나 설렜다고. 시즌2에서 둘이 헤어진 거 알고 내가 다 아쉬웠다. 물론 그때는 장훈이랑 은이의 알콩달콩 썸 타는 게 나를 설레게 해 줬지만 은재네만큼은 아님 ㅠㅠ




 그렇게 나는 6일 동안 티비를 보거나 책을 보며 보냈고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했다.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고 뭐가 먹고 싶다는 둥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중에 초인종이 울렸다. 인터폰 가까이 가서 보니까 최근에 알게 된 원장님 남편이 서 있었다. 문을 열어드리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원장님. 김밥 먹고 싶다고 해서 내가 우리 꺼 싸는 김에 더 쌌어. 먹고 힘내요.”

 

 그 원장님과 카톡을 하는데 김밥을 싸신다길래 먹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분에게 배달을 시키신 것이다. 내가 뭐 대접할 겨를도 없이 남편분은 문고리에 김밥과 일용할 간식이 담긴 쇼핑백을 걸어두고 가버리셨다.



그리고 내가 꼭 읽었으면 좋겠다는 책 두 권도 주고 가셨다. 이 원장님은 나만 보면 결혼하라고 성화인데 내가 요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더니 저 책을 보고 결정하라며 쇼핑백에 함께 담은 것이다.



 김밥은 받아서 바로 썰어 먹었다. 맥주와 함께. 그리고 청춘시대 시즌 2를 재생시켰다. 그곳에는 풋풋한 20대 청춘들이 나온다. 그리고 이곳에는 농익은(?) 30대 청춘들의 삶이 있다. 어쩌면 40대.ㅎㅎ

 청춘시대를 보며 내 곁에 항상 있어주던 친구들이 보고 싶었었다. 물론 나를 빠짐없이 알고 있는 친구들은 내 옆에 없지만 대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내 옆에 있어준다. 그때의 고민과 지금의 고민은 많이 다르지만 우리는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 응원해주기도 한다.


 비록 명절에 혼자 있었지만 곁에 있어주는 청춘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자 이제 연애 고민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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