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려는 거야
한 때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면 글을 쓰면서 풀었다.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서였는지 귀찮음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글도 써지지 않았고 책도 읽히지 않았다. 읽으려고 사둔 책들이 쌓여가고 있었지만 그 책들을 보면서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너무 글을 쓰지 않는 게 죄책감이 들었다.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나는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가지 않을 방법들을 생각해보았는데 가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이곳에 계속 있다가는 나를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이곳을 떠나는 게 맞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가장 큰 게 아이들이었다. 3년 넘게 함께한 아이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가나다라 도 몰라서 책도 혼자 읽지 못했던 아이, 글을 쓰기 싫다며 울던 아이, 장난도 심하고 어리광도 심하지만 뭐든 다 잘하는 아이 등등 한 명씩 한 명씩 생각이 났다. 오늘은 누구, 다음 날은 또 누구 이렇게 떠올라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어제 ‘스물다섯, 스물 하나’를 보면서 내가 왜 망설이게 됐는지 알았다.
나는 내가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보란 듯이 성공해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이곳에 올 때 꿈꾸던 건 이렇게 올라가는 모습이 아니었는데 뭐 하나 이루지 못하고 올라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제 식당에서 할아버지들이 희도를 응원하는 장면에서 느꼈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실패한 것이 아니라는 걸.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망한 건 아니라는 걸. 아직도 나에게는 많은 학생들이 있고, 나를 믿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걸 실패라고 표현하는 건 나를, 나의 노력을 폄훼하는 거라는 걸 알았다.
나는 실패하지 않았다. 3년 동안 아이들을 큰 대회에 내보내 상도 받게 했고,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으니까. 나를 믿고 보내주는 어머니들도 있고 나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으니까.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 역시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이젠, 실패가 아니라 성공해야지.
할아버지들 응원을 보면서 우리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분명히 잘했다고 응원해주실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