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 아니다.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나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문득문득 이런 게 외로움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어느 날밤이 있다.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져 공기 중의 먼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슴이 너무 아려와 눈물을 왈칵 쏟아 내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그러 날이면 가슴 한편 어딘가에 멍울이 생겨버렸는지 웅웅하고 뭉뭉해진다. 누군가 나의 심장을 두 손으로 움켜쥔 체 꽉 죄이는 느낌이다.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 친구가 개소리하지 말고 병원에 가 보라 했다. X새끼 이런 날에는 독한 술과 반신욕이 당긴다. 욕조 안에 물을 받을 동안 차갑게 생긴 유리잔안에 단단하게 얼린 각얼음을 넣고 그 안에 위스키를 가득 채워 넣는다. 발그레한 노을빛이 잔 안에 채워진다. 위스키 향기가 진하게 코끝에 맴돈다. 향기만 으로도 내 심장의 괴롭히는 무언가가 가라앉는 느낌이다. 욕실 안에 뿌옇게 안개가 퍼져있는 모습이 이 세상과 저세상을 갈라놓는 어떤 것 같았다. 위스키 한 목음을 넘겼다. 찌릿한 기운이 오장육부를 자극하는 듯하다. 알 수 없는 감각들이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자극시킨다. 잔을 욕조 근처에 내려놓고 욕존안에 차분히 발부터 담근다. “X발 X나 뜨겁네~” 물의 온도 때문에 한겨울이었던 내 몸의 감각이 경칩이 되었다. 잠시 쭈그려 앉아 언더락을 들고 욕조 안의 물을 물끄럼히 쳐다보며 물멍을 하였다. 내 마음도 이물의 온도처럼 뜨거워졌으면 좋겠다는 슬픈 꿈을 꿔본다. 괜히 욕잔안에 물에게 시기와 질투라는 감정이 생겨 차가운 물을 틀어 물도 내 마음의 온도처럼 차갑게 식혀본다. 새끼손가락을 욕조 안 물속에 찔러 넣었더니 점점 식혀져가는 물에게 왜인지 잔인하다는 마음이 생겨 차가운 물을 잠근다. 욕조 안의 물 온도가 봄과 같아 다시금 발부터 차근차근 몸을 담근다. 서서히 몸이 물 안에 잠길 때마다. 저릿저릿한 감각이 살 어름이 깨질 때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 몸이 한여름날 뙤약볕에 버려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노곤해졌다. 극락이 있다면 이런 것일까!! 이 기분을 더욱더 보태기 위해 언더락에 있는 위스키를 한꺼번에 꿀덕꿀덕 넘겨버린다. 알콜이 심장에 바로 오는 것처럼 어떠한 신비로운 기운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는듯했다. 점점 모든 것들이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쓰레기처럼 느껴졌던 모든 상황들이 파스텔 분필로 덧씌어진다. 모든 것들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일들처럼 느껴진다. 알고 있다. 이런 기분의 소비기한이 있다는 것을 지금 이 기분이 사라지면 평소보다 후유증 때문에 더한 고통이 올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이 느낌을 잠재우려면 감정 은행에서 기분 좋음을 대출을 받아서라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무리 이자가 비싸더라도 말이다. 술기운이 전부 달아나기 전에 친구에게 전화를 해본다. 친구의 짜증 썩인 목소리도 술기운 때문인지 반가움 느낌이다. 친구에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한 편의 시를 쓰듣 들려준다. 친구는 내 시가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으며 세상에 없는 언어들을 만들며 나에게 속싹이듣 말한다. “사람 소개해줄 테니 그만 전화해 X새끼야”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 아니다.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만 나 자신은 그것을 모르고 있을 공산이 크다. 욕조 안에 나와 벌거벗은 몸으로 거울 앞에 서본다. 젖은 머리가 제법 좋아 보였다. 한참을 거울 속의 나 자신과 대화를 한 후 몸을 말린다. 왜 인지 얼굴이 푸석거리는 것 같아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얼굴팩이 보여 얼굴 위에 얹어본다. 그리고 내가 쉬는 날을 친구에게 문자를 남긴다. 잠시 후 거울 속 얼굴을 보니 한결 촉촉해져 있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벌거벗은 몸으로 믹스커피를 진하게 한잔 태운다. 그리고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파라하늘을 보며 이름 모를 사람과의 만남을 상상하며 커피를 홀짝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는 외로움을 잘 타는 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