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토마토의 향기가 너무 향긋하게 풍겨 홀리듯 그 향기를 따라 골목을 헤집다. 이런 곳에도 어떠한 공간이 있을까 하는 건물과 건물사이에 보통성인 남자의 크기에 문이 보였다. 꼭 중세시대에나 볼법한 나무로 된 문으로 되어있다. 그 문 틈사이로 혀 안쪽 침샘을 자극하는 냄새가 풍겨왔다. 토마토 향기라 생각했었는데 그러기에는 더 풍부하고 풍요롭고 더 복잡한 향기가 났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특유의 오래된 문에서 나는 경첩이 뒤틀리는 소리가 났다. 문이 점점 열리스록 내가 맡았던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겨 왔다. 냄새만으로 이리도 허기가 지게 만드는 느낌 이때적 살면서 있었던가 분명히 있었을 거다. 기억은 안나지만 그 기억이 묻힐 만큼 습관적으로 때가 되면 밥을 먹는 행위들 맛집이라 찾아간 곳은 혀를 자극하기는 하지만 결코 먼가 풍족하게 채워주는 그런 것은 없었다. 자극만 있을 뿐 그 이하도 아니지만 그 이상도 아닌 그런 음식들 하지만 왜인지 이문안에 나오는 음식은 그 이상의 맛이 있을 것 같았다. 문안으로 들어가니 네모 모양의 탁자가 세 개가 줄지어 있다. 의자는 테이블마다 각각 두 개씩이 전부이다. 손님 셋이 오면 어쩌려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주방이 보였다. 오픈 되어서 요리하는 모습이 다 보일 것 같았다. 댕기머리를 한 아담한 여자분이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 나에게 편한 자리에 앉으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중간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나무로된 질감이 앉았을 때 불편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앉아보니 편안했다. 안락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자분이 고급스러운 유리잔과 메뉴판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포터로 기울여 유리잔에 물을 채워주며 천천히 보시고 메뉴가 정해지면 자신을 불러달라 말해주었다. 이상하게 여유로워진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것도 아닌데 클래식 음악은커녕 날것의 소리만 들린다 삐거덕, 챙, 끼익, 꿀럭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소리인지 모르는 그런 소리들 만이 들리는데 이상하게
소리들이 아울러지면서 클래식음악이 흐르는듯했다. 똑딱, 똑딱, 똑딱 장사하는 가계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조용하다. 너무 조용하고 고요한 나머지 시계소리마저 천둥 치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마음만은 한없이 고요해진다. 비 오는 날 물 웅덩위에 비 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바쁜 거 없이 바쁜 나를 꾸짖는 듯하다. 냄새에 배고픔을 느껴 홀리듯 마음이 가벼워지는 공간에 들어와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벌써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밥은 먹어야 했기에 메뉴판을 펼쳐본다. 메뉴판인데 메뉴판이 아니었다. 메뉴는 단 한 개였다. 나머지는 요리에 대한설명이 전부였다. 가격은 평소 밥 한 끼 먹기 위해 지출했던 밥값에 비해 제법 비싸지만 이 정도는 냉큼 줘서 먹고 싶었다. 사진 속에 나오는 지중해식 요리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상그리아 사진 속 설명과 메뉴판에 설명이 맞다면 나는 분명 싱거러운 햇살이 쏟아지는 푸른 바다에 근처 나무와 나무사이 매달려있는 해먹에 누워 평화로이 낮잠을 자고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상상 속의 맛을 상상하며 요리를 기다리는 이 순간에 주방에서 들려오는 소리, 냄새가 이리도 즐거울 수가 없다. 기다림조차 즐겁거 웠다. 상그리아가 먼저 나에게 왔다. 유리잔속 안에 보이는 과일들 그리고 붉은빛 입안으로 빛을 머금었다. 여름이 나를 적셨다. 그리고 음식이 하나하나씩 나에게로 왔다. 제대로 된 음식이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냥저냥 먹던 음식들 왜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던 음식들 살기 위해서 먹는 것인지 그냥저냥 살고 있으니 먹는 것인지, 영혼이 없는 음식들을 몸 안에 넣으니 내 삶마저 의미가 살아지는 듯한 나날들 무엇이 배고파 그리도 입안으로 무엇을 넣었는지 왜 지금에서야 이 음식을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조금만 더 일찍 생각이 났더라면 난 하루에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터였다. 아니 몇 날을 굶어도 한입을 먹어도 따듯한 음식을 입에 넣었어야 했다. 죽어 식어버린 음식이 아니라 생기가도는 그런 음식을 그러기 위해서는 이 삶 아래 땅은 퍽 열심히 살아야 한다. 이리 생각 하면 그나마 내 삶을 유지하는 것에 당위성이 붙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