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측음기엽에 쪼그려 앉아 소주를 가득 채운 언더락을 옆에 두고, 어디서 누가 불렀는지도 모를 노래를 들으며 방안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봅니다. 심장이 아프다. 가슴이 아프다. 터질 것 같다. 미쳐버리겠다.라는 온같 추상적인 말로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려 하지만 어떠한 단어도 아니 그 무엇도 지금이 표현되지 안습니다.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집안에 들어섰을 때 거실 어디쯤 어머니도 나와 같은 모습으로 있었더 랬습니다. 측음기 옆에 쪼그려 앉아 조그마한 불씨에 조금씩 사그라드는 담배를 재떨이 위에 얹어두고 소수잔에 소주를 채워 한잔식 홀짝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온 걸 알아본 어머니는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모를 묘한 표정으로 눈물을 닦으시며 맹맹한 말로 물었습니다. “밥 먹었어? 배고파” 난 왜인지 그런 어머니의 물음에 배가 고파도 밥생각이 없다 했습니다. 그냥 그런 어머니를 나 두고 싶었어요. 어떠한 배려가 아닌 그감정이 느껴지는 어머니의 공간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었습니다. 그렇게 철저히 내가 알던, 평소에 알던 적어도 내 앞에서 보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돌아올 때까지는 공간과 공간이 섞이지 않게 그렇게 했었어요. 그 모습의 어머니의 모습은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바라는 어머니는 그런 게 아니었으니깐요. 왜 처량함이라는 감정을 알 나이가 되어서야 그때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걸까요. 눈, 코, 입 표정 행동 말들이 지금에 와서야 생각이 나는 걸까요. 눈물이 나옵니다. 왈칵하고 쏟아져 나오는 감정이 아닌 그냥 흐르는 눈물이라 어찌하지 못하겠습니다. 알콜에 의지해 무언가 추스르고 싶지만 왜인지 취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온전히 아파해야 할 것 같아 온전히 고통받아야 할 것 같아 소주를 가득 채운 언더락만 바라봅니다. 가슴 안이 턱 하고 막혀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순간도, 머리에 벌레가 사는 것인지 저릿저릿합니다. 입술에 온전히 피가 쏠리는 것인지 입언저리가 터져 벌릴 것 같기도, 왜인지 이틀 밤낮을 잠을 자지 않아도 이상하게 머리가 상쾌할 때도 불쾌한 무언가가 뇌를 갉아먹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빨리 알콜에 몸을 적시고 싶다는 갈증이 갈망이 저릿저릿하지만 지금 온전히 고통받지 않고 취하게 된다면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할 것 같아 어떡해서든 참아 봅니다. 갑자기 헛웃음이 났습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찌개가 된장찌개가 지금의 소주안주에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생각이라니 괜스레 웃음이 납니다. 바다가 보고 싶습니다. 몸이 녹아 버릴 것 같은 미친 더위에 파랗때로 파란 깊은 바다 안에 빠져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숨 막혀 죽어도 좋으니 그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바닷속 안에서 소리치고 싶습니다. 목이 찢어져도 피를 토해도 좋으니 미친 듯이 과음 지르고 싶습니다. 그렇게 죽어도 좋으니 과음치고 싶었습니다. 그런 망각의 헤엄을 치다 제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한 없이 고요한 방안의 먼발치를 멍하니 바라보는 나를 자각했습니다. 유난히도 정막 하고 유난히도 휑한 공간에 측음기의 불투명한 기계음이 순간순간을 알아가계 해줍니다. 언더락 유리잔 겉표면에 물이 맺혀 주르륵 흘러내려 있습니다. 소주는 이제는 안 차가울 겁니다. 어쩌면 맛도한 알콜이 다 날아가 밍밍 할지도 모릅니다. 조금씩 잔안에 알콜이 서서히 날아 가는 시간만큼 내 안에 무언가도 서서히 날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숨 막히는 고통도 사그라들고 약간의 허기짐 나른하게 퍼지는 졸음이 그걸 알려줍니다. 충분히 고통받은 걸까요? 아님 서서히 망각에 뇌가 취한 걸까요? 몸이 지금은 그만하라는 듯 합니다. 며칠, 몇 주, 몇 달, 어쩌면 몇 년뒤 다시금 다시 찾아올 거라는 걸 압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적어도 받아들이는 방법을 아니깐요. 그럼 어쩌면 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