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by J팔

군대 전역 후 몇년 동안 아무런 목적 없이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아무런 목적이 없었기에 시간만 맞으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일을 했어요. 과일도 팔아보고, 전기장판 만드는 공장에서 일도 해보고 아파트에 대출 전단지 돌려도 보고, 공사장 막노동 일도 해보고 이것저것 하였습니다. 돈이 필요했던 건 아닙니다. 뚜렷하게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죽고 못 살만큼 가지고 싶은 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평범한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아침에는 눈을 뜨고 일하러 가고 저녁에는 자는 그런 것들을 해야 했기에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했습니다. 돈을 벌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어디다 써야 할지 모르는 갈길 일은 돈이 되어버렸죠. 의미없이 통장잔고만 차곡차고 쌓여 같습니다. 단기적으로 하는 알바는 시간이 불규칙해서 몸이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꾸준히 오래 일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일자리는 금방 구하게 되었습니다. 뭘 만드는 지도 모르는 공장에 이력서를 넣었고 출근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장 증축으로 십일 뒤에 출근 하라는 통보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십일이라는 시간이 빌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거든요. 단기알바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왜인지 이번 휴식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할 거라는 생각에 일하기보다는 다른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전역 후 쉬지 않고 일해 와서 그런가. 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다 편의점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햝아 먹으며 멍하게 주위를 바라보는데 벽에 언제 붙었는지 모를 포스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노을 빛 바다, 등대, 파도 그리고 바람 포스터는 색이 바라고 중간중간 뜯기고 찢겨 있었지만 머릿속에 모든 것들이 그려졌습니다. 몽환에 젖어 들어 한참을 포스터를 바라봤습니다. 무의식에 읊조리며‘바다에 가고 싶다’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군대시절 행군 하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모든게 마음에 안 들었지만 행군을 좋아했습니다. 바다가 근처에서 복무를 하였기에 행군을 할 때 바닷가 근처를 걸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바닷가 저멀리 수평선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달콤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다시 읊조리듯‘걷고 싶다’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에서 그려졌습니다. 바닷가를 걷는 모습이 집에 돌아와 방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당장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집에 있는 물건들로만 챙겨 보기로 합니다. 등산용 가방, 침낭, 페트병에 쌀을 담고, 즉석카레, 참치 캔, 초코바, 속옷, 수건, 여벌옷을 챙겼습니다. 조리도구가 없었지만 슈퍼마켓에 가보니 다행히 있어 작은 스토브, 조그마한 냄비를 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존과 직결된 필수품 믹스커피 또한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가볍게 싼다는게 싸다 보니 무겁게 싸게 되었어요. 짐을 다 싸놓고 보니 가장 중요한 걸 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디로 갈 까였습니다. 인터넷 지도를 보고 고민하다. 예전에 친구를 따라 포항 북부해수욕장에 간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북부해수욕장에서 동해 해안 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어 통일 전망대까지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포항 터미널에 도착하고 보니 8월에 태양빛이 너무나도 강열했습니다. 근처 화장품 집에서 썬크림을 사서 부랴부랴 몸에 발랐습니다. 그리고 시내버스를 타고 북부해수욕장에 같습니다. 막상 도착하고 보니 땡볕에 너무 더워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이왕 온 거 가자는 마음을 먹고 천천히 걸어 같습니다. 근데 정말이지 너무너무 덥더군요. 몇 킬로 가지도 못했는데 더위에 지친 개마냥 혓바닥을 내밀고 헉헉 되며 걸었습니다. 점점 무거워지는 배낭도 한몫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그늘진 곳에 낮잠을 잠시 자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짧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여전히 덥기는 해도 먼가 눈에 보이는 세상이 조금은 달라진 듯 보였습니다. 그러니 안 들리던 해안 쪽 파도 소리, 바다내음, 선선한 바람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이나 사진 속에서 보던 빨간 등대 드넓은 해안선 눈이 부셨어요. 너무 눈이 부시고 드넓어서 벅차올랐습니다.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감정이었습니다. 나에게도 이런 것이 있었나 생각이 드는 감정이라 어떨떨 했습니다. 어색한 감정에 울컥한 것도 잠시 평소에 느껴지지 않던 허기짐이 급격하게 몰려왔습니다. 힘들다는 알바를 할 때도 밥때가 되어서 먹었을 뿐 허기짐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 한 것이라고는 낮잠 자다 몇키로 걸은게 다인데 엄청난 배고픔이 몰려왔습니다. 조금 걷다가 괜찮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스토브와 냄비 쌀을 꺼내 밥을 지어 즉석카레와 함께 비벼 먹었어요. 허기짐 바닷가풍경 파도소리 모든 것이 음식 맛을 좋게 하는 것들이었지만 생각한 것과는 달리 더럽게 맛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최근에 먹어본 밥 중에 다른 의미로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다짐을 했습니다. 다음에 이런 걸 할때는 카드만 들고 다니면서 걷겠다고 무거운 배낭을 버리고 걸으면서 보았던 온갖 산에 진미들을 사먹으면서 말이죠. 부르튼 입술에 카레를 묻혀가며 먹으면서 큰 결심을 합니다. 그렇게 끼니를 때우고 나니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어요. 오히려 햇빛이 사그라 들고나니 걷기는 더 수월해지더 군요 찌르는 듯 한 햇빛이 사라지니 바람 또한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 기분 알 수 있을까요. 바다 저 너머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은 느낌 알 수 있을까요. 그러다 지쳐오기 시작했어요. 몸이 포근해지니 나른해졌어요. 이만 쉬어야 할 때를 찾아야 했어요. 하지만 생각보다는 몸을 뉘일 곳을 찾기가 힘들더군요. 낭만을 꿈꾸며 올 때는 생각 못했지만 저녁에 맨바닥에 침낭에 의지해 자려니 무섭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귀신같은 게 무섭다기보다는... 정확히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두려움이 왔었어요. 누울 자리를 찾아 걷다 걷다. 앞에는 방파제가 있고 근처에 조그마한 화장실이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돌바닥에 침낭을 깔았습니다. 그렇다고 화장실 옆에 자리를 잡은 건 아니에요. 조금 멀치감치 떨어진 곳에 몸을 뉘었어요. 일단은 누울 자리를 찾고 나니 몸이 정말 늘어졌어요. 아직 잘 시간은 아니었지만 침낭 안에 몸을 집어넣고 눈을 붙여볼까 했지만 방금까지 기분 좋은 파도소리가 무척이나 공포스럽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온몸은 바닷바람을 맞아서 끈적였습니다. 한 시간 정도 뒤척였던 것 같아요. 몸이 끈적해 도저히 안 되겠었어 주위를 둘러보고 사람의 인기척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홀딱 벋어 샤워를 했어요. 다행히 호스가 있어서 쉽게 샤워를 할 수 있었어요. 혹시나 사람이 들어올까 후다닥 씻었습니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밖에 나오니 그나마 몸이 상쾌해졌어요. 끈적임도 없어지니 그나마 잠들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더워 침낭 안에 들어가기는 싫지만 얇은 비닐이 내 몸을 감싸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공포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사그라지더군요. 몸은 상쾌해졌는데 파도소리는 여전히 무섭게만 다가왔어요. 군대복무 시절 여러 별명 중 1분이라는 별명이 있었어요. 왜 1분이냐고요 비계에 머리를 누이면 1분 안에 잠드니깐요. 잡생각을 하며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얼마큼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얼굴과 몸이 간지럽더군요.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느낌이었어요. 얼굴에 손을 같다 되었는데 이상한게 잡히더군요. 바스락하는 느낌에 무언가가 손에 잡혀서 바닥에 내팽겨 쳤어요. 그리고 랜턴으로 바닥을 보았어요. 혹시 바다 바퀴벌레라고 아는가요. 갯강구라고도 하죠. 수십 마리의 그것들이 저의 몸을 기어 다녔던 겁니다. 저는 기겁을 하고 침낭에 나와 방방 뛰었더랬죠. 빌어먹을 x발, x발, x발 절로 욕이 나왔어요.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갯강구와의 전쟁을 해야 했습니다. 빌어먹을 그렇지만 갯강구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는 걸. 1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저는 부랴부랴 배낭을 다시 쌓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잠시나마 자다 일어났지만 개운함 하나 없었습니다. 그런 기분 아나요 잠은 엄청 오는데 잠이 안 자지는 그런 기분 말이에요. 날카로워진 기분으로 해안 길을 걸었죠. 오른편에는 시커먼 무언가가 부서지며 소리를 내고 있고 주황색 불빛들이 드문드문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한 마리 황소처럼 지나가는 차들 모든 게 위협적이게 다가왔어요. 그러다 조그마한 정자를 보았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까지는 아니어도 반가웠어요. 주위를 둘러보고 정자 안에 침낭을 폈습니다. 빌어먹을 갯강구는 보이지 않더군요. 시간은 알 수 없지만 새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공기가 조금 틀려진 듯 했거든요 그래도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붙일 곳을 찾아 다행이다 싶었어요.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정자의 안락함에 금방 눈 붙이게 됐어요. 몇 시간을 잤던가. 주위는 연한청빛 보랏빛으로 밝아져 있더군요. 목청껏 울려 되는 닭 울음소리는 아침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 주었어요. 침낭을 싸고 정자에 앉아 잠시 멍 때리고 걷기 시작했어요. 새벽의 해변 길을 걸으면 조용하지만 지나가는 길 위의 잔해들은 시끄럽기만 합니다. 전날이었을지 몇 시간이었을지 모를 날에 상황들이 그려지기도 하죠. 그렇게 많았었던 겉 같은 사람들은 몇몇만 드문드문 보였습니다. 하늘은 점점 붉게 차올랐어요. 반갑기도 또다시 걱정이기도 했어요. 반가운 건 전날 밤 알 수 없었던 공포, 두려움이 점점 사그라들고 있음이었고 걱정은 또다시 혓바닥을 길게 내밀게 할 만큼의 더위가 걱정이 되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벌써부터 더워지는 듯했죠.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해안가 해변 길도 슬슬 지긋지긋해지는 듯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여행을 오기 전에 그려졌던 찬란한 생각이 정작 눈으로 보고 소리로 들을 수 있고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제 길 앞에서는 생각이 상상이 소박해져만 같습니다. 내가 원하던 어떠한 깨우침 같은 것은 없고 다만 덥고, 배고프고, 아플뿐이었 어요. 이런저런 잡생각에 또다시 배고픔이 왔어요. 전날 먹은 카레를 또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끔찍했지만 하나 좋은 건 먹을수록 배낭의 무게는 줄어든다는 거였죠. 그래서인지 사 먹을 생각을 더 안 했던 것 같아요. 짐을 줄여야 했거든요 지금의 나였으면 쓰레기통에 처박아 놓던가. 아님 편의점에서 택배로 배낭을 보내고 했을 겁니다. 왜 그때는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먹고 설거지 안 한 냄비에 밥을 짓고 설거지 안 한 숟가락으로 또다시 꾸역꾸역 떠먹었어요. 한결 같이 맛이 없어 좋았어요. 벌써부터 배고픔에 혓바닥이 궁핍해졌을까. 걱정이 되던 참이었거든요 혹여나 맛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렇게 대충 끼니를 때우고 또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색달라 보이던 길이 그 길이 그 길 같아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쁜 의미는 아니에요. 색달라 보이지 않은 것뿐이지 아름답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변함없이 아름답고 푸르고 벅차오르고 그랬어요. 햇빛이 바다에 내리쬐면 수만개의 별이 바다위에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일때가 있습니다. 그것만큼 저의 마음에 울림을 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헬륨가스 빵빵하게 넣은 풍선이 된 듯한 느낌이었어요. 감정 없이 두둥실 떠다니는 풍선같이 말이죠.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겠는 그런 감정이었어요. 그렇게 해안 길을 걷는데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는데 페트병에 있는 물이 똑 떨어졌어요. 처음에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어요. 해변에 가면 간이 식수대라던 지 화장실이라던 나올 테니깐요. 근데 이상하리. 만큼 걷고 걷는데 해변가가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리고 물을 마실 만한 것도요 웃긴 건 슈퍼에서라도 사 먹고 싶은데 해변가 근처라야지 가계 비스무리한게 있단 말입니다. 아직까지 해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독한 갈증에 목이타 길바닥에 고여 있는 흙탕물마저 맛있어 보이더군요. 그렇게 겨우겨우 흙탕물을 먹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면서 길을 걷는데 어느 집 마당에 수도꼭지가 보였어요. 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조심스레 확인을 하고 들어 같아요. 저는 쪼그려 앉아 수도꼭지 밸브를 돌렸어요. 쿨럭쿨럭 하는 요상한 소리와 함께 얼마 안 있어 물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목이 너무 말라 눈알을 뒤집은 채로 입을 같다 되고 물을 벌컥 이려는데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차가울 거라고 생각했던 물이 너무 뜨거웠거든요. 햇빛에 열받아 있었나 봐요 몇 초간을 물을 흘려보내니 드디어 차가운 물이 나왔어요. 수도꼭지에 입에 같다 되고 미친 듯이 벌컥였어요 수도꼭지를 입안에 쑤셔놓고 싶을 만큼 물이 달고 맛있었어요. 그렇게 마시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져 옆을 봤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어요. 그리고는 손을 살짝 까닥이며 물을 마시라는 듯한 몸짓을 하더군요. 저는 멋쩍은 웃음을 짓고는 배낭에서 페트병을 꺼내 물을 받고 목을 까닥하고 인사하고 마당에 나왔어요. 아마 아줌마는 웬 사람이 마당에 들어와 한마디 하려 나오셨다가 물을 먹는 모습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내버려 둔 듯해요. 문득 내모 습이 어떤지 궁금해졌어요. 길을 걷다. 불룩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저는 알았어요. 겨우 하루하고 반나절 지났는데 상걸엉뱅이 된 모습이 웃기지도 않았어요. 어떡해 하루 만에 이런 모습이 될 수 있는지... 걸엉뱅이가 된 모습에 자괴감은 왔지만 그래도 타들어가는 목말음이 사라지고 나니 기분이 한결 상쾌해졌어요. 뜨겁게 타들어가던 풍경도 다시금 파스텔 색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어요. 매슬로우라는 작자가 말하는 상위욕구를 느껴보러 왔지만 현실은 빌어먹을 먹고, 자고, 싸는 게 가장 상위가 되어버립니다. 그런 생각에 뜨거운 햇빛에 걷다 쉬다 걷다 쉬다 하면서 걸었어요. 어떤 감정도 없이 그냥 걸었어요. 그러다 걸어 지나쳤던 해변 중에 가장 드넓은 해변가를 보았어요. 정말이지 눈으로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풍경이었어요. 가슴안쪽에서 탁하기도 하고 뻥하기도 한 것이 형용할 수 없다는 말이 이때 쓰는 걸까요. 그렇게 바다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바람과 함께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가더군요. 의문인 건 이 정도의 풍경이 있는 곳이면 노점상과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없더군요. 몇몇 사람만 깔 꾸리로 바다 밑 모래바닥을 끌어 조개를 잡고 있는 사람들뿐이었어요. 해변에 오면 시끄럽고 북적여서 머리가 시끄러워 간단한 볼일만 해치우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왜인지 여기서는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변 모래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방을 비계 삼아 잠시 누웠어요. 햇빛 때문에 여전히 얼굴이 따갑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편안하더군요. 모래 바닥이 축축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위를 가시게 해 주어 괜찮았어요. 그렇게 수분을 누워있다 일어나 다시 바다를 바라봤어요. 해변을 걸으며 즐겁게 바다에 몸을 담그고 노는 모습을 보아도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번 만큼은 바다에 몸을 담그고 싶다는 충동이 생겨났어요. 그러지 않으면 평생을 이 순간에 돌아와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옷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모두 가방 안에 집어넣고 바닷물에 몸을 담 구웠습니다. 천천히 더깊이 바닷물이 턱밑 아래로 올 때까지 물속에 들어 같습니다. 바닷물이 몸을 감싸는데 이 기분은 이 세상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눈앞에 보이는 수평선이 더 어떡해 표현할 수 없는 찬란한 감정을 느끼게 했더랬죠 이때 이후로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가끔은 다시금 이때이기분을 느끼려 똑같은 행위를 해 보아도 그런 기분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똑같은 과정이 필요한 것이었던 건지 그렇게 입이 덜덜덜 떨리 때까지 물속에서 한참을 있다 나왔습니다. 배낭을 비계 삼아 다시금 모래 바닥에 누워 떨리는 몸을 아직 사그라들지 않을 햇빛에 몸을 마꼈습니다. 떨리는 몸은 온기에 사그라들고 기분 좋은 나른함 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이때 잠시 잠들었을 겁니다. 그렇게 충분히 누워있다. 일어나 배낭을 싸고 다시 걷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여기서 며칠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보다는 그냥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할 수도 있는 무언가를 보기로 마음먹었죠. 후회되었던 건 이곳 해변의 이름 정도 위치 정도는 알아두었어야 했지만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살아생전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를 바랍니다. 소금물 때문인지 몸이 끈적였습니다. 해변가 주위를 둘러보니 물이 나오는 호수로 몸에 소금기를 없애는 사람들을 보았어요. 그 사람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 앞사람이 다하고 난 호수를 받아 몸에 뿌려 됐어요. 충분히 몸에서 소금기를 없애고 배낭을 메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축축 해진 옷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했지만 덥지 않아 좋았습니다. 그리고 금방 옷이 마를 거였습니다. 그렇게 옷이 마를 때까지 제법 걸으니 해는 이미 떨어지고 몸은 금방 지쳐 같습니다. 어제와는 다른 지침이었어요. 뭐랄까 이름을 붙이자면 순수한 지침이라 이름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순수함 지침 때문에 어느 해변가 모래언덕 위에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그만 앉아 잠시 쉰다는 것이 눕고 싶었습니다. 옆에 배낭을 나 두고 모래 언덕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별들이 보이고, 발아래는 파도 소리가 들렸습니다. 분명 어제는 무섭게만 느껴졌던 파도소리는 자장가 같이 들렸습니다. 한참을 수평선 하늘 바라보며 눈꺼풀이 감길랑 말랑 할 때 뿅폭 뿅폭 하고 소리가 들렸습니다. 깜한 하늘에 조그마한 불꽃이 날아오르자마자 사그라들었습니다. 파도소리, 별, 폭죽 터지는 소리 때문인지 모든 것이 꿈같았습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철커덩 철커덩 소리가 나고 몸이 춥게 느껴졌습니다. 눈을 떠보니 벌써 새벽이었습니다. 분명히 잠을 막 자려고 하던 참이었던 것 같은데 저는 깊은 숙면을 했던 겁니다. 주위에는 해무 때문에 시야가 흐릿했습니다. 철컥철컥 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 뒤돌아보니 군인들 몇 명이 총을 울러메고 2열 종대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들짝 놀라 일어서 주위를 확인했습니다. 새벽에 보이는 풍경은 어제저녁에 보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부랴부랴 배낭을 울러메고 저는 조용한 곳을 찾아 밥을 해 먹고는 다시 길을 걸어 같습니다. 입안이 텁텁합니다. 치약, 칫솔을 챙겨가지 않아 3일 가까이 양치질을 안 하고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어떤 느낌도 없었는데 왜인지 입안이 텁텁해져 양치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입안에 텁텁함을 걱정하고 있는데 왜인지 오늘따라 선선해 하늘을 바라보는데 꾸릿꾸릿 했습니다. 금방이라도 퍼부을 듯 한 하늘이라 걱정하고 있었는데 와~ 솨~ 와~ 솨~ 하고 퍼붓더군요. 후다닥 비를 피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퍼부어 됐습니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였죠. 쌀쌀한 날씨에 따근한 것보다. 갑자기 단 게 당기더군요. 배낭에서 초코바 한 개와 배낭용 방수커버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초코바를 오물거리며 배낭에 방수커버를 씌웠습니다. 그리곤 하늘을 한번 보고 해안 길을 걸었습니다. 비를 맞으며 걷는 길이 썩 나쁘지 않더군요. 때려 붙듯이 비가 내리는데 길 위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빗줄기에 시야는 바로 앞에 만 보였습니다. 꼭 샤워를 하면서 길 위를 걷는 기분이었어요. 몸 밖 안에 더러운 것 들이다 씻겨지는 듯하더군요. 땡볕에 걸을 때와는 다르게 몸 안에서 느껴지는 선선함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인지 활기가 돋는 것인지 카페인이 가득 담긴 커피를 몇 잔을 마신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랬나. 빗줄기 안 속에서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기 시작했어요. 괜히 흥이나 부른 것도 있지만 빗물 때문에 주위에는 소리가 안 들리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주위에 사람도 없어서 용기가 나 힘껏 못 부르는 노래를 불러 됐습니다. 힘들다는 생각도, 배고프다는 생각도, 아프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았어요. 영화처럼 세상에 혼자 남아 있는 것 같았어요 어떨 땐 그랬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그런 기분을 맛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가끔씩 또 그러고 싶을 때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놓고 눈을 감고 찬물로 샤워를 하면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갑니다. 한참을 걸었을까 또다시 허기가 져왔습니다. 하지만 비가 억수같이 와 밥을 해 먹을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어영부영 끼니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어요. 배고프지만 이런 공복 상태가 나쁘지 않았어요. 최대한 참을 수 있을 만큼 참아보고 싶더군요. 창자는 꼬르륵 아우성 되지만 기분은 좋았습니다. 엔도르핀 같은 게 돌았어요. 비를 맞아 춥고, 배고픈데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서늘한 기분 좋음이라 이름 붙이고 싶었습니다. 비 오는 날 조깅을 할 때면 가끔씩 느낄 수 있었죠 하지만 몸과 마음은 확실히 구분되어 살아가나 봅니다. 몸이 슬슬 못 견뎌하더군요 비는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오늘 하루는 일찍 쉴 곳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몇 군데 쉴만한 곳을 지나쳐서야 딱 좋은 곳을 찾았습니다. 화장실도 있고 캠핑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텐트들이 쳐져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다. 주황색 비닐천막으로 쳐져있는 곳을 찾았어요. 천막 안에는 나무로 된 빠레트들이 여러개 깔려있었어요. 비가 오지 않았다면 행사 같은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것 같은 곳이었어요. 다행히 모래바닥은 약간 축축 해져있었지만 빠레트 위에 몸을 누이면 상관없을듯했어요. 저는 배낭을 내려놓고 마른 옷을 화장실에 갈아입고 돌아왔어요. 천막 안이 무척이나 넓어 기분이 좋았더랬죠 이넓은 장소를 나 혼자 쓰다니 처음에 주인이나 다른 누군가 머라 할까 걱정했지만 나가라 하면 나가면 그뿐이라 생각하니 마음 편히 쓰게 되었어요. 몸이 불편하니 평소에는 절대나 나오지 않을 뻔뻔함이 올라왔었습니다. 그래도 혹여나 불이 날까 불을 쓰는 게 조심스러웠지만 그냥 해 먹기로 했어요. 밖에 원체 비가 많이 와 불이나 봐야 내가 누워있는 곳 이곳뿐이라는 생각에 그냥 해 먹었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고 믹스커피를 두어 봉 뜯어 물에 타 호록록 마시며 천막 밖 빗소리를 들었어요. 걷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라 유희 꺼리라고는 머릿속 상상하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걸을 때는 풍경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이렇게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자니 그저 커피 맛만 달뿐이였어요. 빗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멍 때리다 보니 졸음이 오더군요. 그냥 잠이나 자자하고 침낭을 깔고 잠에 들었습니다. 쿵쿵 쾅쾅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뭐지 하고 일어났는데 주위는 이미 온통 어둑어둑했어요. 천막 밖에 불빛 같은 게 계속 흔들리며 비취고 있었어요. 저는 천막 사이로 불빛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죠. 어느 자동차 안 에서 노래를 크게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두 명의 남녀가 자동차에 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어요. 그 춤이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조금 상스러웠어요. 저는 한참을 넋 놓고 훔쳐봤습니다. 그렇게 몇 분을 춤을 추고는 다시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버리더군요. 그리고 정막이 흘렀어요. 다시 침낭이 있는 제자리로 돌아와 앉아 가만히 있는데 웃음이 나더군요. 왜 웃음이 났을 까요. 꼬질꼬질해진 저에 모습을 보니 더 웃음이 나더군요. 그렇게 혼자 피식하고 웃다 보니 간밤에 비가 그쳤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죠. 비가 그치니 그렇게 세상이 조용할 수 없었어요. 천막 안이라 별빛도, 달빛도 보이지 않고 파도소리도 저 멀리서 들려와 크지 않아 무척이나 어둡고 간간히 차가 지날 갈 때만 쏴 아하는 소리와 함께 귀를 자극했어요. 이성들끼리의 춤사위를 보고 난 뒤여서 일까요. 아니면 나 스스로 막고 있었던 감정이 터져 버린 걸까요. 아니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걸까요.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때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주위는 어두웠고 모든 것이 축축해져 있는 상태라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침낭 위에 누워 어두움을 이불 삼아 다시금 잠이 들었어요. 눈을 떠보니 천막 안이 무척이나 밝았어요. 그리고 누군가 천막 입구 쪽 가림 막을 말아 올려놨더군요. 천막 입구 밖 풍경이 보였어요. 텐트에서 사람들이 몇몇 나와 무언가 분주하게 하더군요. 밥 할 기분이 아니라 가방에서 초코바 한 개와 물을 끓여 믹스 커피를 마시기로 했어요. 그렇게 물을 끓이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근처 빠레트에 앉아 저를 흘겨보며 물어보기 시작했어요.“어디 살아요, 어디 가는 거예요, 어디서부터 온 거예요, 군대 다녀왔어요, 몇 살이에요” 뜬금없는 질문에 평소 같았으면 불쾌해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몸이 피곤해서 그런가 아무 감정이 생겨나지 않았어요. 초코바를 오물거리면서 커피믹스를 호로록 마시면서 아무 생각 감정 없이 물어 오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답을 해주었어요. 초코바와 커피를 다 먹은 저는 배낭을 울러메고 더 물어보려는 남자에게 저는 가야 한다며 천막에 나와 길을 걸어 같습니다. 비가 오고 난 다음인지 공기가 무척 청량했어요. 비로 인해 공기에 있던 더러운 것들이 다 씻겨나간 게 분명합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하늘이 좋아 몸이 녹아드는 듯했어요. 간밤에 축축 해진 몸도 싸늘 해진 몸 안의 기운도 사그라드는 듯했어요. 몸 안에 열기가 차고 나니 방금 천막에서 남자가 한 질문들이 새삼 생각나는 게 아니겠어요. 왜 그런 질문을 한 걸까 분명 그 당시에는 평범한 질문이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길가에 거울에 비춰진 저의 모습을 보니 억측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아마 저를 간첩 그런 걸로 생각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햇빛을 가리기 위해 군용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고 거울에 비친 초췌한 모습에 그리고 여기는 해안길이어서 목선을 타고 방금 바닷길로 탈북한 사람의 모습처럼 보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질문을 하던 그 사람이 유독 한국 사람이 여야지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 위주로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이 맞다면 시민의식이 투철한 사람을 본 듯해 헛웃음이 나왔어요. 며칠 걸었지만 몇 달을 걸은 듯했습니다. 몸도 슬슬 한계에 가깝게 지쳐오는 듯했죠. 그러니 풍경들이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똑같은 바다, 바다, 바다였어요. 짠 내음 비릿한 냄새들 그럼에도 왜인지 관성에 의해 걷고 있는데 덩치가 남다른 외국인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게 아니겠어요. 저는 외국인의 외향이 유독 낯설게 느껴져 신기한 눈빛으로 멍하니 계속 쳐다봤는데 외국인도 그걸 느꼈는지 저를 보고 한번 웃고는 어눌한 한국말로“아지아~ 파이팅~”하고 외치고는 커다란 엉덩이를 실룩이며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가더군요 웃겼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선 자리에서 배를 움켜잡고 허리가 꺽일정도로 웃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웃고 나니 스스로 생각해도 왜 웃었는지 몰라 잠시 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관성에 의해 발을 내딛고 걸었어요. 해안 길을 걸으면 지도로 보는 것보다 많이 꼬불꼬불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일자로 펴서 걸어 같더라면 훨씬 빨리 목적지 까지 도착했을 꺼라 생각합니다. 꼬불꼬불해서인지 다음에 눈에 들어오는 장면들이 색다를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진을 천천히 한 장씩 넘겨보는 듯했죠 바람도 불고 바닷소리도 들리니 발품 팔아보는 사진 치고는 좋다 생각했어요. 오늘 날씨는 어느 때보다 쨍쨍했는데 몸이 으실으실 춥기 시작했어요. 전날 비에 젖어 걸었던 것 때문인지 몸살기가 올라오는 듯했어요. 그걸 자각하는 순간 더욱 몸이 더 아파오는 듯했어요. 그래도 걸었어요.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걷기로 마음먹었어요.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계속 걷기로 했죠. 하지만 뜨거운 햇빛에서도 온몸이 떨려 빨리 지쳤어요. 지치면 앉아 쉬고 그리고 다시 걷고 다시 지치면 앉아 쉬고 평소보다 더 걸었던 것 같아요. 오기에서 인지 고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는 누울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이번에는 해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누울 자리를 알아보았어요. 큰 나무가 그늘막을 해주는 육면체로 된 정자였어요. 다행이다 싶었어죠 정자 위 마룻바닥도 무언가 안락함을 주었어요. 밥맛이 없었지만 몸이 더 아플까 봐 꾸역꾸역 밥을 지어먹었어. 허기를 달래고 정자 위에 침낭을 펴서 그 안으로 몸을 뉘었어요. 몸에 식음 땀이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몸이 오들오들 떨려 잠들기까지 한참 걸렸습니다. 잠든 와중에 어느 순간 가위에 눌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가슴에 묵찍한것이 올라와 저를 짓누르는 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 몸을 움직일 수 없었죠. 그래도 저는 안간힘을 들여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어요. 저는 최선을 다해 가위에 벗어나려 노력했습니다. 벗어나려는 와중에 눈을 뜨면 왜인지 귀신같은 거와 눈을 마주칠까 봐 꼭 감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눈이 떠졌어요. 역시나 무언가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 끄악~하는 비명과 함께 X발이라는 욕과 함께 그 눈에게 주먹을 휘둘렀어요. 저의 주먹에 무언가 묵직한 것에 다였다는 게 느껴졌어요. '어라' 저는 어떤 허구라고 생각하고 때린 게 실제 감각이 느껴져 어안이 벙벙하는 그 순간 꺄옹하는 소리가 났어요. 다름 아닌 제가 때린 건 고양이였어요. 고양이가 저의 가슴 위에 올라와 있었던 것이었어요. 고양이는 그 한 마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주위에 몇 마리가 정자 위에 있었는데 저의 주먹에 나가떨어진 친구를 보고 후다닥 다른 데로 뿔뿔이 흩어졌어요. 저에게 어퍼컷을 맞은 고양이도 저를 한번 흘겨보고는 호랑이 한 마리가 그르렁되듯 소리 내곤 다른 데로 가버렸어요. 고양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무척이나 놀랐거든요. 저는 너무 놀라 몸이 아픈 것도 잊은 채 저의 심장소리를 들어야만 했어요. 미치겠더군요. 입에서는 계속 욕이 나왔어요. 재가할 수 있는 모든 욕들을 한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갑자기 눈이 번쩍하는 게 아니겠어요. 뭐지 하고 보는데 누군가 렌턴 같은 걸로 저의 눈에다 쏘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확히는 저의 얼굴이었던 것 같아요. 두 명인가 사람이 뚜벅뚜벅 다가오는게 아니겠어요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불빛 넘어 사람을 확인했어요. 어느 아주머니와 경찰이었습니다. 아주머니가 저에게 괜찮아요. 라며 물어왔어요. 저는 괜찮다고 그랬어요. 경찰 한 분은 저에게 왜 소리쳤냐고 물어봤어요. 자고 있는데 고양이 때문에 놀라 소리친 거라고 민망하기도 부끄럽기도 해서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했죠. 경찰과 아주머니는 옅은 미소를 보이고는 그냥 뒤돌아서 가버렸어요. 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는데 저도 어의가 없었는지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더군요. 살아생전 이런 일이 또 있을까 하는 그런 기분이 들더군요. 그렇게 심장이 진정이 되니 또다시 나른함이 찾아왔어요. 뜻밖의 공포 때문에 몸살기는 사라진듯했어요. 침낭 안이 아닌 밖 같아 몸을 누이고 배낭을 베개 삼아 다시 눈을 붙였어요. 그리고 또다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이 든 듯했습니다. 새가 우는 소리 잠을 깨어 조용히 짐을 챙겨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몸살 끼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몸이 욱신거리고 후들후들 떨리더군요. 바다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너무 춥게 느껴져 지나가다 보이는 공중전화 부수에 안에 들어가 바람을 피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는 부스 안에서 주변 풍경을 보며 한숨이 나오더군요.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뼈저리게 났습니다. 한편으로는 마음이 갈팡질팡했습니다. 포기하지 마 이번에 아니면 다시는 이런 무모한 여행을 할 기회는 절대 없을 거야. 아니야, 아직 젊어 다음에도 또 있어 지금 몸상태를 봐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이 있어 하는 마음이 서로 싸웁니다. 결국은 저는 집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최후에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나오는 해변까지만 걷기로 했습니다.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니 간사한 마음이 도전에서 여행으로 만들어 한걸음 한걸음이 깃털 같은 발걸음 같았습니다. 천천히 걷다 보니 해변가에 도착했습니다. 여전히 햇볕은 따가웠고 바람은 선선했으며 얕은 해무도 보였습니다. 저는 해변 모래 위에서 양반다리를 하고는 잠시만 바다를 보고 집에 돌아가자 했지만 어떤 미련인지 아쉬움인지 꽤 오랜 시간 동안 수평선을 봐라 보았던 것 같아요. 무슨 뜻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집에 돌아가서 며칠 뒤 일하는 출근하는 그냥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렇게 바다를 뒤로한 채 일어나 택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가 집으로 가는 표를 끊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따듯한 저녁밥을 먹고 방바닥에 누워 형광등을 봐라 보았어요. 그 며칠 사이에 일어난 것들이 내가 걸은 길이 꿈같이 느껴졌어요. 방금 꿈을 꾸다 일어난 느낌이었어요. 왜인지 눈물이 나오더군요. 끝까지 가지 않은 걸 후회일 수도 있고, 안전한 곳으로 온 안도일 수도 있고, 그래도 생전 해볼까 말까 한 경험을 한 내가 웃겨서인지 눈물이 난 것일 수도 있지만 온몸이 가벼워 그날 그 순간에는 잠을 푹 잤어요. 말 그대로 꿀잠을 잤어요. 짧은 여행이었지만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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